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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은 최고, 시설은 최악? 수의대의 속사정
권혜림 기자 | 승인 2012.05.22 15:25
‘우리대학에 사는 동물’하면 대부분 일감호의 오리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우리대학 수의과대학 건물 1층에는 실습견들이 상주하고 있으며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수의대 학생을 제외하면 몇 없을 것이다. 현재 수의대의 건물 105호와 105-1호, 105-2호에는 각 10평 남짓한 실험동물실이 있다. 동물 계류시설은 수의대의 특성상 실습 시에 살아있는 동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필수적인 부분이다.

그렇지만 수의대 학우들에게 현재의 실험동물실은 그리 반갑지 않은 존재다. 정예지(수의대ㆍ수의학3) 학우는 “지금 있는 실험동물실은 수용가능한 동물의 수가 적다”며 “건물 내부에 있어 좁고 더러워 수의대 건물 외부에 따로 설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김종훈(수의대ㆍ수의학3) 학우는 “실험동물실에서 냄새가 심하게 나 문만 살짝 열어도 공부에 집중이 불가능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렇게 많은 수의 동물의 수용이 불가한데다 학우들에게 불편을 끼치면서까지 건물 내부에 실험동물실이 자리 잡은 이유가 뭘까.

계류시설 실종사건의 전말
본래 수의대는 동물생명과학대학(동생명대) 소속이었으나 분리돼 나오면서 단독으로 현재의 건물을 쓰게 됐다. 당시 수의대에는 컨테이너 건물 3채의 동물 계류시설이 주어졌다. 그 후, 산학협동관이 지어지면서 계류 시설은 수의학관 뒤편 주차장 쪽으로 옮겨져 2채의 컨테이너 건물만을 사용하게 됐다. 하지만 소음과 냄새로 인해 인근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쳐 결국 2010년 1월 철거됐다. 이후 동물실험실은 수의학관 내부로 들어오게 됐고 전에 비해 시설이 좁아짐에 따라 실습 동물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수의과대 학생회는 계류시설이 철거된 후로 학생자치요구안을 통해 대학본부에 계류 시설 설치를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더불어 지난해 2학기 수의과 학생회는 계류 시설 설치안에 대한 서명운동을 진행해 전체 재적 인원 507명 중 83%에 이르는 420명의 서명을 받았다. 2011년 하반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에서는 수의대 계류 시설 설치 안건이 공식 요구안으로 채택됐었고 지난 4월 열린 상반기 전학대회에서도 계류 시설 설치를 요구안으로 제출했다. 또 지난 3월 천 892명의 학우들이 모인 학생총회에서 수의대를 포함한 각 단과대의 요구안을 가결시켜 본부에 전달하기도 했으나 학교 측에서는 “검토해보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수의대 권경빈(수의학2) 학생회장은 “2010년 컨테이너를 철거하면서 계류시설을 보완 및 설치해주기로 약속했으나 아직까지 아무런 조치가 없다”며 “작년에는 서명운동도 진행했지만 현재까지도 교육환경 자체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라고 비판했다. 수의대 김휘율 학장은 “타 대학은 한 학년 정원이 40명인데 비해 우리대학은 80명인데다 동물도 부족하다”며 “원래는 5명이 한 마리로 실험을 하게 되는데 지금 같은 경우 20명이서 한 마리로 실습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계류시설 설치에 대해 우리대학 신동준 관재처장은 “올해 예산 중 수의과대학에 배정된 예산이 없다”며 “추경예산이 배정되는 즉시 신축에 착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학생과 동물을 위하여
동물 계류시설은 학우들의 실습뿐 아니라 동물들의 복지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권 학생회장은 “실험견은 반려동물이므로 지금 같은 대우는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고 말했다. 제주대 수의대 강태영 교수 또한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건강상 문제가 생기는 것은 윤리적으로 피해야 한다”며 “동물 건강과 복지를 위해 사육실이 잘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재만(수의대ㆍ수의과3) 학우는 “현재 계류시설은 동물복지차원에서 동물에게 좋지 않은 환경이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을 것”이라며 “등록금도 가장 비싼데 명확한 해답 없이 학생자치요구안도 들어주지 않는 것은 너무하다”고 토로했다. 수의대 행정실장은 “학부생 560명에 대학원생 100여명, 교수와 연구교수까지 하면 700여명의 인원이 한 건물을 사용 중”이라며 “건물은 생명환경과학대학, 동생명대의 3분의 1정도로 작고 실습실 절대면적도 부족해 전국 10개 수의대 중 시설부분이 가장 열악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 학장은 지난해부터 시행된 수의학교육인증제에 대비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는 한국수의학교육인증원에서 교육체계를 비롯해 △교육 △시설 및 장비 △전산 및 활동 공간 △장학 및 지원 등에 대한 기준을 제시해 인증하는 제도다. 김 학장은 “그렇게 되면 우리대학도 그 기준을 채워야 하는데 시설부분에 있어 낙제점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시설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서울대 이인형 교수는 지난 4월 대한수의학회 학술대회에서 “사회변화와 과학발전에 따라 수의학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실력을 갖춘 수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기초 및 임상실습이 강조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강재원(수의대ㆍ수의과3) 학우는 “등록금을 내는 만큼 실습의 기회가 부여되지 않는 것 같다”며 “졸업 후에 나가서 임상실험을 할 때 실습 및 경험부족이 드러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권 학장은 “우수한 학생들이 와서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며 “잘 교육시켜 내보내는 것이 교수의 의무니 시설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국 10개 수의대 중 가장 열악한 우리대학
그렇다면 타 대학 수의과대학의 상황은 어떨까? 전국 10개의 수의대 중 계류시설과 강의건물이 분리돼있지 않은 학교는 우리대학과 경북대, 두 대학에 불과했다. 또 현재 조립식 건물을 사용하는 학교로는 경북대와 제주대가 있으며 전북대는 내년에 새로운 건물이 배정될 예정이다. 서울대는 다른 단과대와 함께 사용하는 실험동물센터 외에 동물병원에 설치된 컨테이너를 추가로 사용하고 있다. 강원대와 충남대의 경우 동물병원에 시설이 마련돼 있었으며 경상대, 전남대, 충북대는 가건물이 아닌 큰 규모의 계류 시설이 마련돼 있다.

우리대학의 실험환경에 대해 접한 경상대 수의대 진현우(수의과3) 학생회장은 “아무리 관리를 잘한다 해도 냄새 등의 피해가 심할 것”이라며 “빨리 제대로 된 수용시설이 갖춰져야 하고 학생들이 더 나은 여건에서 공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강원대 수의대 신성우(수의과2) 학생회장은 “인원이 적어서 실질적인 지원이 적은 것 같다”며 “대책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권혜림 기자  nerim2@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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