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박주영의 군대 연기가 발표됐다. 모나코 국왕이 부여한 10년의 장기체류자격에 의해 박주영은 군 입대를 2022년 말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 기사가 속출하고 있는 지금, 필자는 박주영에 대한 언론의 태도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현재 각 언론사가 박주영에 대해 취하고 있는 태도는 사뭇 공격적이다. 심지어 어떤 기자는 박주영을 승부조작으로 K리그에서 퇴출당한 최성국과 동일시하는 기사까지 썼다. 축구팬들이 최성국을 경멸하는 마음을 담아 ‘최레기(최성국+쓰레기)’라는 별명까지 붙였던 것을 생각하면 가히 충격적인 기사가 아닐 수 없다. 
 

▲ 언론에서는 앞다퉈 비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우선 언론은 박주영의 입대 연기가 새로운 병역비리의 선례가 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병무청이 이번에 박주영에게 입영 연기를 선고한 이유는 ‘영주권(영주권제도가 없는 나라에서 무기한 체류자격 또는 5년 이상 장기 체류자격 포함)을 얻어 그 국가에서 1년 이상 거주한 경우 병역을 37세까지 연기한다’는 법 조항 때문이다. 박주영은 모나코 공국에서 10년의 장기체류자격을 받았고 이는 영주권 제도가 없는 나라에서 5년 이상 장기 체류자격에 포함되는 것이다. 이번 사례가 병역비리의 선례가 되려면 선수들이 이런 자격을 쉽게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모나코 국왕이 부여한 10년 장기체류자격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일까? 정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박주영은 'AS모나코' 소속시절 부진한 팀 동료들 속에서 홀로 고군분투하며 팀을 프랑스 1부 리그에 잔류시켰다. 게다가 그당시 팀의 구단주가 모나코 공국의 왕자였기에 박주영은 모나코 공국 왕실의 초청을 받아 식사를 함께할 정도로 특별대우를 받았다. 이런 특수성 속에서 박주영은 장기 체류자격을 얻었고 이는 입영연기로 이어진 것이다.

또한 필자는 축구 선수들이 앞으로 군 입대 연기만을 바라보고 영주권 제도가 없는 국가로 해외 진출할 것이라는 주장도 비현실적이라고 본다. 선수들이 해외진출을 모색할 때에 고려하는 소위 ‘이름 있는 리그’ 소속팀 중에는 이번 경우와 같은 조건을 만족하는 팀은 'AS모나코'뿐이기 때문이다. 물론, 입영연기를 원하는 선수들이 그 팀으로 가지 않겠냐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이 숨어있다. 바로 현 상황이다. 최근 'AS모나코'는 프랑스 2부 리그에서도 강등 위기에 처해있다. 팀이 이런 상황이니 우리나라 선수가 갈 리도 없다. 게다가 진출한다 하더라도 박주영에 버금가는 활약을 해주지 않는 이상 모나코 국왕이 장기체류자격을 허락할리도 없다. 물론 이런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키는 선수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정도 가능성으로 박주영이 병역비리의 선례가 될 것이라 주장한다면 현재 병역법 자체를 뜯어 고쳐야 할 것이다. 

▲ 이번에 논쟁을 증폭시킨 김현회의 칼럼에서는 장기체류자격을 이민 준비로 확신하는 오류를 범했다.

더불어 언론은 박주영에게 도의적인 책임을 묻고 있다. 법에는 저촉되지 않지만 도의적으로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던 박주영을 최성국에 빗댄 기자도 이를 근거로 기사를 썼다. 입영이 연기되어 현역병으로 입대하는 것은 상관 않지만, 현재 병역법상 36세에서 37세에 입대할 경우에는 공익요원으로 근무하기에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박주영의 의지가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는 박주영이 공익요원으로 근무하기 위해 36세 이후에 군 입대를 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또한, 현재 박주영이 병무청에 이와 관련된 각서까지 제출한 상태이니 문제는 없을 것이라 본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병역문제는 민감한 것이다. 하지만 확실치 않은 기사로 주요 포털 사이트 메인이 도배된다면 그것이 과연 언론으로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인터넷상에서 조회 수를 높이기 위해 자극적인 기사만을 쓴다면 그것은 이미 언론으로서의 초심을 잃은 것이다. 축구팬으로서, 박주영의 팬으로서 바라는 것은 하루빨리 우리나라 스포츠 언론계가 자성하는 것뿐이다. 
 
▲ 이번 병역연기 사건으로 박주영은 논란의 중심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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