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교수협의회는 2일 교수총회를 열고 김진규총장에 대한 해임권고안을 95.1%의 찬성률로 채택했다. 이에 앞서 직원노조도 지난달 30일 총장 신임투표를 실시해 89.5%가 불신임하는 것으로 응답했다. 교직원 단체들이 연이어 총장 신임투표를 강행하고 그 결과 압도적인 불신임 의견을 보인 것이다. 이 결과를 보면 학교가 사뭇 시끄럽고 총장은 그 위치가 매우 위태로운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에 대한 언론사들의 반응이다. 6일 현재까지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대다수의 신문, 방송이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극히 간략하게 보도하고 있는 정도다. 매일경제는 4일자 기사에서 교협의 해임권고안 채택사실을 보도하면서 ‘그 사유는 △과도한 연구업적 요구 △무리한 학과 구조조정으로 알려졌다’고 썼다. 통상적으로 볼 때 건국대만한 규모의 대학에서 교수와 직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총장 퇴진을 요구하고 또 압도적인 투표결과가 나왔다면 언론이 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보도를 해야 할 터이다. 언론의 반응이 왜 이렇게 시들할까?

교협과 노조가 총장 불신임 투표를 실시하면서 회원들에게 밝힌 사유는 대체로 △구성원들이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점 △대학 순위 하락의 주범인 교육여건 개선의 의지와 장기적인 전략의 부재 △즉흥적이고 근시안적인 행정 △소통부재 △폐강기준 강화 △계열별 부총장제 졸속 시행 △학교 안팎에서 불거진 온갖 구설수와 여러 가지 언행불일치 △무리한 학사구조조정 △교수들을 불안하게 하고 자존심 상하게 한 점 등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유들은 학교 밖의 일반 국민들이나 언론이 보기에는 동조할 일이기 보다는 오히려 비난해야 마땅할 철밥통 집단의 개혁거부로 비치기 십상이다.

대학본부 보직자일동이 교협과 노조의 투표에 즈음해서 전체 구성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은 △교수 연구업적 기준을 상향 조정한 것은 그동안 우리대학의 연구업적 기준이 경쟁대학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아 학교평가에서 불리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며 △학사구조조정을 추진한 것은 학령인구 감소와 사회의 산업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고 △계열별 부총장제를 도입한 이유는 유사학과간의 융합과 분권행정으로 교육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이며 △폐강기준을 높인 것은 그동안 43.7%로 지나치게 낮은 전임교수들의 강의비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만약 총장과 현집행부가 부정부패를 저질렀거나 구체적인 비리가 드러났다면 이번 문제를 다루는 언론의 태도는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경쟁대학의 절반 수준에도 못미치던 교수의 연구업적 기준을 좀 더 올리자는 것에 대해 교협이 “교수들의 학문적 자율성을 침해하고 학자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처사”라는 식으로 반발하는 것에 대해 언론이 쉽게 동조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아울러 학사구조조정만 하더라도 대학본부측은 지난 1년동안 50차례에 걸쳐 계열별발전위원회, only one 위원회 및 자문위원회를 열어 논의해왔던 일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합리적인 대안제시는 없이 반대와 외면만을 해오다 막상 본부측이 구조조정안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가자 교협과 노조는 ‘비민주적인 전횡과 졸속의 극치’라고 비난하고 있다.

언론으로서는 구체적인 팩트도 없이 ‘카더라방송’ 수준으로 전해지는 악의적인 험담에는 애시당초 동조를 할 수 없는 노릇일 것이다. 또 교협과 노조가 제시하고 있는 사유들은 학교의 발전과 생존을 위해 땀을 더 흘리고 개혁하자는 총장과 집행부의 명분을 뒤엎을 만큼의 타당성을 주지 못하고 있다. 교협과 노조에게는 이번 해임권고안과 신임투표의 프레임 자체가 별로 유리하지 않아 보인다. 그것은 대외적으로는 ‘미래와 수구’ 또는 ‘개혁과 안주’의 대결처럼 비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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