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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부터 일수꾼까지
이호연 기자 | 승인 2012.03.01 00:53

사실 풍자개그의 시작은 정확히 알 수 없다. 조선시대 마당극이나 판소리에도 풍자와 해학이 존재했고, 만담꾼들이 나누는 이야기에서도 풍자는 빠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비교적 최근의 풍자개그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여기에서는 TV 속 개그프로그램에 나타난 풍자개그를 살펴보려고 한다.

저는 회장님의 영원한 종입니다 딸랑딸랑~
TV 개그프로그램에서 풍자개그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말 이후 군사정권의 힘이 약해질 때부터다. 이전의 군사정권 시절에는 검열과 제약이 심했던 사회분위기 때문에 풍자개그가 거의 없었다.

전두환 정권 말기인 1986년 고 김형곤이 선보인 ‘회장님, 우리 회장님’은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풍자개그의 대표적인 예로 떠올릴 만큼 큰 인상을 남긴 코너다. 이 코너에서는 김형곤이 가상의 기업 회장 역할을 맡고, 회장에게 아부하는 직원이나 ‘처남 직원’ 등의 모습을 통해 잘못된 기업 문화를 꼬집었다. 김형곤이 했던 ‘잘될 턱이 있나’ 등의 대사들은 유행어로 인기를 얻으며 코너와 같은 제목의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지구를 떠나거라~ 나가 놀아라~
비슷한 시기에 나타난 또 다른 풍자개그로는 김병조의 ‘지구를 떠나거라’가 있었다. 개그맨 고명환(41)은 “‘지구를 떠나라’는 이름처럼 표현도 거칠었고 비판의 강도도 셌다”며 “당시 상황을 생각해보면 큰 용기를 가지고 진행하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네로 25시’ 역시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풍자개그 코너로 들 수 있다. 최양락이 진행했던 이 코너는 고대 로마 시대를 배경으로 정치인들의 비리나 정경유착 등에 대한 다양한 풍자를 구사하며 1987년부터 1991년까지 오랜 기간 동안 계속됐다.

한편 김형곤은 1990년대로 들어서도 사회적ㆍ정치적 풍자를 담은 ‘시사요리’ 코너를 진행하기도 했다. ‘시사요리’는 김형곤이 음식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덕산그룹의 부도사태를 ‘덕산해물탕’으로 소개하거나 ‘뇌물 시루떡’ 등을 등장시켜 세태를 꼬집었다. 이후 1994년에는  서경석ㆍ이윤석이 ‘그렇게 깊은 뜻이?’라는 코너에서 ‘세계인이 됩시다’를 주제로 우리 문화의 후진적인 면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 코너에 등장했던 대사 ‘그렇게 심한 말을’이나 ‘그렇게 깊은 뜻이’도 역시 유행어로 남았다.

왜 한번 올라가면 내려갈 기미를 안보여? 등록금이 무슨 우리아빠 혈압이야?
2000년대에 와서는 ‘3자 토론’이란 코너가 화제가 됐다. 2003년 선보인 이 코너는 17대 대선 당시 고 노무현 대통령과 국회의원 이회창, 권영길이 참석했던 TV토론을 패러디했다. 개그맨들이 각 의원의 캐릭터를 흉내내어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 코너에서는 권영길을 흉내낸 개그맨 김학도가 ‘국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는유행어로 만들어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특히 <개그콘서트>에서 다양한 풍자개그를 시도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봉숭아 학당> 코너에 등장했던 ‘동혁이형’ 캐릭터는 학교 체벌 문제나 등록금, 부도덕 상조회사 등 사회 전반적인 세태에 대해 보다 직설적으로 풍자했다. 이후 <애정남>이나 <비상대책위원회>, <사마귀유치원>에서도 ‘지금부터 정한겁니다잉’, ‘야 안돼~’ 등의 다양한 유행어를 만들어내며 풍자개그의 유행에 큰 역할을 했다. 이밖에도 개그 프로그램 <웃고 또 웃고>의 ‘나는 하수다’는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나는 꼼수다’ 프로그램을 패러디해 ‘박그네’를 등장시키거나 정봉주 전 의원 수감을 풍자하는 등 사회적 이슈를 반영해 웃음을 이끌어냈다.

이호연 기자  pineblue@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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