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새끼 발톱이 날 설레게 해/그대의 아홉 번째 척추가 날 미치게 해 좋아요/볼록 나온 뱃살부터 보드라운 턱 선이 … 좋아요 너의 통통한 손목 / 좋아요 너의 꼬불꼬불 곱슬머리
가사 속의 등장인물 브래드도 “이게 뭐야”라고 했던 그녀의 모습이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녀는 너무나 현실적이다. 사실 죽자 사랑했던 연인도 눈에 콩깍지만 벗겨지면 바로 가사 속의 그녀로 내 앞에 앉아 있다. 인간은 현실과 환상의 그 중간 어디쯤에 산다. 완전히 현실적인 인간은 너무 매력 없고 완전히 환상 속에 빠져 사는 인간은 대책이 없다. 그러니 우리가 이 팍팍한 세상살이를 그나마 견디려면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나의 길을 찾아야 한다. 나의 그녀도 역시 현실과 환상 사이 그 어디쯤에 있을 것이다.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두 가지로 나뉜다. 마리아와 창녀. 사실 마리아든 창녀든 버스커버스커가 노래하는 현실의 ‘그녀’는 아니다. 최근 한국 멜로영화의 흥행사를 다시 쓴 <건축학개론>의 여주인공 서연은 어찌보면 하늘로 날아가버린 선녀다. 서연은 어머니가 투영된 순결한 마리아의 이미지로 영화를 보는 중년 남성들의 가슴을 녹였다. 또 70대 노인과 젊은 남자, 열일곱 소녀의 삼각관계를 노출 마케팅으로 포장한 <은교>의 여주인공 은교는 창녀의 이미지로 잠시 만질 수는 있지만 영원히 가질 수 없는 환타지 속 그녀다. 세상은 현실의 고단함을 잊기 위해 수많은 환타지 속 그녀들에게 열광한다. 물론 여기에는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불편한 진실이 담겨있지만 이 얘기는 다음기회로 미룬다.
오늘은 볼록 나온 뱃살의 그녀와 함께 버스커버스커를 들으며 이른 여름밤을 만끽해보자. 우리가 꿈꿀 수 있는 것은 깨어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