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슈퍼스타K3에 참가해 준우승을 차지한 버스커버스커라는 3인조 밴드의 노래가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 3월에 발매한 정규앨범의 곡들이 한 음악사이트의 톱10 안에 6곡이나 진입했단다. 나는 그 중에 <이상형>이 제일 마음에 든다. 음원차트 1위곡도 버스커버스커의 노래지만 이곡도 10위 안에 있으니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곡일터이다. 인기있는 가요는 좋은 멜로디가 필수다. 그러나 가요라는 장르의 백미는 역시 가슴을 후비는 가사다.

그대 새끼 발톱이 날 설레게 해/그대의 아홉 번째 척추가 날 미치게 해 좋아요/볼록 나온 뱃살부터 보드라운 턱 선이 … 좋아요 너의 통통한 손목 / 좋아요 너의 꼬불꼬불 곱슬머리

가사 속의 등장인물 브래드도 “이게 뭐야”라고 했던 그녀의 모습이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녀는 너무나 현실적이다. 사실 죽자 사랑했던 연인도 눈에 콩깍지만 벗겨지면 바로 가사 속의 그녀로 내 앞에 앉아 있다. 인간은 현실과 환상의 그 중간 어디쯤에 산다. 완전히 현실적인 인간은 너무 매력 없고 완전히 환상 속에 빠져 사는 인간은 대책이 없다. 그러니 우리가 이 팍팍한 세상살이를 그나마 견디려면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나의 길을 찾아야 한다. 나의 그녀도 역시 현실과 환상 사이 그 어디쯤에 있을 것이다.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두 가지로 나뉜다. 마리아와 창녀. 사실 마리아든 창녀든 버스커버스커가 노래하는 현실의 ‘그녀’는 아니다. 최근 한국 멜로영화의 흥행사를 다시 쓴 <건축학개론>의 여주인공 서연은 어찌보면 하늘로 날아가버린 선녀다. 서연은 어머니가 투영된 순결한 마리아의 이미지로 영화를 보는 중년 남성들의 가슴을 녹였다. 또 70대 노인과 젊은 남자, 열일곱 소녀의 삼각관계를 노출 마케팅으로 포장한 <은교>의 여주인공 은교는 창녀의 이미지로 잠시 만질 수는 있지만 영원히 가질 수 없는 환타지 속 그녀다. 세상은 현실의 고단함을 잊기 위해 수많은 환타지 속 그녀들에게 열광한다. 물론 여기에는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불편한 진실이 담겨있지만 이 얘기는 다음기회로 미룬다.

오늘은 볼록 나온 뱃살의 그녀와 함께 버스커버스커를 들으며 이른 여름밤을 만끽해보자. 우리가 꿈꿀 수 있는 것은 깨어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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