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누구나 마음에 품고, 다시 한 번 찾아뵙고 싶은 분들이 있다. 마음의 어버이라고도 불리는 그들은 바로 ‘선생님’. 중년 교사의 노련함은 갖추지 못했지만 열정을 가지고 이제 막 고등학교에 선생님으로서의 첫발을 내딛은 선배와, 3년차 체육 선생님인 선배에게 어디에서도 듣기 어려운 값진 노하우를 들어봤다.

김혜진(수학교육과ㆍ10졸/오남고등학교 수학교사)
이우주(체육교육과ㆍ09졸/평촌중학교 체육교사)

선생님이 되겠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가 있나요?
김혜진(김): 저는 유치원생일때도,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때도 쭉 장래희망은 선생님이었어요. 제가 겪은 선생님들이 모두 훌륭한 분이어서 그런 꿈을 갖게 됐다기보다는 어떤 선생님의 이런 점은 좋고, 이런 점은 싫으니까 나는 이러이러한 선생님이 돼야겠다’라고 생각했었죠.
이우주(이): 저 같은 경우는 다전공으로 경영학을 배웠어요. 때문에 일반 회사에 취직할 것인지, 교사가 될 것인지에 대해 갈등을 겪었죠.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을 했어요. 그 과정을 통해 제 자신이 이야기하고, 가르치고, 운동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을 깨달았죠. 회사에 취직했다면 일이 그저 일로 끝나지만, 교사가 된다면 일 자체가 저에게 즐거움이 될 것 같아 교사를 선택하게 됐어요.

▲ 김혜진 선배가 웃으며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고 있다.  ⓒ 김용식 기자

 임용고시 준비기간은 얼마나 되셨고, 구체적인 준비는 어떻게 하셨나요?
김:
임용고시를 준비한 기간은 2년 정도에요. 보통 임용고시의 경우 고등학교 수학 내용을 시험 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렇지 않아요. 때문에 한 두 달 공부해서는 절대 합격할 수 없어요. 교과서 같은 말이지만 멀리 생각하면서 기본서에 충실하고 학교 공부에 충실하면 되는 것 같아요. 저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졸업 후 2년이란 시간을 낭비했지만 학부시절에 이 사실을 알았다면 준비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었을 것 같네요.
이: 저도 임용고시를 학부 4학년 때, 졸업 후 1년을 더해서 총 2년 동안 준비했어요. 중요한 건 스스로가 자신의 상황에 맞춰 계속해서 전략을 수정하는 전략가가 되는 거예요. 학원에서 시키는 대로만 하는 친구들은 항상 커트라인에 아슬아슬하게 떨어지더라고요. 임용고시는 △1차 필기 △2차 논술 △3차 실기ㆍ수업시연ㆍ면접으로 이뤄져요. 수업시연과 면접의 경우 많이 연습해보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다들 자신감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연습을 통해 자신감이 생기는 거거든요. 면접에는 ‘내공’이 필요해요. 책을 많이 읽고, 평소에 생각을 많이 했다면 그 내공이 면접관들의 눈에 보이기 마련이죠.

준비기간을 돌이켜 봤을 때, 학년별로 혹은 시간별로 무엇을 준비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신 것이 있나요?
김:
1~3학년 기간에는 그 당시 배우는 내용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고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야 해요. 임용고시의 범위는 4년 동안 배우는 모든 내용이기 때문에 그 내용들이 습관처럼 몸에 배어있어야 하죠. 4학년 때는 본격적으로 임용고시 준비를 하는 것이 좋아요. 기출문제를 풀고 경향도 미리 파악해야 하죠. 특히 교생실습 기간에는 공부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그 기간은 제외하고 계획을 세워야 해요.
이: 1~2학년 때, 길게는 3학년까지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나’라는 사람은 어느 위치에 있는지 파악하고 정체성을 확립해야죠. 그런 과정에서 생기는 고민들이 축적돼야 슬럼프가 와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 1~3학년 때 정체성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우주 선배 ⓒ 이호연 기자

선생님이 된 후, 가장 어려웠던 점이나 혹은 평소 생각하던 것과 일선에서 겪은 일에 차이가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김: 저는 선생님이 되면 학생 개개인에 대해 생각할 시간, 여러 교육학자를 생각하며 교육 프로그램을 짤 시간이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현실은 그게 아니더라구요, 정말 3월 처음 2주 동안은 화장실 한 번 가보는 게 소원이었어요. 아이들 급식부터 교과서, 학비까지 일일이 다 챙겨야 해요. 나중에 보니 3월 한 달 동안 처리한 기타 업무만 400건이 넘더라고요. 일의 경중을 아직 잘 모르니 쏟아지는 업무 속에서 정신이 없기도 하구요. 아직까지 앞에 닥친 일에만 집중해 바쁘게 일하는 것이 가장 아쉬워요.
이: 교사가 하는 일 중 수업은 30% 정도의 비중에 불과해요. 그만큼 생활지도나 공문처리 등 다른 일이 많아요. 가끔은 제 스스로가 슈퍼맨같이 느껴지기도 해요. 또 학교에 있다 보니 학생들에게 받는 상처도 있어요. 중학교 시기 자체가 아이들이 정말 ‘사람’이 되는 과정에 서 있는 거거든요. 아이들과의 대화와 어른들과의 대화는 그 느낌이 확실히 달라요. 3년차가 되고 익숙해지면서 이제는 ‘아이들이니까’하고 이해하며 넘기고 있죠. 

교사로서의 좌우명 같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
인생을 살면서 제 좌우명은 ‘진인사대천명’이었어요. 최선을 다하고 그것에 대한 결과는 쿨하게 받아들이는 편이었죠.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사람의 일이다보니 그 결과는 천차만별이에요. 그래서 교사가 되고 나서 새로 생긴 좌우명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에요.
: 솔선수범하는 것이 제 교사로서의 좌우명이에요. 교사라는 직업은 학생들에게 큰 영향력을 주는 존재이기 때문에 거짓으로 하면 오래 못 간다고 생각해요. 거짓으로 하지 않으려면 스스로 내공을 쌓아야 하는데 공부하고, 책 읽고, 경험해야 해요.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사람을 보고 배우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교사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해라’, ‘이건 꼭 해라’ 하는 게 있으신가요?
마지막으로 교사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려요.

김: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말라’는 말을 해주고 싶네요. 보통 사범대 학생의 경우 타과, 타학교와의 교류가 적어요. 그렇기 때문에 대학생으로서 즐길 수 있는 많은 것들을 하지 못하죠. 하지만 교사는 정말 직ㆍ간접적으로 이 세상 모든 것을 경험해봐야 하는 직업인 것 같아요.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학교 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봤으면 좋겠어요.
이: 주변에서 “많이 경험해봐”라고 얘기하잖아요. 1~2학년 때는 다양하고 많은 경험을 해보면서 나라는 사람이 정말 교직에 맞는지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해요. 임용고시를 보고 교사가 돼도 자신과 안 맞아서 후회하는 사람도 많아요. 아이들이 싫고 일이 싫으면 순간순간의 삶이 괴롭게 되는 것이죠. 나가서 돌아다니기도 하고, 어떤 한 가지 주제를 잡고 생각을 많이 해보는 과정이 있어야 해요. 그런 과정을 통해 교사가 되기로 결심한다면, 준비할 때도 혼란이 없고 되고 나서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거예요.

 

화이팅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