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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으로 쌓아올린 지식의 상아탑개정된 고등교육법은 오히려 시간강사의 권리 제한
김현우 기자 | 승인 2012.02.29 14:02

지난해 12월 30일, 18대 국회 304회 3차 회의에서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위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통과돼 다음 해 1월 1일부터 발효된다. 그러나 강사로 이뤄진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한교조)과 전국강사노동조합(전강노) 등은 이를 “18대 최고의 악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현대판 보부상, 시간강사

2010년에 발표된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7만여 강사 중 88%가 학기 단위로 계약해 학기가 끝나면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강의시급의 경우 1만3천원에서 9만원으로 평균 3만5천원을 받고 강의가 없는 방학은 급료가 없다. 게다가 퇴직수당이나 연금수당은 물론 4대 보험 보장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또한 부당하게 면직되더라도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제청도 할 수 없다. 5년 전부터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전강노 김동애(66) 조합원은 “지방노동위원회에 민원을 청구하면 한국에서 강사경력은 끝”이라며 “민원을 넣는 즉시 교수임용은 커녕 대학가에서 매장 당한다”고 일축했다. 생활고와 부당한 처사에 항거하며 자살한 시간강사도 10여명에 이를 정도로 시간강사들은 법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낡은 학사모 5년 전부터 전국강사노동조합은 강사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천막농성을 국회 앞에서 진행해 왔다.

ⓒ 김현우 기자

 “말장난 법안, 교원 외 교원법”

간강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여러 노조들은 국회와 정부에 지속적인 요구를 해왔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교원 범주 내 강사 포함 △시간 강사 명칭 삭제 △1년의 최소 채용기간 보장 등이다. 그러나 △퇴직수당 및 연금수당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제소권 △임용기간 만료일 및 재임용심의 통지 △의사에 반한 면직ㆍ휴직 금지 등을 보장하는「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법」및「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에서는 시간 강사를 제외했다. 개정 전후로 달라진 것은 최소계약기간이 1년 늘어난 것과 신분상 교원이 됐다는 것뿐이다. 하지만 정작 교원으로서의 대우를 받지 못 해 한편에선 이것을 ‘교원 외 교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교육과학기술위원회(교과위) 위원장 대리로 개정안을 발의한 안민석(재선ㆍ민주통합당)의원은 당시 회의에서 “시간강사의 명칭을 ‘강사’로 변경하고 교원으로서의 지위를 부여하는 법안”이라며 “대학의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하여 「교육공무원법」,「사립학교법」 및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은 원칙적으로 강사에게 적용하지 않지만 임용 절차와 신분보장에서는 국공립대학 및 사립대학 교원을 준용하도록 한다”고 보고했다.

 

 “교원대우의 가능성마저 없앴다”

「고등교육법」개정안이 시간강사 처우개선을 위한 법률이라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반대여론이 높다. <교수신문>이 지난해 5월 31일부터 6월 2일까지 현직 시간강사 316명 의견을 조사한 결과 개정안 찬성의견이 34.5%, 반대의견이 65.5%였다. 주된 찬성이유는 △강사도 교원지위를 얻어 교원에 포함(45%) △‘시간강사 처우개선’을 위한 현실적인 방안(13.8%)이었다. 반면, 반대이유는 △전임강사 대신 ‘강사’를 고용한 비정규직화 심화(34.8%) △고용불안여전(21.3%)로 나타났다.

이 법안에 대해 권영길(3선ㆍ통합진보당) 의원은 당시 국회에서 “본래 이 법의 목적은 시간 강사들이 명실상부한 법적인 지위를 얻게 하는데 있다”며 “그러나 이 개정안은 시간강사를 ‘교원 외 교원’으로 만든 현대판 홍길동 법안”이라고 반대토론을 했다. 이어서 권 의원은 “대학이 이 법으로 비정규강사에게 교원자격을 주고 「대학설립운영규정」의 법정정규교원채용률(61%)을 채울 수 있게 하는 꼼수”라며 “대한민국 고등교육 발전을 위해선 이 비정규직 양성 법안을 부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교조 임순광(41ㆍ경북대) 위원장은 “시간강사의 생활, 노동환경은 나아진 것이 없을 것이고 이는 대학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강노 김영곤(65)대표는 “대학들이 쌓은 돈은 많은데 등록금이나 강사 임금에는 인색하다”며 “강사의 고용불안과 부당한 대우는 천편일률적인 기계적 강사를 양산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전강노 류승완(43) 조합원은 “지난 17대 비정규직법안이 블루칼라 비정규직을 양산했다면, 이번 고등교육법 개정안은 화이트칼라를 비정규직화 할 것”이라며 “현대는 창의력으로 승부할 때인데 이 법은 창의적인 교육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계속된, 연구강의교수제 도입 요구

한교조와 전강노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완전히 폐기하고 대안으로 권 의원이 제안한 ‘연구강의교수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연구강의교수제는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교원을 확보하는 제도다. 그리고 수요가 있는 대학에 강사를 파견하고 수요가 없는 강사는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한 △시간 강사제 폐지 △표준 생계비나 전임 강사(연봉 3천만원 이상)에 준한 방학기간 포함 월급 지급 △최소 2년 동안의 채용기간보장 △교육의 질을 위한 정규교원 확보율 증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교원 확보 및 재정 지원 의무화 등을 포함한다. 재원 확보 방법으로는 국고지원 확대와 사립대 재단 적립금 출연, 학술연구재단 일부의 예산 유입 등을 제시하고 있다.

김현우 기자  withtmac@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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