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연일 시끄럽다. 캠퍼스 내에 김진규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붙는가 하면 유명 일간지에 이러한 상황이 보도됐다. 심지어 김 총장의 성희롱 발언을 담은 내용의 기사가 포털사이트 메인화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학내 구성원으로서 정말 당황스러운 일이다.

교수협의회(교협)와 직원노동조합(노조)은 김 총장에게 강력히 반발하며 행동으로 나서고 있다. 이번 사태에 김 총장이 건국인 모두에게 믿음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 배경으로 작용했음은 분명해 보인다. 중요한 것은 교수와 노조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신뢰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김 총장은 이전에도 경솔한 등록금 발언으로 ‘빵총장’ 등으로 불리며 학생들의 반감을 샀던 바 있다. 또한 학생총회에서 천 892명의 학우들이 모여 의결한 요구안에는 부실한 답변으로 일관해왔다. 이에 총학생회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총장신임투표를 실행할 예정이다. 학생들에게 존경을 얻지는 못할망정 비웃음거리가 되는 총장이란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김 총장은 지난 15일 열린 학원 창립 기념식에서 “그 동안 변화와 혁신에 열중한 나머지 보다 폭넓은 소통을 하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변화와 혁신을 위해서는 먼저 구성원들에게 신뢰를 얻었어야 한다. 변화의 결과를 직접적으로 경험하게 될 당사자들의 충분한 신뢰와 동의 없이는 개혁도 성공할 수 없다. 지금의 어려운 상황은 김 총장의 잘못된 행동과 판단이 자초한 것이다.

부풀려진 발전기금 모금액, 비싼 외제차, 증빙 없이 진행된 업무추진비 등 하나 둘씩 밝혀지고 있는 김 총장의 모습은 참으로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김 총장은 이에 교협과 노조에서 게시한 현수막을 무단 철거한다거나, ‘다시 붙일 시에는 총무처장을 곧바로 경질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독단적인 태도로 대응했다. 이렇듯 이미 확연하게 드러난 사실을 감추는 데만 급급한 모습은 그저 헛웃음이 나오게 할 뿐이다. 하지만 건국발전동문회는 ‘재학생, 교직원, 동문, 교수회에 올리는 글’에서 “행정업무와 관련된 평가 외의 개인적인 소문은 공인으로서 결격사유로 보이지만 프라이버시 측면이 우위에 있어 보인다”고 총장을 옹호했다. 공인으로서 결격사유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사생활이므로 묵인하겠다는 이 말은 최고의 지성으로 대표되는 총장의 자리를 더욱 부끄럽게 하는 말이다. 공식 오찬 자리의 성희롱 발언 등이 사생활로 어물쩍 넘길 일인가?

2010년, 김 총장은 취임 각오를 밝히며 “우리대학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학교의 이름을 날리겠다고 한 것이 지금처럼 성희롱 발언으로 오르내리게 하겠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한 대학을 대표하는 총장으로서 누구보다 도덕적이며 발전적인 모습으로 학교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약속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언론에 보도되는 김 총장의 모습은 그동안 조금씩 발전해왔던 우리대학의 이미지를 오히려 실추시키고 있다.

“우리 대학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로 이 학교의 총장이라는 마음가짐으로 학교 발전을 위해 함께 뛰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는 김 총장의 말은 일 년 반이 지난 지금 정치인의 헛공약처럼 허무할 뿐이다. 최소한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자의 본분을 학생들에게 지적당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총장이란 이름에 대한 무게를 깨닫고, 건국대학교를 위해 ‘진정으로 바른’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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