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맘 먹고 장을 보러 나갔다. 하지만 나는 그저 멍하니 움직이지 않는 자동문 앞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 집 근처의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일이라는 이유로 문을 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무휴업은 부당하다’는 글만 덩그러니 붙어 있을 뿐 굳게 닫힌 문은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분노에 차서 스마트폰으로 폭풍 검색을 했다. 지난 국무회의에서 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된 후,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대형 할인마트와 SSM은 밤 12시까지만 영업하고 매월 둘째, 넷째 주 일요일은 쉬어야 한단다. 말 그대로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일요일도 모자라서 밤 12시 이후에도 영업을 안 한다니! 학교에서 동아리 활동이 늦게 끝나 12시가 넘어서 집에 들어가기 일쑤인 나로서는 정말이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에게 24시간 영업하는 마트는 주린 배를 채워주는 곳이요, 천국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그냥 돌아가기엔 시간이 아까워 주변 시장으로 향했다. 자취한 지 3년째건만 처음 가보는 시장이었다. 사실, 시장은 찾기도 어려웠다. 핸드폰으로 한참을 검색한 후에야 시장 골목을 찾을 수 있었다. 이제까지 몰랐는데 의외로 크고 여러 가지 물건이 있는 시장이었다. 마트의 지하철역과 연결돼 있는데다 한 번에 모든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이점에 가려져 찾지 못한 장소였다.

시끌벅적한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마트에 가면 주변의 시끌시끌함이 싫어 이어폰을 꽂고 다니면서 필요한 물건만 사서 나왔는데 시장에서는 아주머니들과 대화하면서 물건을 사기 시작했다. 반찬가게에서 정말 엄마같이 푸근한 아주머니가 만드신 반찬도 사고, 할머니께서 만들어 파시는 만두도 먹었다. 이런 모습을 보니 시장을 찾는 사람이 적어서 안타깝기도 했다. 그날 시장에 온 젊은 사람은 나를 포함해 손에 꼽을 정도였다.
계획에 없이 간 시장이었지만 의외로 신선하고 재밌었다. 전통시장을 지키고 계신 분들을 위해서라도 많은 사람들이, 특히 대학생들이 시장을 자주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마트의 편리함 역시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임은 부정할 수 없다. 마트의 편리함과 시장의 포근함, 둘 다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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