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와 ‘융’. 고등학교 시절 교과서나 대학 수업에서 한 번 쯤은 접해봤을 이름이다. 영화 ‘데인저러스 메소드’는 역사 속 위대한 철학자들인 그들을 실력파 배우들로 하여금 영화 전반에서 흥미롭게 녹여내도록 한다. 철학자 얘기라 너무 심오하고 어렵다고? 사실 그렇지도 않다. 로맨스 장르인 이 영화는 철학적 접근보다는 감정적 접근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심리학, 정신분석학 등과 얽히면서 그 사랑의 이면은 다소 무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한없이 지루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이 영화가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비고 모르텐슨, ‘액스맨’의 마이클 패스벤더, ‘캐리비안 해적’ 시리즈의 키이라 나이틀리 등의 명배우를 만났단 점은 분명 행운이다. 슈퍼히어로들이 지구를 구하는 엄청난 스케일의 영화도 좋지만 한 번 쯤은 화려하진 않아도 큰 여운을 남기는 ‘데인저러스 메소드’를 통해 심리학의 대가들을 재발견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데인저러스 메소드의 줄거리>
칼 융이 근무하고 있는 정신병원에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사비나 슈필라인이 환자로 오게 된다. 융은 슈필라인에게 대화 치료법을 시도하면서 점차 그녀와 가까워진다. 사비나의 치료 과정에서 융은 당대 최고의 심리학자인 프로이트를 알게 되고, 조언을 구하면서 그들은 사제지간으로 발전한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이성적이었던 학자 융은 사비나를 치료하면서 점점 성 도착증인 그녀에게 빠져들게 된다. 사비나와 깊은 관계가 될수록 융은 혼란에 빠지고 존경했던 프로이트와의 관계도 엇나가기 시작하는데.......

토론 참여자: 문준호(문과대ㆍ사학3), 허지수(경영대ㆍ경영정보4)

사회자: 장르에 비해 다소 어려울 수도 있는 영화였죠? 전체적인 감상평을 들어볼게요.
허:
이 영화처럼 감독이 자기주관을 직접적으로 말하는 경우도 없는 것 같아요. 본인이 생각하는 철학적인 생각을 영화에 전부 담아낸 듯한 느낌? 감독이 관객들에게 하고 싶던 말이 너무 많았나봐요.
문: 심리학을 소재로 프로이트와 융의 철학에 대한 대사를 통해 영화 전반을 이끌어나갔는데 저는 그걸 좀 더 구체적인 사건이나 장면으로 풀어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사가 프로이트와 융의 철학을 너무 설명적으로 말하지 않았나 해서요. 영화의 스토리를 본다는 느낌보다는 왠지 철학 개론서를 읽는 느낌이 들었어요.

사회자: 평을 들어보면 아쉬운 점이 많으신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어떤 점들이 아쉬웠나요?
허:
사람들이 몰랐던 스캔들에 중점을 두다보니 유일한 여배우였던 사비나 슈필라인 역이 너무 돋보였어요. 프로이트와 융이 마치 뒷 배경이 되어버리는 듯한 느낌이었죠. 중요한 주인공들은 묻혀버리고 여자 캐릭터의 인상이 너무 깊게 작용했던 것 같아요.
문: 저는 반대의 입장에서 아쉬운 점이 있는데요. 저는 슈필라인이라는 역의 극적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데인저러스 메소드’의 사전적 의미가 위험한 방법이라는 말이잖아요. 환자와의 대화를 통한 치료법이 의사로 하여금 감정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에 환자와 의사라는 관계를 무너뜨릴 수 있음을 암시하는 제목인거죠. 한마디로 슈필라인이 융을 감정적으로 무너뜨리는 과정을 잘 보여줬어야 했는데 생각보다 그 점이 영화에서 잘 드러나지 않았어요. 좀 더 드라마틱하게 그려냈으면 좋았을 텐데........

