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내 이름을 불러주는 순간, 나는 그에게로 가 꽃이 되었다”

대학쯤 왔으면 누구나 알법한 김춘수 시인의 ‘꽃’의 한 구절이다. 알다시피, 이 시는 ‘이름 부르기’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름이란 부르는 순간 그 사람, 혹은 그 사람 전체가 되고 때문에 소설 등의 문학 작품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물론, 현대에서도. ‘인디언식 이름 짓기’ 등 00식 이름짓기가 유행한 것만 봐도 이름이 충분히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때문에 작가들은 이름 하나하나에 등장인물의 성격을 담는다. 해리포터 속 지혜로운 선생님인 맥고나걸 교수에게 그리스 로마신화의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라는 이름을 붙이는 식이다. 이러한 특징은 여타 다른 판타지에서도 나타난다. ‘반지의 제왕’ 같은 경우에는 대부분의 이름이 톨킨이 직접 만든 ‘요정어’로 돼 있다. 요정족의 전사인 레골라스는 푸른 잎, 이실은 별, 프로도가 반지를 없애기 위해 가는 모르도르는 검은 땅 등이다.

이렇게 다양한 이름 중에서도 흥미로운 이름은 해리포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사이빌 트릴로니Sybyll Trelawney’라는 점성술사의 이름이다. 사이빌(sybyll)은 로마어 시빌(Sibyls)에서 유래했다. 시빌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예언과 신탁을 전달하는 능력을 가진 열 두명의 여자 예언자들이다. 점성술을 하고 아주 가끔, 엄청난 예언을 하곤 하는 트릴로니 교수와 딱 어울리는 이름이 아닐 수 없다.


시빌의 예언서들은 그리스, 로마 문화에서 이교도를 동화시키고 지속적으로 통제하는 방법으로 사용되었다. 또한, 이들에게 성경에 나오는 유대인 예언자적 성격을 부여해 예수의 탄생을 예언한 자들로 재해석되기도 했다. 시빌은 이 때문에 미술에서도 다양하게 등장한다. 미켈란젤로Michelangelo(1475~1564)는 시스티나 대성당의 천장화(1508~1512)에서 각각 6명과 5명의 시빌 초상을 그린 바 있다. 여기에서 모든 시빌들은 구약성서의 예언자들과 함께 묘사돼 있으며 두루마리나 책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대체로 시빌들은 아그리핀(채찍), 심메리언(십자가, 풍요의 뿔) 등 새미언(장미, 요람), 티부르틴(비둘기, 잘린 손) 특정한 지물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여성, 그리고 특히 예언자에게는 신화적으로 좋지 않은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시빌들의 경우 그들의 최후가 알려져 있지 않으나 시빌 예언서들은 5C경 자취를 감췄다.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유명한 여성 예언가인 카산드라는 아무도 자신의 예언을 믿지 않아 불행에 빠졌으며 결국 적국으로 끌려가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트릴로니 교수 역시 순탄치 않은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 점에서 이 역시 신화 속 여성 예언자들과 그 길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그저 스쳐지나가며 읽는 이름에 담겨 있는 인물의 일생! 다음부터 책을 읽다가 그 인물이 궁금하다면 이름의 뜻부터 찾아보도록 하자. 이름의 뜻과 소설 속 상황을 연결시켜 보는 재미와 이름을 근거로 다음 상황을 예측해 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참고자료: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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