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학기부터 우리대학 교양과정이 대대적으로 개편됐다. 교양교육 전담기구인 ‘글로컬 소통ㆍ통섭 교육원’이 설립됐으며 기초교양은 ‘소통교양’으로, 핵심교양은 ‘통섭교양’으로, 또한 일반교양은 ‘인성교양’이라는 명칭으로 변경됐다. 하지만 학우들은 이보다 몇몇 교양강의가 줄어든 사실과 2학점이었던 강의가 3학점으로 오른 점에 주목했다.

지난 15일 열린 학생총회에서는 주요 안건으로 ‘교양수업 개수 및 학점 복원’이 상정돼 1892명의 학우 중 1672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또 이번 총학생회에 출마한 두 선본도 교양관련 공약을 내세웠다. 이는 학우들이 교양과목 개편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우리대학은 현재 교양과정뿐 아니라 본ㆍ분교 통합, 학사 구조조정 등의 큰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23일 열린 교무위원 워크숍에서는 그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지만 그날 진행된 논의사항에는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 학우들이 학교가 진행하는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알고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러한 학교의 학생을 배제한 학사관련 논의는 요즘 언론에서 자주 접할 수 있다. 올해 초 서울대의 법인화와 동국대 구조조정, 그리고 그 과정에 있어 학생들의 반대 행동에 동국대학교 측에서 과한 징계를 내린 것이 그 예다.

현재 대학들은 언론사 대학평가와 대외 평판에 매달려, 취업률과 기타 대학평가 항목에만 대부분의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우리대학은 글로벌 지수를 높이기 위해 유학생을 무분별하게 유치했으며 이는 내부적으로 적지 않은 문제를 낳고 있기도 하다.

학교의 교원뿐 아니라 직원까지 모든 이가 학교의 발전을 위해, 더불어 학생의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으며 누구보다 노력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방법부터가 학생들이 진정 바라는 것과는 어긋난 형색이다. 발전을 위한 생각의 기반이 너무도 다른 것이다.

이번 학생총회 안건만 봐도 알 수 있듯 학생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교육의 질 향상과 학생 복지 증진이다. 학교의 대학평가순위가 올라간다 하더라도, 평판이 아무리 좋아진다 하더라도 학생들은 지금 당장 들을 교양 강의가 부족한 것에 분노한다. 콩나물시루 같은 강의실에서 전임 교원이 아닌 강사에게 상당수의 강의를 듣는 학우들에게 학교의 발전 방침이 과연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대학 사회에서 학교는 ‘교육의 장’이라는 당연한 명제를 떠나 ‘취업사관학교’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이제 그러한 일방적이고 일률적인 생각과 방식을 벗어 던져야 한다. 그리고 진심을 다해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소통을 통한 진정한 발전을 꾀해야 할 때다.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하다보면 많은 시간이 소요되거나 복잡하고 어려운 방법이 될 수 있고, 더 나아가 발전이 더뎌질 수도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탄탄한 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돌아가는 것이 옳다.

대학의 일방적인 행정 집행에 끌려가는 학우들보단 본부와 어깨를 나란히 해 나아가는 학우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 한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사람의 한 걸음이 더욱 가치 있다는 것, 흔히 쓰이는 말이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가 품어야 할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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