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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몸을 통해 여성을 이야기하다, 레드마리아
남기인 기자 | 승인 2012.05.07 03:16
‘오랜만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좋은 친구를 만난 듯하다’, ‘딸이 있으면 꼭 손잡고 보러가고 싶다’, ‘여성의 경험과 일상, 그리고 몸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 한 영화제에서 레드마리아를 관람했던 관객들의 평가다.
비정규직노동자, 가사노동자, 노숙자, 위안부 할머니, 성노동자, 이주여성들까지! 우리 주변에서 비슷한 듯 다른 이름으로 살아가는 여성들을 감독은 관객의 시선에서 생생하게 그려낸다. ‘레드마리아’에서는 한국과 일본, 필리핀 등 각기 다른 곳에서의 다양한 여성들이 등장하지만 감독이 그들을 묶는 키워드는 바로 ‘몸’이다. ‘서로 다른 여성들의 노동이 비슷한 방식으로 그들의 몸과 연결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감독의 물음으로부터 영화는 시작하는 것이다. 물론 화려한 액션이나 재미있는 볼거리, 웃음 코드가 많은 영화는 아니지만 평범한 여성들의 삶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을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화, 그것이 바로 ‘레드마리아’다.


   
ⓒ 네이버 영화
<레드마리아의 줄거리>
50년이 지나서야 진실을 밝힐 용기를 얻었다는 위안부 할머니 리타
열여섯 살의 나이에 아빠 없는 딸을 낳은 성노동자 클롯
항상 가족들을 그리워하지만 결혼 10년 만에 겨우 친정을 방문한 이주 여성 제나린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 종희
노동을 혐오한다며 일하지 않을 권리를 누리는 도쿄 홈리스 이치무라
24시간 일하는 가사 노동자는 순자
철거 위기에 놓인 빈민 그레이스 등 각지를 넘나들며 감독 ‘경순’이 전하는 그들의 일상 이야기.








토론참여자: 문준호(문과대ㆍ사학3), 허지수(경영대ㆍ경영정보4)

사회자: 다양한 여성들이 등장하는데, 감독은 그들을 모두 ‘배’로 연관지었어요. 굳이 배에 연관시킨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문: 감독이 여성의 몸을 무척 특별하게 여기는 것처럼 보였어요. 노동은 아무래도 몸과 필수불가결한 관계다 보니 자연스럽게 몸과 연관된 것 같아요.

허: 여성의 신체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을 배로 본거죠. 여성들은 어릴 때부터 ‘배는 내놓지 말아라’, ‘배는 항상 따뜻하게 해야 한다’ 이런 말들을 자주 듣곤 하잖아요. 그런 맥락에서 배를 중요하게 여긴 것 같아요.

문: 남자로서 감독이 영화 내내 배에 대해 인식시키는 이유가 무척 궁금했어요. 여성의 인생은 배로부터 시작된다는 듯이 말이죠. 제 생각엔 배보다는 ‘자궁’을 나타내려던 것을 배로 순화해서 보여준 것 같아요. 사실 자궁이지만 표면적으로는 ‘배’가 여성을 정의하는 상징일 수도 있고, 여성의 핵심키워드라고 할 수도 있잖아요.
   
ⓒ 네이버 영화

사회자: 영화의 주제는 무엇이었을까요?

문: ‘여성들이여 당당해져라’가 아닐까요? 감독이 여성을 인식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게 여성의 몸 그 자체였잖아요. 하지만 임신과 출산을 겪는 여성의 몸은 사회에서 핸디캡이 될 수도 있어요. ‘그런 한계를 인정하고 사회 편견에 맞서야 한다’ 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던 것 같아요.

허: 여성 차별이나 노동을 떠나서 그냥 ‘여성은 당당하다’는걸 말하고 싶었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여성들이 겪는 차별에 관해 말하고 싶었던 건가?’ 했었는데 아니더라구요. 성노동자나 이주 여성, 철거민 등은 일반 여성이 보편적으로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은 아니잖아요. 그렇다보니 영화 속의 주인공들이 겪는 성차별은 저 같은 일반인은 공감하기 어려웠어요. 하지만 분명한 주제는 있었어요. 여성이 알게 모르게 연약해보이고 특히 신체적으로는 남자에 비해 좀 뒤처질지 모르겠지만 제일 강한 건 여성이었다는 것을 말이에요.

