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의 세계 - 요슈타인 가이더 지음

최근에 졸업반 동기가 나에게 문득 철학 공부는 어떻게 하면 되는지를 물어보았다. 취업 준비를 하며 기업에서 요구하는 스펙을 쌓기도 바쁜 친구가 갑자기 졸업을 앞두고 ‘철학’에 대해서 물어보는 것이 나는 무척 이상하게 느껴졌다. 동기는 나에게 기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요즘에는 회사에서도 인문학적 소양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대답했다. 나는 동기의 말을 듣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맙소사, 이제는 스펙에 ‘철학’까지 들어가게 되었구나.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이 뒤늦게 한 번도 펼쳐보지도 않던 철학책을 뒤적거리는 이유였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동기에게 다른 철학 입문서적보다 먼저 「소피의 세계」라는 소설을 추천해주었다. 얇은 책은 아니지만 미스터리 소설 방식으로 내용을 구성했기 때문에 철학을 처음 접해보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그렇다고 해서 소설의 내용이 가볍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소설의 처음 장면은 소피라는 소녀가 ‘너는 누구니?’ 라는 한 문장이 적힌 의문의 편지를 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소피는 편지를 보낸 이가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 계속적으로 날아오는 편지를 읽으며 차근차근 철학적 사유를 펼치게 된다. 도대체 누가 소피에게 편지를 보내는지 생각하며 차분히 소설을 읽어나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고대 그리스 철학부터 차례로 헤겔이나 마르크스와 같은 근대 사상가까지 서구 철학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우리가 인생을 살며 반드시 생각해보아야할 질문들을 작가는 소피와 의문의 편지를 통해 독자들에게 던지는 셈이다.  

내 추천을 받고 소설을 읽어본 동기는 고맙다는 말과 함께 이런 말을 했다. ‘그런데 과연 이게 면접에 도움이 될까?’ 나는 동기의 질문에 대답했다. 면접은 모르겠지만 네 삶에는 도움이 될 거야. 인문학적 소양마저도 마치 시험을 보듯 공부를 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과연 ‘너는 누구니?’ 라는 질문이 이 시대의 20대에게 어떠한 의미를 갖는 걸까. 내가 누구인지, 어떠한 방향으로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해 뒤돌아볼 여유를 누군가는 사치처럼 여길지도 모르겠다. 분명 철학이 직접적으로 취업전쟁에 대비한 유용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내가 철학 소설인 「소피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 하는 이유는 이런 철학적 사유들이 삶이라는 긴 터널을 걸어갈 때 필요한 빛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지금 어떤 방향으로 힘껏 뛰어가고 있는 걸까. 가끔 내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가 궁금할 때「소피의 세계」를 읽어보고 한 번 쯤 나는 누구인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