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시간을 내지 않으면 소설책 한 권 읽기도 어려운 시기인 것 같다. 한창 취업 전선에 뛰어든 20대들에게 왜 문학을 멀리하는지 묻는 것도 머쓱할 정도다. 토익 점수 따기와 자격증 공부, 심층면접 준비, 학점 관리에 지친 학생들이 한숨 돌리기 위해 문학책을 꺼내는 것은 좀처럼 상상하기 힘들다. TV에서 재밌는 드라마나 예능이 쉴 새 없이 방송되고, 볼거리가 가득한 영화와 뮤지컬, 연극이 매일 사연되는 이 시간에 과연 오늘날의 소설은 어떤 위치에 있는 것일까.

이런 와중에 놀랍게도 서점가에서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이 굉장한 판매고를 올렸다는 기사를 접했다. 단편집이 아닌 장편이기는 짧은 시간에 이만큼 폭발적인 반응을 보인 소설은 드물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애란은 첫 소설집 ‘달려라 아비’에 실린 단편 ‘노크하지 않는 집’으로 등단 한 뒤 작가로서 활동을 시작했는데, 젊은 작가임에도 한국현대문학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애란의 첫 장편 소설인 ‘두근두근 내 인생’의 성공적 출간과 함께 그녀는 한국 소설이 지향해야할 방향점을 구체적으로 보여준 것과 다름이 없다.

문단에서 평가가 좋은 젊은 작가들은 더러 있지만 김애란처럼 모든 작가들이 대중들과 소통하는 글쓰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형식의 실험, 예술적 지향점, 작가 특유의 문체등 많은 이유로 현대 소설이 대중들에게 외면당하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은 조로증에 걸린 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워서 그가 바라보는 세상을 유쾌한 문체로 풀어낸다. 재치있는 표현들과 깔끔한 문장이 소설의 가독성을 높여주기 때문에 장편 소설이지만 무리 없이 술술 읽힌다. 정신 없이 소설을 읽고 나면 가슴 따듯한 유쾌함이 지나가고 아련한 슬픔과 안타까움이 가슴 속에 남는다. 과연 내가 주인공이었다면 어떤 마음이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김애란 작가는 소설이라는 장르가 대중과 함께해야 의미가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깨우쳐 준다. 아무리 훌륭한 소설도 대중들에게 외면당한다면 죽은 것이나 다름 없다. 김애란은 문학적 진정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한국문단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몸도 마음도 지쳐서 기댈 곳을 찾고 있는 청춘이라면 김애란의 소설 속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아봤으면 좋겠다. 짧은 재미만이 범람하는 이때이기에 꽃향기가 나는 긴 여운이 더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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