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7일 저녁, 잠실에서는 보기 드문 진풍경이 펼쳐졌다. 종합운동장 내부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인 공연이 펼쳐졌고, 외부에서는 그 공연을 규탄하는 기도회가 열렸다. ‘공연 내용이 동성애를 옹호하고 사탄을 숭배한다’는 것이 기도회를 연 이들의 입장이었다.

이런 웃지 못 할 상황의 중심에는 바로 21C 대중문화의 아이콘이라는 ‘레이디 가가’가 있었다. 레이디 가가는 2008년에 데뷔해 ‘Just Dance’, ‘Poker Face’ 등의 곡으로 전 세계 각종 음악 차트에서 1위를 달성했다. 레이디 가가가 이렇게 전 세계에서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데는 기상천외한 의상과 파격적인 퍼포먼스가 한몫했다. 또, 레이디 가가의 파격적인 사상도 그녀의 인기의 비결 중 하나였다. 그녀는 초기 활동 때 자신이 양성앵자라는 것을 밝힌 바 있으며 게이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얻었다.

그런데 올해 우리나라에서의 내한공연에서는 이러한 퍼포먼스와 사상이 레이디 가가의 발목을 잡았다. 한국교회언론회는 지난 3월 19일에 발표한 성명서에서 "가가는 피로 물든 고기로 옷을 해 입고 공연을 하기도 하며, 노골적인 성행위 묘사는 물론 동성애를 권장ㆍ지지하고 있다"면서 그녀를 공식적으로 비난했다. 그녀의 노래가 반성경적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동양대 진중권 교수는 “동성애가 반성경적이라는 주장은 일부 한국 교회의 시각”이라면서 “해외에서는 동성애자의 성직자 임명까지도 허용하고 있다”며 한국 기독교 사회를 비판했다.

그렇다면, 논란이 되고 있는 ‘Born this way’의 가사를 보자. “게이이든, 아니든 혹은 양성애자이든, 레즈비언이든, 성전환을 했든 그건 중요치 않아요.” 이 노래는 하나님이 창조한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는 입장에 따라 동성애를 옹호하는 듯이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다.

동성애자를 인간으로서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은 서양의 기독교ㆍ가톨릭계에서도 드러난다. 1974년 미 연합감리교회의 청소년목회의원회는 결의안을 통해 “동성연애라는 이유로 목회적 배려에서 제외되어서는 안된다”라고 선언했고 이는 1976년 미연합감리교회의 교리장정, 1971년 독일교회의 백서에서도 나타난다.

이처럼 성경에서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해서 맹목적으로 동성애를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동성애 코드를 포함한 노래를 불렀다고 해서 레이디 가가를 사탄으로 모는 것 또한 옳지 않다. 동성애자이기 이전에 그들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는 하나의 인격으로 인정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든지 극단으로 치우치면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 종교에 대한 극단적인 믿음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표출된 레이디 가가에 관한 논란은 보수적인 종교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일 뿐이다. 자신의 종교가 소중한 만큼 인간에 대한 배려와 관용이 필요할 때다.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