사회자: 그래도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평은 좋은 편인데요. 관객을 매료시키는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문:
배우들의 연기가 이 영화를 빛낸 것 같아요. 심리학과 철학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영화 전체는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심리학자들의 스캔들을 다루고 싶었던 거잖아요. 물론 대본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대본상으로는 사랑이나 연정에 대한 대사는 별로 없었을 것 같아요. 대본은 철학적 내용에 충실하다고나 할까요. 그렇다보니 스캔들상의 미묘한 관계를 대사가 아닌 배우들의 감정선으로만 알 수 있었죠. 그 점에서 배우들의 연기력이 정만 대단했어요.
허: 같은 생각이에요. 어떤 영화를 본 다음에 ‘아 좋다~’ 라는 느낌이 들면 그것은 특히 배우들의 영향력 덕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번 영화에서는 배우들의 연기력뿐만 아니라 각 캐릭터들의 특징을 살려내는 과정에서 배우들의 매력이 돋보였어요.
문: 심리학에 대한 감독의 이해가 뛰어났다는 점도 좋았어요. 제목이 데인저러스 메소드라는 것 자체가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를 흔들어놓는 듯한 느낌? 그 관계를 작위적이지 않게 대사로 드러냈다는 점이 좋더라구요. 예를 들면 융이 슈필라인을 찾아갔을 때 “누구세요?”라는 슈필라인의 물음에 “A FRIEND”라고 대답하잖아요. ‘난 지금 의사로서 온 게 아니라 인간으로서 욕망을 갖고 온 거다’라고 은근히 드러내는거죠. 또 슈필라인이 융의 사무실에 왔을 때는 “내가 당신한테 뭐냐?” 로 격한 논쟁을 벌이잖아요. 하지만 우리는 평소에 서로의 관계를 그렇게 단어로 정의하거나 확인하려하진 않아요.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그런 대사에서도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거죠.

사회자: 특별히 애착 가는 캐릭터는 누구였어요?
문:
바람처럼 등장했다 사라진 ‘오토’라는 캐릭터요. 영화에서는 굉장히 난봉꾼같이 그려졌지만 융에게 새로운 생각을 갖게 해줬던 사람이잖아요. 가장 용기있는 사람이면서 가장 본능에 충실한 사람이 그 사람이죠. 한 번 쯤은 누구나 오토처럼 성적 욕망에 충실하며 자유로운 삶을 동경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인상 깊었어요.
허: 저는 융이요. 가장 인간적으로 감정을 이입할 수 있었던 캐릭터였어요. 치료를 하면서 환자에게 연정을 느낀 것, 그러면서도 죄책감으로 괴로워하고 고뇌하는 모든 과정이 다 이해가 되더라구요. 사람다운 사람 같아서 좋았어요. 배우가 절제된 연기를 너무 잘해서 매력적이기도 하고요. 실제로 융이라는 학자가 영화 속과 비슷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사회자: 철학, 심리학, 정신분석학 등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이 많죠. 그렇다면 영화에서 가장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요?
문:
욕망의 억제를 해방시켜야 한다는 점인 것 같아요. 모든 영화가 그렇듯이 마지막 장면이 가장 주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 영화에서 굉장히 슬퍼하는 융의 모습이 마지막에 나왔잖아요. 슈필라인과의 행복한 삶을 원하고, 자신의 욕망을 다 드러내고 싶은데 억제해야하는 자신의 상황이 너무 슬픈 거죠. 정작 본인은 이성을 강조하는 분석 심리학의 창시자인데 말이에요. 어떻게 보면 이 영화가 융을 비판하려던 것이 아니었을까요? ‘융, 너도 인간이잖아! 너도 인간이면서 왜 본능을 억제하려고 하느냐’ 라는 식으로요.
허: 같은 생각이에요. 아무리 많은 철학적 내용이 나온다고 해도 하고자했던 주제는 욕망에 져버린 이성을 보여주려던 것이죠. ‘스캔들’ 이라는 소재 선택 자체가 그 때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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