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협과 노조에 이어 원로교수 모임도 성명서 발표

김진규 총장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반감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지난 14일, 교수협의회(교협)와 직원노동조합(노조)이 이사회에 ‘김진규 총장 사퇴 최후 통지서’를 전달한 것이다. 보직교수 출신 원로교수들 또한 공동 성명서를 발표해 김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이 외에도 현재 대내외적으로 김 총장의 ‘성희롱 발언’이 뜨거운 감자다.

지난 2일 교수총회에서는 ‘총장해임권고안’에 관한 투표를 실시해 95.1%의 찬성율로 의결시켰으며 4월 30일 노조에서는 김 총장에 대한 찬반 신임투표를 진행해 89.5%의 불신임률을 기록한 바 있다.

이후 지난 10일, 교협 대표대의원간담회에서는 △보직교수 인사 단행은 마땅히 물러나야 할 김진규 총장이 자신의 책임을 학처장들에게 전가함으로써 본질을 왜곡 호도하는 행태 △교협과 노조가 설치한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철거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표명했다. 또한 이 자리에서는 지난 7일치 본지 사설 중 ‘총장 신임투표와 언론의 반응’에 대해 “구성원들의 뜻을 완전히 폄하하고 무시하는 어용사설의 대표적인 예”라며 “해당 사설을 쓴 주간교수가 사퇴하지 않고 버티기로 일관한다면 교수들의 거센 항의에 부딪칠 것”이라는 이야기도 오갔다. 이에 대해 해당사설을 쓴 주간교수는 “학보는 학교의 공식신문으로서 학생기자 대표와 주간교수가 각각 쓰는 사설 중 주간교수 사설을 통해 학교측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교협은 하루에도 몇 번씩 교협성명을 전체 구성원들에게 보내 교협의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물거품이 된 그들의 최후 통지서
14일에는 교협과 노조가 이사회에 전달한 ‘김진규 총장 사퇴 최후 통지서’에는 “사퇴를 이행하지 않을 시, 김 총장이 자행한 법에 어긋난 행위들을 정당국과 관할청에 즉시 고발조치하고 방송사 및 각종 언론사에 이를 전면 공개할 것”이라 밝혔다. 그 항목은 △증빙 없이 집행한 연간 1억 5천만 원의 업무추진비 내역 △진료도 하지 않고 수령한 연간 2천 300만원의 진료 수당 △총장 지시로 교내와 골프장에서 이루어진 각종 부당 수의계약 △언론에도 보도된 마산고 야구선수 발언 등 총장의 허언 △직원 오찬 자리에서의 성희롱 발언 등이다.

이 중 김 총장의 성희롱 발언에 대해서는 우리대학 전체 여직원 모임인 ‘청심회’에서 △대학의 총장으로서 입에 담을 수 없는 언어를 휘두른 몰염치한 언행에 대해 전 구성원에게 공개 사과 △건국대의 위상을 실추시킨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 직원은 “고도의 도덕적, 윤리적 가치관을 가져야 할 총장이 부하 여직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태연하게 일반인도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성희롱 발언을 했다”며 “이는 총장의 기본적인 자질에 중대하고도 심각한 흠결이 있는 것”이라 말했다. 이에 대해 임진용(정통대ㆍ컴공4) 총학생회장은 “총장이 현 사태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해명했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직원들, 본관 앞 집회 열다
또 지난 15일 교협과 노조는 ‘학원창립 81주년 기념식’이 열리기 전 본관 앞에서 집회를 진행했다. 교협 장영백 회장과 안진우 노조위원장은 발언에서 “김 총장은 그동안 교수들의 불만을 단순히 교수업적기준을 상향조정한 것에 대한 반발로 호도해왔다”며 “그러나 총장과 얼굴 맞대며 일을 하고 연구논문을 쓰지 않아도 되는 직원사회의 불신임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또 “총장은 이에 대한 대답이 궁색해지자 이제 교협과 노조를 개혁에 반대하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반개혁 세력으로 몰아붙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본부는 일련의 상황에 대해 “우리대학은 경쟁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쳐진 것이 사실”이라며 “학교를 더 좋은 대학으로 만들기 위해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입장을 표했다. 또 “개혁에는 반발이 필연적이고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구성원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부분도 있을 것”이라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서신 등을 통해 앞으로 개선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고 전했다.

겸직 사퇴는 요구수용의 첫 걸음?
집회를 마친 구성원들은 개교기념식이 열리는 새천년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경희 이사장은 기념사에서 “최근 대학의 일부 구성원들이 제기하고 있는 소통이 부족하다는 우려를 잘 안다”며 “구성원들의 상처를 세심하게 배려하지 못한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전했다.

당시 이사장의 기념사가 끝나고 김 총장의 식사 순서가 되자 교직원 50여명이 일제히 자리를 뜨는 웃지 못 할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총장은 식사에서 “지난 1년 반 동안 변화와 혁신에 열중한 나머지, 보다 폭 넓은 소통을 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최근의 사태에 대해 건국가족들에 심려를 끼쳐 매우 죄송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지난 10일 열린 이사회 간담회에서 겸직 사퇴 등을 권고하는 안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사회가 김 총장에게 전달한 내용은 △총장이 구성원들과 더욱 소통하면서 대학 혁신에 집중할 것 △사회분위기를 감안, 급여 및 업무추진비를 합리적 수준으로 조정할 것 △겸직하고 있는 직책의 겸직을 해제하고 총장에만 전념할 것 등 세 가지다. 김 총장은 현재 골프장 운영위원장을 제외한 의무부총장, PSU(Pacific States University) 총장 2개의 겸직에서 물러난 상태다. 총장 측은 본지의 취재 요청에 이 외의 자세한 답변을 회피했다.

한편, 같은 날 현 사태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한 39명의 원로교수 모임은 “교협 및 노조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총장은 교수 총회를 통해 의결한 총장해임권고안과 직원노조가 발표한 총장신임평가를 겸허히 수용해 즉각 사퇴하라”며 “법인이사회는 대학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해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원로 교수는 “총장은 학교의 위상을 위해 피차간 더 이상 폐를 끼치지 말아야한다”며 “우리대학이 다시 좋은 궤도에 오를 수 있게 더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사태에 대해 동생대 이우혁(동생대ㆍ축산식품4) 회장은 “총장이 주장하는 교수연구업적평가는 학교 발전을 위해 필요한 제도적 장치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현재 알려진 사실의 진위여부를 떠나 학교의 이미지를 실추시킨 것은 책임을 져야한다”고 밝혔다. 한편, 인터넷 디시인사이드 건국대 갤러리의 한 학우는 “총장이 독단적이고 즉흥적인 것은 맞지만 연구 면에서 나태한 교수들에게도 문제가 있다”며 “교수들이 연구를 하지 않으면 비싼 등록금을 낸 학생들만 손해를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직원에 대해서는 “우리대학 교직원 임금과 복지는 전국 대학에서 좋은 편이라 들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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