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전문가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들이 습관적으로 베타(beta)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베타는 라틴어의 두 번째 글자를 의미하지만, 컴퓨터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는 완성되지 않고 개발 중인 시제품을 의미한다.
한편으로 베타라는 딱지는 미완성된 제품을 의미하기에 부정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인터넷서비스를 선도하고 있는 구글은 이 단어를 가장 즐겨쓰는 기업의 하나이다. 2009년까지 구글은 자사의 대표서비스인 구글메일, 구글문서, 구글캘린더, 그리고 구글톡스 등에 조차 베타라는 딱지를 붙였었다. 그렇다고 그 제품들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구글서비스를 돈을 내고 사용하는 정부나 기업 고객들이 가질 혹시 모를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구글이 베타라는 딱지를 뗐지만, 사용성을 높이기 위해 ‘언제나 베타’라는 그들의 철학은 그대로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베타를 즐겨 썼을까? 구글은 언제 변할지 모르는 이용자들의 요구사항을 즉각적으로 반영하여 언제든지 자사의 서비스를 수정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즉, 변화하는 시장환경을 항시 추적하고 이용자의 피이드백을 열어둠으로써 즉각적으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완성된 제품’을 상징적으로 부정하는 것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 윈도우 오피스의 새로운 버전을 발표한 것을 보면 2003년, 2007년, 2010년과 같이 2-3년의 간격이 있었다. 그러나 구글이 제공하는 오피스형 프로그램인 구글문서는 특별한 버전의 명시 없이 지금도 항상 수정되고 있다.
변화기와 안정기를 구분하지 않고 ‘변화의 항상성’을 받아들인 구글은 말할 나위 없이 세계최고의 기업에 자리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융합기술환경에서 나타나는 변화의 속도(시간)와 폭(공간) 때문이다. 근대적 의미의 시간과 공간개념이 해체되고 있음을 우리는 이미 목도하고 있다.
변화는 영원히 안정적일 것 같은 것도 무너뜨린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인터넷뉴스가 뉴욕타임스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유명 블로거들을 모아 만든 허핑턴포스트가 2011년 하반기부터 방문자 및 페이지뷰 수 1위의 사이트이다. 2005년에 초라하게 만들어진 이 블로그뉴스가 2011년에 미국 인터넷기업인 AOL에 3억1천5백만달러에 매각되리라고 누가 예상했겠는가.
변화는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주며 인지적 부조화를 겪게 한다. 그러나 ‘변화한다는 것을 제외하고 영속적인 것은 없다’는 헤라클리토스의 명제를 받아들인다면 이것은 우리에게 숙명과 같은 것이다. 오늘날 미디어기업들은 지금도 ‘베타’의 경쟁 속에 있다. 누가 환경과 잘 상호작용하여 효과적으로 역할수정을 하는가의 싸움이 그것이다. 이것은 비단 IT업계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