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심부름 하러 인턴을?
인턴들 사이에 커피ㆍ카피ㆍ코피, 3종 세트가 유명하다. ‘커피’는 커피타기 심부름, ‘카피’는 복사 심부름, ‘코피’는 코피 날 만큼의 과도한 잡무 등을 뜻한다. 계절학기를 듣는 우리대학 학우들 16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인턴을 경험한 학우들 중 30% 이상이 커피와 복사 심부름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래 인턴사원은 ‘대학교나 고등학교 등의 졸업 예정자 가운데, 추천 따위의 일정한 양식에 따라 선발된 사원으로서 미리 회사의 업무를 익히는 사람’을 말한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6월 18일 신입구직자 36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인턴제도의 가장 큰 장점에 대해 ‘기업의 실무를 미리 경험할 수 있다(65.6%)’는 응답이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인턴제도의 단점으로 ‘실무가 아닌 사무보조 업무만 맡을 수 있다(39.9%)’는 답변이 2위를 차지했다. 현재 많은 인턴사원들은 관련 실무를 익히는 것보다 기본업무를 맡는 경우가 많고, 둘을 병행해 과도한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가혹한 상황에 처해있다.

대학생 인턴,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받고 있는가?
신입사원의 경우 수습기간에는 최저임금의 최대 10% 감액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인턴은 최저임금에 준하는 시급은 커녕 무급으로 노동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9월 인크루트를 방문한 20대 구직자 65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인턴 제도의 단점으로 41.6%(274명)가 ‘저임금 노동착취’를 들었다. 청년유니온 양호경 정책팀장은 “인턴을 고용한 회사는 교육, 경력이라는 명목 아래 노동력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 팀장은 “인턴은 4대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실업급여도 받을 수 없다”며 “인턴도 노동자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제도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건대신문 설문에 참여한 한 학우도 “인턴에게도 노동한 만큼 최소한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전했다.

건대신문 설문에서 또 다른 학우는 “인턴의 임금보다 고용기회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대학 취업지원팀 민성원 선생은 “대기업에서 인턴이 직접 고용으로 연결되는 경우는 전체의 40~50%”라고 밝혔다. 이에 2011년 12월부터 고용노동부는 ‘중소기업 청년취업인턴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 제도는 청년층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중소기업 등의 인턴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직장경력 형성 △정규직 취업가능성 제고 △중소기업 인력수급 원활화 등을 목적으로 하는 청년고용촉진사업이다. 중소기업 청년인턴제 운영기관인 스마트아카데미 이경아 선생은 ‘청년 취업인턴제’의 정규직 전환율에 대해 “2010년도에는 85.9%, 2011년에는 92.7%로 높은 전환율을 보이며 인턴 참여자의 90% 이상이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보여주기식 처사, 공공기관 인턴제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는 인턴 제도가 모두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지난달 11일, 통계청은 청년실업률이 지난해에 비해 0.1% 오른 7.7%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청년유니온 양호경 팀장은 “이명박 정부는 약2천 억 원의 정부지원을 통해 공공기관 인턴제를 확대했는데 정규직 전환비율은 10% 미만”이라며 “이는 고용지표를 올리기 위한 보여주기식 처사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기획재정부는 17일 지난 1분기에 6,190명의 청년(29세 이하)들이 공공기관 인턴으로 채용됐다고 밝혔다. 이는 연간 목표인 1만 2,122명의 51%에 달한다. 그러나 이런 정부 지원에 대해 익명의 한 학우는 “청년들이 원하는 다양한 직종과 만족할 수 있는 임금을 보장해 주면서 일을 배울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공공기관 인턴제를 통해 해당기관의 정규직으로 채용된 인턴은 3.7%인 230명, 계약직은 149명이다.

“인턴, 자신의 노동력의 가치를 알아야 한다”
양호경 팀장은 인턴문제의 하나로 ‘인턴들의 문제의식 결여’를 꼽았다. 양 팀장은 “회사의 입장과 마찬가지로 인턴이 노동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교육, 경력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며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스스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인턴들이 정규직의 전환가능성과 정상 직원이 아닌 인턴이라는 이유만으로 위축되어 낮은 임금이나 적절하지 못한 근무환경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또한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호소할 곳이 마땅치 않다. 서울시 고용노동청은 “인턴의 노동환경, 임금문제에 대해서는 노동청 소관이 아니다”며 대답을 꺼려했다. 우리대학의 한 학우도 “인턴을 하는 중 차별대우를 받았을 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현재 대학생들은 취업을 위해 인턴을 필수적으로 거치고 있다. 인크루트가 18일 신입구직자 36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전체의 3분의 1이 넘는 37.2%가 인턴에 참여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취업지원팀 민성원 선생은 “무조건적으로 스펙을 쌓기 위해 인턴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인턴을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설문조사에 참여한 한 학우는 “인턴과 회사 쌍방간의 배려와 노력이 서로에게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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