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문화카드 마케팅의 문제점  

▲ 한 영업사원이 카드를 판매하기 위해 길가던 학생을 붙잡고 설명을 하고 있다. ⓒ 김용식 기자
위와 같이 문화카드 서비스는 주로 강의실과 길거리 마케팅을 통해 회원을 모은다. 그러나 법적으로 타당성은 부족하다. 우선 강의실 방문을 통한 상행위는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또한 우리대학 총무팀 박정호 선생은 “교내 상업행위를 허락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길거리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길거리 마케팅 영업사원은 “이 카드만 있으면 6개월 동안 영화, 연극, 뮤지컬이 모두 공짜”라는 말로 사람들을 현혹시킨다. 가입시 2만 원을 내야하고, 영화는 무료가 아닌 할인가에 관람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내용은 뒷전이다. 또한 연극을 관람할 때 내야하는 3000원~5000원정도의 문화후원금에 대해서도 자세한 설명은 없다. 최병규(법과대ㆍ법) 교수는 “이렇게 마케팅 전후의 말이 다르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길거리에서 반강제적으로 서비스를 신청한 학생들도 적지 않다. P서비스 가입 직후의 한 대학생은 “억지로 끌고 가서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P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강제적인 길거리 마케팅은 금지되어 있고 항의가 접수된 경우 담당 영업사원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든 거래를 현금으로 하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심지어 인출기 앞에서 마케팅을 하고 인출기 앞까지 따라와 돈을 받기도 한다. 최 교수는 “현금으로 거래하고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으면 수입이 잡히지 않아 세금을 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금영수증을 요구하면 거절할 수 없다고 법적으로 규정되어 있으나 문화카드는 현금영수증을 발급해주지 않는다.

어떻게 무료 초대권이 생길 수 있나?

▲ 문화카드 사이트 메인 화면 ⓒ 건대신문사

 

이러한 마케팅은 공연사나 극단과 바로 연결된 것이 아니라 대형 마케팅 대행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대부분의 소극장은 보도자료와 기획서를 △방송매체 △티켓오픈처 △협찬기업 △무료초대 이벤트 대행사 등에 보낸다. 예술극단 ‘나무와 물’ 백승록 기획실장은 “무료초대 이벤트의 경우 초대권을 (주)더문에이앤디와 같은 대형 마케팅 대행사에 모두 맡긴다”고 말했다. 그러면 대형 마케팅 대행사는 P사나 F사와 같은 작은 대행사에 맡겨 서비스 이용자를 늘리는 것이다. 이러한 제휴의 목적에 대해 백승록 기획실장은 “연극을 알리는 목적도 있지만 초연인 경우에 객석을 채우는 것도 어려워 초대권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며 “연극계의 힘든 현실 속 최선책”이라고 말했다. 이런 초대권이 많아지자 연극을 정가에 관람하는 사람을 찾기 어려워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또한 유경숙(문과대ㆍ문콘) 겸임교수는 “문화카드와 같은 시스템이 공연문화 활성화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벤트성 문화생활을 즐기기 때문에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 교수의 말대로 많은 사람들이 문화카드 서비스에 신청은 했으나 제대로 이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문화카드, "환불 받을 권리 있다"
문화카드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문화카드를 ‘사기’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나 신청 전후의 설명이 다른 경우에는 환불이 가능하다. 그러나 각 사이트들의 환불 절차는 매우 까다롭다. 개인변심일 경우에는 80%만 환불이 가능하며 영수증과 내용증명이 필요하다. 최병규 교수는 “내용증명이라는 번거로운 절차가 있지만 10일 내에는 반드시 환불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 교수는 “사기성이 짙을 경우 고소할 수 있고, 일정 수 이상의 피해자가 모이면 대신 소송절차를 밟아주는 소비자 집단 소송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환불절차조차 번거로워 시도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대해 이정훈(이과대ㆍ생명과학4) 학우는 “잘 활용하면 좋은 서비스인데, 구매하고 활용하지 못한 이용자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화카드는 시스템 상으로는 큰 문제가 없으나 불법적인 마케팅으로 사람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또한 무조건적인 현금거래와 복잡한 환불절차로 이용에 불편을 겪는 사용자가 많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학교가 먼저 교내 상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잘 사용할 자신이 있는 학우들은 신청하되, 그렇지 않은 학우들은 신중한 고려 후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또 유 교수는 “이 문제에 대해 소비자, 기획사, 회사 대표가 만나 대화를 나누어 좋은 개선방안을 모색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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