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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에 놓인 그들의 선택
남기인 기자 | 승인 2012.05.22 15:22

‘신촌 살인사건’. 몇 주 전 각종 포털사이트의 인기검색어로 떠오르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다. 특히 검거된 용의자 두 명이 모두 10대 청소년이었다는 사실에 누리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난 달 30일, 신촌 일대의 작은 공원에서 대학생 김 모 씨(20)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며 신촌 살인사건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김 군은 흉기에 머리와 목, 배 등 40여 군데를 잔혹하게 찔려 과다출혈로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의 발표에 따르면, 용의자들은 스마트폰 채팅방에서 일어났던 갈등과 삼각관계 문제 등으로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언론은 이를 '살인을 부른 10대의 치정극'이라 보도했으며 신촌 살인사건은 그렇게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피해자의 친구라고 밝힌 한 누리꾼이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사건의 근본적 원인으로 '사령 카페‘를 지목하면서 또다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김 군이 사령 카페에 심취해있던 여자 친구를 사령 집단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려다가 카페 회원이었던 가해자에게 보복 살해당했다는 것이다. 사령 카페는 죽은 사람의 영혼과 교류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의 인터넷 카페 모임이었다.

이로써 신촌 살인사건의 발단에 오컬트(Occult) 문화가 개입됐다는 설이 제기됐다. 오컬트 문화란 주술, 심령, 미스테리, 예언 등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초자연적이고 신비한 존재를 신봉하는 문화를 말한다. TV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 의하면, 지난해부터 인터넷에 난무하고 있는 사령 카페나 오컬트 단체의 회원 대부분은 10대 청소년이라고 한다.

현실도피의 수단으로 자주 이용되는 오컬트 문화에 청소년을 비롯한 점점 더 많은 젊은이들이 빠져들고 있다는 점은 가히 우려할 만하다. 그만큼 젊은 세대가 현실에서의 불만족과 불안을 많이 느끼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한 일간지에서 하재근 문화 평론가는 “오컬트문화의 확산은 그 사회가 병들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징표”라며 “어떤 사회가 고통과 불안에 빠져있을 때 구성원은 자꾸 뭔가를 믿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중국 역사에서도 왕조가 어지러워졌을 때마다 오두미교나 태평천국 등 사람들이 끊임없이 뭔가를 믿으려고 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청소년의 경우는 특히 심각하다. 갈수록 치열한 교육 현실에 정신적으로 미약해진 청소년들은 그들이 숭배하는 사령으로부터 친밀감을 느끼거나 위안을 얻기도 한다. 청소년에게 오컬트 문화에서의 영적인 존재란 자신의 모든 결핍을 채워주는 존재라고 인식되는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우리사회는 너무 각박하고 가혹하다. 지나치게 경쟁적인 구도로 인해 그들은 학교가 끝나기 무섭게 학원으로 직행하는 경주마가 되어버리고 있다. 같은 경쟁 선상에 놓인 친구와 맞벌이에 지친 부모님 대신,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영적인 존재에 의존하게 된 것은 아닐까? 미래 세대의 희망인 그들을 따뜻하게 감싸 안고 보듬어주기 위한 우리 모두의 관심이 절실한 때다.

남기인 기자  kissess77@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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