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할인마트 SSM 의무휴업 및 영업시간 제한을 넘어 새로운 대안을 찾자

지난 4월, 대형마트에 대해 영업시간을 제한하거나 의무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는 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 개정안(대형마트 영업제한)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 이러한 법적 근거를 통해 지역자치단체 조례가 공포돼, 4월 22일 일요일 처음으로 시행됐다. 이에 따라 전국 대형마트의 30%가 의무 휴업했고, 자정(12시)~이른 8시까지 영업시간이 제한됐다. 우리대학이 위치한 광진구의회는 4월 임시회에서 대형마트 등의 규제안을 부결시켰으나 지난 8일 ‘서울특별시 광진구 유통기업상생발전 및 전통상업 보존구역 지정 등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상정,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빠르면 이달 말, 늦으면 6월부터 광진구의 대형마트 2곳과 SSM(기업형 슈퍼마켓) 9곳이 규제를 받게 된다.

이에 화양시장 야채가게의 김광현(72) 씨는 “아직은 잘 모르겠으나 규제가 시행되면 조금은 나아질 것 같다”며 “시장을 많이 이용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작은 점포를 운영하는 익명의 한 아주머니는 “규제가 되더라도 시장을 많이 찾을지는 의문”이라며 부정적 의견을 표했다.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는 한아름(정치대ㆍ정외2) 학우 또한 “영업제한이 시행될 경우에도 시장이 활성화된다는 보장은 없는 것 같다”며 “값이 특별히 싼 것도 아니고 원하는 물건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에 마트를 간다”고 말했다.

실제 소상공인진흥원과 시장경영진흥원은 13일 문을 닫은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 주변 소매상 459곳과 시장 내 점포 141곳을 조사한 결과 6일에 비해 평균 매출은 7.3%, 고객 수는 6.9% 증가했다고 밝혔다. 첫 의무휴무가 실시된 지난달 22일 전통시장과 소매상 450곳의 매출은 15일보다 평균 13.9%, 고객 수는 13.1% 늘어난 바 있다. 반면에 여신금융협회와 지식경제부의 4월 매출액 분석 결과, 대형할인점의 카드승인액은 전월 대비 7%, 대형마트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2.4% 감소했다. 소상공인진흥원과 시장경영진흥원은 “대형마트와 SSM의 의무휴무 횟수를 거듭할수록 의무휴업제도가 정착돼 중소 소매업 및 전통시장 방문고객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경향신문에서 시장경영진흥원 관계자는 “의무휴무 횟수가 늘어날수록 시장과 동네 슈퍼마켓을 방문하는 고객이 점차 증가할 것”이라며 “소비자 편의를 위해 70개 시장에서 시행 중인 주정차 허용 대상 시장을 더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통시장이나 개인슈퍼 등의 중소소매업체는 이득을 얻는 반면 피해자가 생긴다는 의견도 있다. 대형마트에 농산물을 납품하는 농업인들은 “대형마트 영업제한이 산지발주량을 줄게 하고 결국 농업인들의 피해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대규모 점포라도 연간 농수산물 판매비중이 51% 이상인 곳에 대해서는 영업제한이 없으나 농업인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우리대학 이승신(상경대ㆍ소비자정보) 교수도 “영세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에 또 다른 영세상인이 유탄을 맞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 기획관리팀 고상범 선생은 “농업인들 뿐 아니라 대형마트의 고용인들과 마트에 입점해있는 임대상인, 소비자도 피해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마트 영업제한을 통한 매출이 전통시장과 개인슈퍼로만 가는 것이 아니다”라며 “백화점, 편의점, 온라인 등에서 반사이득을 가져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규제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한 상태다. 또한 대형마트 영업규제를 피해가기 위해 쇼핑센터 등으로 업종을 변경하는 경우도 있다.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대형마트 영업규제 외에 다른 방안은 없을까?

