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강제북송에 관해

2월 말, 자유선진당 소속 박선영 의원이 “탈북자 강제북송을 중지하라”며 중국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박 의원은 2월 초에 북한을 빠져나온 12명의 탈북자의 소식을 접하고 눈물을 흘리며 앞에 나섰다. 이외에도 많은 단체들이 중국대사관 앞으로 몰려들었다. 심지어 차인표를 필두로 연예인들도 이들과 함께했다. 그때, 대단한 일이 일어났다. 중국대사관앞에서 시위를 하는 사람들은 이른바 ‘보수’단체가 많았다. 그 보수단체들이 ‘종북좌익’이라고 일컬었던 진보단체들에게 “같이 시위를 하자”고 요구를 했고 몇몇 진보단체들도 이들과 함께했다. 조중동은 말할 것도 없고 한참 파업 중인 방송3사(KBS, MBC, YTN) 또한 이를 앞 다퉈 보도했다. 박 의원은 이외에도 유엔인권이사회에 탈북자 강제북송조치를 막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대대적으로 강제북송중지요구를 크게 보도하고 대내외적으로 알린 경우는 없었다. 그러나 지난주, 시사주간지 <시사IN>은 ‘탈북자, 그 불편한 진실’이란 제목으로 커버스토리를 펴냈다. 기사는 “남한에서 떠벌리고 다녀서 중국 중앙공안이 직접 처리해 강제북송 할 수 밖에 없다”며 “지금까지 ‘조용한 외교’로 탈북을 성사시켰는데 갑자기 ‘시끄러운 외교’로 바뀌어 탈북과정에 상당히 애로사항이 생겼다”는 내용이었다.

중국에서 탈북자들은 ‘북한 주민’으로 분류된다. 이들이 ‘남한인’으로 분류가 되려면 남한에 가족이 살고 있거나 혹은 남한에 직장을 둬야한다. 당연히 이 조건에 부합되는 탈북자는 극소수다. 때문에 탈북자들을 돕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중국 지역공안과의 뒷거래를 통해 ‘남한인’신분을 얻게 하려고 노력한다. 평균적으로 두당 8천위안(元) 정도를 지역공안에게 쥐어주면 최소 ‘생계위협으로 인한 탈북’으로 분류된다고 한다. 쉽게 말해, 먹을 것이 부족해 탈북을 했다고 분류가 되는 것이다. 생계위협의 탈북이 공안에 적발되고 북한으로 송환 됐을 때 그들이 받는 형벌은 3개월 동안 강제노역에 동원되는 것이다. 그러나 탈북 후 행선지가 ‘남한’인 사람들의 경우 정치사범으로 분류된다. 지상 최악의 수용소라는 북한 정치범수용소에서 3년 동안 갇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보통 많은 활동가들은 탈북이 실패 했을 때를 대비해 원인이 생계위협으로 분류 될 수 있도록 ‘조용한 외교’를 시도한다. 또한 탈북자의 경우 지역공안 소관이기 때문에 지역공안과 말만 잘 통하면 탈북자들을 매우 쉽게 남한으로 보낼 수 있다. 그러나 ‘시끄러운 외교’가 발생하고 나서부터는 12명의 탈북자 모두, 지역공안이 아닌 중앙공안의 소관이 됐다. 이후의 과정은 충분히 예측가능하다. 탈북자가 생겼는데 남쪽에서 강제북송 막으라한다. 북한은 반드시 중국에 ‘강제 송환’을 요구할 것이다. 또한 이들을 정치사범으로 분류할 것이다. 결국 ‘탈북자를 살리기 위한 시끄러운 외교가 그들을 죽이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추세다.

지난 17일에는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선 ‘탈북자 강제북송반대 걷기대회’가 열렸다. 이 자리엔 박 의원과 함께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김을동, 김형오, 전여옥, 강용석 의원 등 보수 인사들이 밀집했다. 한 보수인사는 “제주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이들도 이런 행사엔 참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 피켓엔 “천성산 도롱뇽보다 탈북자 목숨이 중요하다”란 문구도 실려 있었다. 이는 모두 제주도 강정마을의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이들을 비꼰 것으로 밖에 풀이되지 않는다. 또한 과거부터 ‘탈북자 강제송환에 반대하지 않으면 종북좌익세력’이란 보수 세력의 프레임이 다시 한 번 드러난 순간이었다.

탈북자들의 탈북과정은 아무래도 중국 지역공안과의 뒷거래, 망명, 은둔의 연속이다. 때문에 탈북을 돕는 종교인이나 운동가들은 이를 떠벌리고 다니지 않는다. 남한의 대중외교는 이미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과연 총선을 25일 앞둔 가운데 탈북자의 강제송환을 반대하는 이들이 실제로 북한 인권에 대해 생각이나 하는지 모르겠다. 언제나 실용주의와 합리주의의 바탕을 둔 ‘신자유주의’ 사상을 지닌 사람들이 외교적 해결은커녕 너무나도 낭만적으로 접근하는 건 아닌지? 아니면 표 수집에만 몰두해 탈북자 12명에 생사 여부에 대해 관심조차 없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탈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 상대는 그 어느 나라도 아닌 중국이다. 또한 중국과 북한은 순망치한(脣亡齒寒)인 혈맹관계다. 남한이 공개적으로 이 사안에 대해 떠든 이상 중국 중앙공안에서 탈북자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물론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바탕으로 마무리할 것은 자명하다. 결국 죽을 용기를 내 북한을 탈출한 12명의 탈북자들은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남쪽에서의 ‘사실상 확인사살’을 당한 셈이다.

존경하는 박 의원님, 유럽 혹은 미국 가서 북한 인권에 대해 떠드느니 차라리 중국과의 조용한 외교를 지속했으면 어땠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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