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매치의 인기를 뛰어넘는 슈퍼매치.

K리그에서 유일무이하게 A매치의 인기를 뛰어넘는 경기가 있다. 바로 슈퍼매치다. 수원삼성과 FC서울의 경기를 의미하는 슈퍼매치는 FIFA 선정 세계 유명 더비 20개 중에서도 7번째로 거론되는 명실상부 아시아권 최고의 더비다.(더비란, 라이벌전을 의미한다) 언제나 그랬듯, 이번 슈퍼매치도 많은 관심을 끌었고 지난 4월 1일에 45000명 정원의 수원 월드컵 경기장은 45192명의 관중으로 가득 찼다.

세계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더비를 앞두면 양 팀의 신경전이 있기 마련이다. 상대적으로 조용히 지나간 이번 슈퍼매치도 그랬다. 경기 며칠 전 수원삼성이 공개한 문서 한 장이 바로 그것이었다.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이 문서는 바로 FC서울의 항의 공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공문이란 원래 구단과 구단 사이의 문서지만 수원삼성은 FC서울 측의 사기를 꺾으려 이를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이다. 수원삼성의 이런 행동은 결국 서울팬들의 사기를 떨어뜨려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 슈퍼매치를 맞이하는 수원삼성의 서포터즈 그랑블루


▲ 슈퍼매치를 맞이하는 FC서울의 서포터즈 수호신


경기가 끝난 후에도 신경전은 계속됐다. 이번 경기의 MVP로 선정된 수원삼성의 박현범 선수는 “경기 전에 상대팀 감독이 우리는 하나가 아니고 서울은 하나라는 말을 했다”며 “오늘 결과를 보니깐 우리가 하나고 서울이 하나가 아니었던 것 같다”는 발언을 남겨 FC서울 최용수 감독의 경기 전 발언을 비꼬았다. 또한, 수원삼성 윤성효 감독은 “서울을 이긴다고 승점을 6점 주는 것은 아니지 않냐(K리그에서 한 경기를 이겼을 경우 얻는 승점은 3점이다.)”며 라이벌전의 승리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섰다.


하지만 이번 슈퍼매치는 아쉬운 점도 많았다. 필자는 슈퍼매치를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가 안타까웠다. 경기 전에 양 팀 감독이 함께 언론을 만나는 자리를 미디어데이라고 하는데, 지난 3월 30일은 슈퍼매치의 미디어데이였으니 한바탕 설전이 예상됐다. 그러나 미디어데이는 조용히 끝났고 현장에 있던 기자들과 인터넷을 통해 지켜보던 축구 팬들에게는 아쉬움만 남겼다. 물론 상대에 대한 강한 비난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더비를 앞두고 발생하는 적당한 신경전은 오히려 흥미요소라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 슈퍼매치를 앞둔 양 팀 감독의 미디어데이는 예상외로 싱거웠다.


이번 슈퍼매치는 수원삼성이 보여준 좋은 경기력만으로도 보는 맛이 있었다. 하지만 ‘양 팀 감독이 조금만 더 언론 플레이를 했다면 더욱 재미있는 슈퍼매치가 되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은 아직도 가슴 한편에 남아있다. 그래도 이런 안타까움은 가슴 구석으로 치워두고 지금은 재밌는 슈퍼매치를 봤다는 것 자체를 기뻐하고 싶다.

▲ 수원삼성의 스테보가 팀의 두번째 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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