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대 소모임 ‘바이러스’

▲ © 김혜진 기자

전염성이 강한 음악 밴드, 그들의 이름은 바이러스. 반듯한 수의대 건물 옆, 눈에 띄지도 않을 만큼 초라해 보이는 한 건물. 그 안에는 자신들만의 음악으로 사람들을 중독 시키고야 마는 밴드, 수의대 음악 소모임 ‘바이러스’의 아지트가 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 어두컴컴한 연습실에서 공포스러우면서 아담한, 묘한 분위기가 전해진다. 왼쪽은 드럼이 꽉 차게 자리잡고 있고, 오른쪽의 어수선한 탁자 옆으로 가지런히 기타가 줄지어 세워져 있다. 다들 기타 하나를 손에 들고 연주하면서 즐거운 수다를 떨고있다. 오늘, 1학년 연습 시간에 2학년 선배와 함께 수다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23년의 전통을 가진 바이러스의 가장 큰 자랑은 선후배간의 사이가 무척 돈독하다는 것. 지난 엠티에는 1기 선배들이 가족들과 함께와 즐겁게 놀다갈 정도로 편한 사이란다. 노은하(수의대·수의예1)양은 “연습실이 부족한 밴드도 많은데 좋은 연습실도 있고, 선배들이 물려주신 악기와 사주신 악기들도 너무 좋다”며 자랑이 대단하다.

하지만 이런 바이러스 단원은 아무나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2차까지 있는 오디션을 다 통과 해야지만 정식 ‘바이러스’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일단 바이러스 단원으로 합격한 후 1년 동안은 열심히 선배들 밑에서 배우다가 2학년이 되면 직접 무대에 오르게 된다. 매일 6시 30분에 모여서 연습을 하는데 요즘은 후배 맞이를 위한 테스트 곡 연습에 다들 한창이라고.

얼마 전 인수인계를 마쳐 바이러스 회장이 된 이성원(수의대·수의예1)군은 보컬을 맡고 있으며 드럼, 베이스, 키보드, 기타를 연주하는 단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바이러스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 있는데 바로 기타를 맡고 있는 하윤미(수의대·수의예1), 노은하양. 기타 무게도 만만치 않고 연주할 때 손도 아프지만 그녀들은 바이러스의 매력적인 ‘투 기타’. 이들의 멋진 공연이 당장 보고 싶어지지만 아쉽게도 얼마 전 가을 공연이 있었다. 봄 축제와 가을에 두 차례 공연만 하기 때문에 아쉽지만 다음 공연은 봄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 © 김혜진 기자

얼마 전,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도 그들과 선배들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아, 그거요? 불우이웃돕기 행사예요. 매년 선배들이 해왔던 것인데 올해도 공연을 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아무 일도 아닌 듯 말하지만 이 행사는 일간지에 실리기도 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연습실 안에서 조그만 공연이 열렸다. 키보드를 맡고 있는 이준연 군이 늦어 키보드 소리는 들을 수 없었지만, 그들의 열정과 소리는 한데 뒤엉켜 화음이 되고 멋진 음악이 되어 울렸다. 까만 연습실에 하얀 페인트로 찍어놓은 손바닥들. 쭉 뻗은 하얀 손바닥처럼 앞을 향해 뻗어나가는 밴드, 바이러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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