이렇게 강제적인 규제 외에도 전통시장과 영세상인을 살리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이 시도되고 있다.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1시장 1대학 상생협력 △나들가게 등이 그것이다.

2009년부터 전국 937개의 시장, 15만7천2백20개의 점포에서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온누리상품권)’을 쓸 수 있게 됐다. 온누리상품권은 지역 경제와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중소기업청과 시장경영진흥원이 발행한 상품권으로 전통시장 수요 진작을 목적으로 한 전국 단위의 공동상품권이다. 이 상품권은 그동안 각 지자체별, 그리고 각 시장별로 발행됐기 때문에 호환성이 떨어져 이용하는 데 불편했던 지역별 상품권과 달리 이용 및 환전이 편리하고, 상품권 발행·관리 체계의 일원화를 통해 효율적 관리가 가능하다. 개인 구매자에게는 3%의 할인혜택이 있으며, 회수금액의 0.8%를 시장 상인회에 지급한다는 장점이 있다. 2009년 200억, 2010년 900억을 발행했으며 광진구에도 △노룬산골목시장 △자양시장 △중곡제일시장 △영동교시장에서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하고 있다. 145개의 점포 모두가 가맹점인 중곡제일시장에서는 “환전에 문제가 없고 소비자들이 잘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노룬산골목시장의 지순재씨는 “시장의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것 같으나 경기가 안좋아 피부에 와닿지 않는 상태”라고 말했다.

대학과 연계해 시장을 활성화시키려는 시도도 있다. 대전광역시에서는 지난해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1시장 1대학 상생협력 협약을 맺었다. 이 협약에 대해 대전시 경제정책과 유인환 선생은 “전통시장 활성화와 자원봉사 확산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공동협력”이라고 설명했다. 각 9개의 시장과 대학은 1대1로 협약을 맺고 시장은 △자원봉사 시간 인정 △휴식공간의 제공 △장소제공 등의 지원을 한다. 또한 대학은 시장을 홍보하고 상품권 구매 및 사용을 확산시키는 등의 노력을 하기로 했다. 대전대학교와 협약을 맺은 문창시장 전상문 번영회장은 “대학생들이 교통봉사, 친절봉사 등을 해 시장에 올 기회가 늘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대전대학교는 “의도했던 것 만큼은 아니지만 동아리나 단과대 차원에서 소규모로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과 대학의 협력에 대해 이승신 교수는 “협약 후 대학생들의 체험이 실재 구매와 재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전통시장을 살릴 수 있다는 가치있는 소비생활을 강조한다면 긍정적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광진구청 일자리경제과 시장지원팀 김희순 팀장은 “대학과 연계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계획은 아직 없으나 추진되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각 지역별로 ‘전통시장 가는 날’이 지정되고 있다. 중소기업청에서는 지난해 7월부터 매월 마지막 토요일을 ‘전통시장 가는 날’로 정하고 동시에 ‘1기관 1시장’ 잇기 사업을 추진했다. 현재 453개 기관이 874개 전통시장과 자매결연을 맺고 있다. 또한 정부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네슈퍼마켓을 지원하는 ‘나들가게’ 사업을 진행중이다. 현재 전국에 5000여개의 나들가게는 간판 및 진열비용과 경영교육 등을 지원받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2008년부터 ‘문전성시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이는 지역의 문화·놀이공간이었던 전통시장 본연의 모습을 되찾고 일상의 친근한 관광지로 재탄생시키는 프로젝트다.

이승신 교수는 “전통시장과 소매상을 살리기 위한 여러 시도가 있으나 근본적으로 시장이 경쟁력을 갖기 위한 유인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했다.

*SSM이란 Super Supermarket의 약자로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기업형 슈퍼마켓’을 말하며 준대규모점포로 분류된다. 연면적 990~3300㎡ 규모로 대형마트에 비해 출점이 용이하고 가공품을 주로 판매하는 편의점과 달리 채소, 생선 등의 농축산물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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