사회자: 만약 본인이 감독이었다면 앞서 말했던 주제를 어떻게 다뤘을 것 같으신가요?

문: 정말 여성에 대해 말하고 싶었으면 그냥 일반적인 여성을 대상으로 만드는 게 낫지 않았을까요. 이 영화에서는 사실 낯선 직종의 여성들이 많이 나오잖아요. 가장 일반적인 여성을 주인공으로 했더라면 우리 사회의 성 의식, 여성의 사회적 입지를 더 잘 다룰 수 있었을 것 같아요.

허: 저 같은 경우는 정말 여성의 입장에서 여성들만의 이야기를 하는 영화로 만들었을 것 같아요. 이 영화는 여성뿐만 아니라 노동이나 하층민의 사회 문제 등 여러 가지 주제를 다루잖아요. 그래서 완전히 페미니스트적이라고 하기엔 좀 애매한데 저라면 아예 페미니스트적으로 다뤘을 거예요.

   
ⓒ 네이버 영화

사회자: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누구였나요?

허: 일본군에게 단체로 강간당했었다는 리타 할머니와 그 마을 할머니들이요. 안타까웠어요. 우리나라도 선진국은 아니지만 예전보다 잘 사는 편인데도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잖아요. ‘리타 할머니가 사는 열악한 나라는 이런 사건이 있어도 크게 이슈화 하지를 못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픈 기억을 평생 짊어지고 있었다는 게 너무 힘들었을 것 같아요. 성폭행 당했던 사람들의 기억은 평생 간다고 하잖아요. 치료를 받아도 기억이 치유되기 어려운데, 이 분들은 치료는커녕 다 서로 모른 척하고입 다물고 있어야 했으니……. 뒤늦게라도 아픈 기억을 밝힌 걸 보니 그분들은 정말 용기 있고 강한 여성 같았어요.

문: 저는 이치무라라는 캐릭터요. 이치무라는 자기가 노동을 혐오하기 때문에 정말 노동을 하지 않거든요. 노숙자들과 함께 생활하고 음식을 만들어먹거나 하죠. 그 분의 말 중에 ‘ 내가 수익을 얻으면 누군가는 수익을 덜 받기 때문에 노동하는 것은 서로를 잡아먹는 것 같아서 안한다’는 말도 인상적이었어요. 그리고 노동법이 30년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똑같아서 무척 절망스럽다는 말도 했는데 사실 공감이 가지는 않았어요. 제 생각엔 분명히 세상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데 말이에요. 그렇지만 공감이 안돼서 더 애착이 가는 캐릭터였던 것 같아요.

허: 그 이치무라씨는 분명 신선하고 재밌는 캐릭터이긴 했죠. 하지만 어쩌면 무척 이기적인 캐릭터일수도 있어요. 이치무라의 지인이 ‘이치무라 같은 사람이 있을 수 있는 것도 있는 것도 노동하는 사람들 때문에 가능하다’ 라고 말하기도 하잖아요. 음식을 사먹으려고 해도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필요하고, 음식을 파는 사람이 필요하니까 그 분들이 있기에 이치무라씨의 삶이 가능한 거죠.

   
ⓒ 네이버 영화
사회자: 특별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어떤 것인가요?

허: 어느 한 부분이 아니라 전체가 다 인상적이었어요. 너무 신기했던 점은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다 드러내주잖아요. 여성이라면 더 감추고 꺼릴텐데 그런 것이 전혀 없었어요. 정말 내 주변 사람의 얘기를 듣는 느낌? 영화를 보다보면 그 분들이 정말 내 친구처럼 느껴져요.

문: 저도 인상 깊었던 부분을 딱 하나 꼽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전혀 몰랐던 생활을 하는 분들이라 다 인상 깊었어요. 시위 때문에 컨테이너 위에서 3개월 동안 살아가는 여성이라든지 그런 분들의 현실이 어쩌면 더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사회자: 주제가 무척 여성적인데, 남자도 이 영화를 꼭 봐야한다고 생각하세요?

문: 페이스북에도 썼었어요. 남자들도 꼭 봤으면 해서요. 그래도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같은 조건이면 여성이 훨씬 더 불편한 게 맞잖아요.

허: 저도 비슷한 생각이에요. 꼭 남자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봐야 할 영화 같아요. 현재의 자신에게 감사하게 되기 때문에요.

남기인 기자  kissess77@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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