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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자리가 되길"4년 째 계속되고 있는 쌍용차 사태, 희생자 추모 집회를 가다
김현우 기자 | 승인 2012.05.21 06:14

지난 해 11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가 해결될 즈음 쌍용자동차(쌍용차) 해고노동자 가족의 18번째 희생자가 발생했다. 해고노동자들과 일반 시민들은 “더 이상의 죽음을 막아야 한다”며 쌍용차 평택공장 앞 주차장과 공터에 희망텐트촌을 차리고 지지 농성을 시작했다. 또한 해고노동자 가족들의 정신과 치료와 상담을 위한 ‘와락 프로젝트’도 준비했다. 그러나 지난 3월, 22번째 죽음이 발생했고 쌍용차 해고노동자들과 시민들은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며 대중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쌍용차는 우리 모두의 문제거든요”
지난 11일,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쌍용차 해고노동자를 위한 문화제 및 바자회가 열렸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과 문화ㆍ예술인, 시민들의 기부로 이뤄진 바자회에선 각종 서적과 옷, DVD, 판화 등과 김미화, 김제동 등 유명인들의 기증품을 판매했다. 특히, 개량한복 업체 질경이는 1천만원 상당의 물품을 지원했다. 또한 늦은 7시부터는 ‘쌍용자동차 22명 희생자를 위로하고 연대하는 문화제 악’이 진행됐다. 영화 ‘화차’를 연출한 변영주 감독이 사회를 맡은 ‘악’ 문화제에서는 △김진숙 지도위원의 편지 낭독 △만화가 박재동 화백의 기타 공연 △김선우, 송경동, 심보선, 진은영 시인의 ‘23번째 인간’ 시 낭독 △방송인 김제동의 토크콘서트 △인디밴드 허클베리핀과 킹스턴 루디스카의 공연이 이어졌다. 변영주 감독은 “더 이상 악!소리가 아닌 즐거운 락(樂)소리가 날 수 있게 사람들이 연대해줬으면 한다”며 문화제의 이름을 설명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노조) 원상연(40) 조합원은 “쌍용차 문제를 일반 대중들과 함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며 “추모를 넘어서 대한민국의 비정규직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자리가 됐으면 하다”고 이날 행사의 취지를 밝혔다.

건실한 공장에서 ‘죽음의 공장’이 된 쌍용차
쌍용차 사태의 시작은 지난 2004년,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차를 인수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조원들은 “당시 쌍용차는 ‘렉스턴’과 ‘무쏘 스포츠’, ‘뉴 체어맨’의 성공으로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며 “하지만 상하이자동차가 인수 전에 약속했던 신 프로젝트를 위한 4천여억원의 투자는 없었고 결국엔 2007년부터 적자로 돌아섰다”고 말한다. 계속된 적자로 상하이자동차는 2009년 1월, 쌍용차 경영권을 포기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3개월이 지난 뒤, 법정관리에 들어간 쌍용차는 총인원의 36%인 2천 646명을 감축한다고 발표했고, 이에 반발한 노조는 5월 22일 파업을 시작했다. 31일, 쌍용차 사측은 쌍용차 평택공장의 직장 폐쇄를 선언했고 노조는 평택공장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이후 경찰과의 충돌이 계속됐고 결국 8월 5일, 경찰은 특공대를 투입해 이들을 진압했다. 당시 용역직원과 경찰, 노동자 간의 격렬한 충돌로 부상자가 다수 발생해 일각에선 경찰의 과잉진압을 규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진압 바로 다음날, 노사는 △희망퇴직을 하지 않고 남은 974명 중 무급휴직을 통한 고용관계 유지 468명, 정리해고 506명 △경영 정상화시 무급휴직자, 정리해고자, 희망퇴직자 우선 채용 △경영진 및 대주주 교체 △임금 동결 및 복리후생비 절감 등에 합의했다. 그러나 쌍용차가 경영 상황이 어느 정도 회복된 시점까지도 무급휴직자 468명에 대한 복직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동안 22명의 해고노동자 가족들은 생활고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극단적 방법을 택했다.

지난 2009년 5월 27일, 파업 중이던 고(故) 엄인섭 조합원의 뇌출혈 사망으로 첫 사망자가 발생한 이래 올해 3월 30일에는 쌍용차 해고노동자 이윤형 씨가 투신자살했다. 이 사실을 접한 쌍용차 해고노동자들과 시민들은 지난 4월 5일부터 대한문과 평택역, 청주 등에 분향소를 차렸다. 대한문에서 분향소를 지켜온 고동민(38) 조합원은 “22번째 쌍용차 희생자가 발생한 뒤, 쌍용차 범국민 추모위원회가 구성됐다”며 “특히 문화ㆍ예술인들과 시민들이 모여 구성된 1백명 ‘희망지킴이’들과 시민상주들은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에게 큰 힘이 돼고 있다”고 설명했다.

“군대 같은 곳에서 22명이 연속으로 죽으면 국가가 움직일 텐데 말이죠”
시민상주로 분향소를 지켜온 유호준(19) 군은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문제가 점점 심각해진 것은 사람들로부터 외면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나뿐만 아니라 분향소에 들른 많은 사람들이 그분들을 지켜주지 못했다고 죄송하다고 한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해 희망버스처럼 사람들의 참여가 많아져야 한다”며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정치인들도 자연스레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고 복직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고동민 조합원은 “해고노동자들이 잃어버린 일상에서 복귀하는 것만이 23번째 희생자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며 “국가가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날 바자회에 재임용 탈락 전까지 사용하던 판사 명찰을 기부한 서기호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는 “쌍용차 사태가 자신도 겪을 수 있는 문제란 것을 젊은 계약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깨달아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결국 노동환경은 개선되지 못하고 양극화와 비정규직 문제는 심화될 것”이라고 관심을 촉구했다.

한편 지난 18일, 국제자동차노동자 평의회는 쌍용차 희생자를 추모하고 투쟁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또한 이들은 지난 2010년 11월에 쌍용차를 인수한 인도의 마힌드라 그룹에게 해고노동자들의 복직과 유가족에 대한 조의 표시를 촉구했다.

 

   
▲ ⓒ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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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기자  withtmac@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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