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법인이 딱하다. 학생들은 지난해부터 줄기차게 등록금을 대폭 인하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우리대학의 등록금 인하율은 2.5%이지만 총학생회는 더 많이 인하하고 그만큼 이미 낸 돈을 돌려달라고 10년만에 처음으로 전학대회까지 열였다. 그뿐인가. 등록금은 인하하면서 장학금은 더 많이 주고 학생복지도 더 많이 늘리고 교육시설 투자도 더 많이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교수들도 마찬가지다. 대학순위가 하락하고 있는 주요 원인중 하나가 우리대학의 연구실적이 경쟁대학에 크게 못미치기 때문이라며 연구실적 기준을 좀 더 올리려고 하는 학교당국의 시도에 교수들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법인이 대학에 내려보내는 전입금을 대폭 올려서 교수들을 더 많이 뽑고 교육여건을 대폭 개선하면 대학순위는 크게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 교협의 주장이다. 결국 학생들이나 교수들이나 법인이 더 많은 돈을 풀어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라는 입장이다.

그럼 법인의 처지는 어떤가? 우리학교 법인은 10년전에 스타시티 개발사업을 성공시켜 수천억원에 달하는돈을 학교에 쏟아 부었다. 그 결과가 오늘날의 우리대학이다. 그런데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클라식500이 당초 계획한대로 분양되지 않아 다소의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그 기간 중에도 법인은 매년 교과부가 정한 법정 전입금에 해당하는 연 100억원 정도는 빠짐없이 대학에 보냈다. 법인이 오히려 학교 돈을 쓰는 대학도 적지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대학 법인은 양호한 것이다. 물론 혹자는 성균관대나 중앙대의 경우를 거론한다. 하지만 재벌기업이 법인인 대학과 우리대학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우리대학 법인의 수입원은 고작해야 병원과 유업, 골프장 그리고 건국AMC 정도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구성원들이 요구하는 만큼의 돈을 만들어낼 수가 없는 것이다.

사정이 그러한데도 학교 구성원들은 법인에 끊임없이 요구만 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김진규 총장을 해임하라는 교협 등의 요구까지 추가됐다. 교협과 노조가 총장을 불신임하는 이유는 비교적 단순하다. 총장이 독단적이고 즉흥적인 행정으로 학교를 불안정하게 하고 또 무리한 개혁을 시도하면서 구성원들을 자존심을 상하게 했고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개혁에는 어느 정도 소음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김 총장은 필요 이상의 소음을 만들어온 것 또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학교법인이 선택할 수 있는 총장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유형중 하나일 것이다. 첫째,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하게 학교를 운영하면서 기존의 구성원들과 일체의 마찰을 빗지 않는 총장 둘째, 다소 마찰을 빗더라도 개혁을 강하게 몰아부쳐 학교가 미래에도 살아남을 발판을 마련해주는 총장 셋째, 발전기금을 포함하여 돈을 많이 만들어 법인의 부담을 덜어주는 총장 넷째, 돈도 많이 만들면서 개혁도 동시에 추진해주는 총장 등일 것이다. 학교 구성원들의 입장에서 보면 1번이 가장 좋겠으나 현재 우리대학 법인의 입장에서 보면 4번일 것이다.

김 총장은 부임한 뒤 학교에 알게 모르게 무시할 수 없을 만큼의 이익을 가져다 준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병원과 골프장 그리고 클라식500 등에서 낭비하고 있거나 절약이 가능한 지출요소를 찾아내 막은 것 만해도 수백억원에 이른다는 것이 법인 관계자의 말이다. 아울러 병원을 올해부터 상급종합병원과 외부평가 최상위 병원으로 만드는데 기여했으며 그 결과 병원은 1일 수입이 10억원을 돌파했다. 스카프, 건국 터몰로우, 건국패밀리 등 각종 아이디어로 발전기금 모금도 활성화시키고 있다. 학교법인의 입장에서는 학교의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면 비록 적이라도 손을 잡을 수 있고 걸림돌이 된다면 오래된 직원이라도 버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총장을 내쫒아라고 요구하는 사람들이 만약 재단이사장의 입장에 있다고 할 때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한 가지 방법이 있기는 한 것 같다. 현 총장보다 더 개혁적이고 법인에 더 재정적으로 기여를 많이 하고 그러면서 구성원들로부터 지지도 받을 수 있는 인물을 찾아내 제시할 수만 있다면 아마도 법인은 현 총장을 미련없이 교체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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