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살 휴학생의 파란만장 드라이브★

저는 몇 달 전 남자친구와 이별한 후 집과 학교만을 오가며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집에만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침 얼마 전에 과 동기가 소셜데이팅 어플로 좋은 사람을 만나 사귀게 됐다는 얘기를 들었던 게 떠올랐죠. 바로 휴대폰을 들고 매일 정해진 시간에 남자를 소개해 준다는 소셜데이팅 어플을 받았습니다. 어휴~ 그런데 프로필 작성에 왜 그렇게 쓸게 많은지. 이메일, 전화번호, 사는 지역은 물론이고 성격, 취미, 외모, 학교 등 상세하게 프로필을 작성하라더군요. 나 스스로 개인정보를 유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하지만 ‘뭔가 신선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에 끝까지 정성스럽게 프로필을 작성했습니다.

프로필 승인이 되고 나니 매일 낯선 남자들의 프로필이 몇 장씩 제게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들어오는 남자들은 하나같이 못생기고 학교도 별로! ‘아이 참 이 어플은 물 관리도 안하나?’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게다가 호감을 표시하려면 아이템을 구매해야 한다니... 어쩌다가 좀 괜찮은 남자의 프로필이 들어와도 돈까지 쓰고 싶진 않아서 그냥 흘려보내기 일쑤였습니다. 간혹 몇 명이 제게 관심을 보냈지만 잠깐 연락하다가 미지근하게 끝나버렸지요. 역시 이런 어플 따위로 인연을 만나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걸로 솔로 탈출에 성공한 친구가 대단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더군요.

그러던 어느 날! 제게 한명의 남자가 관심을 표시했습니다. 외모는 나름 괜찮더군요. 취미도 어느 정도 맞는 것 같고... 학교도 괜찮았어요. 그동안 봐온 남자들 중엔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수락을 했죠. 며칠간 카톡을 한 후 드디어 만나자고 약속을 잡았습니다. 오랜만에 데이트를 하는 거라 설레는 한편,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을 만난단 생각에 약간 두려운 마음도 있었어요. 차가 있다며 우리집 앞으로 데리러 온다는 그. 막상 만나보니 사진과는 조금 다른 외모에 살짝 실망했습니다. 하지만 태도는 나쁘지 않았기에 한강 드라이브를 하자는 제안에 흔쾌히 승낙했죠. 드라이브중 대화를 하면서 그에 대한 것들을 많이 알게 됐습니다. 허세도 있고 살짝 무식하더군요. 프로필 상엔 초등학생도 알만한 명문대에 다니고 있다던데... 진짜 맞는건가 의심이 갔습니다.

그렇게 드라이브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그가 뭘 사야한다면서 갑자기 차를 세우더군요. 그런데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그가 오지 않는거에요. 시간도 늦었고 점점 두려워지기 시작했어요. 뉴스에서 봤던, 인터넷 채팅 등으로 만나 안좋은 일을 당했다는 사람들의 얘기가 하나 둘 떠올랐죠. 차에서 뛰쳐 나와 도망갈까, 별의별 생각을 다 하다가 결국 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런데 전화를 받은 그가 대뜸 “그 쪽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헤어지기 싫어요”라고 말하는 겁니다. ‘아 그런 거였구나’하는 생각에 잠시 안도했지만 이 남자는 대체 저와 만난지 몇 시간이나 됐다고 이런 말을 하는지... 어이가 없어서 장난치지 말고 빨리 집에나 데려다 달라고 말했어요. 결국 저는 밤 늦게 집에 도착하게 됐답니다. 당황스럽고 두렵기도 했지만 나름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그 후 그 남자는 저에게 매일 연락을 해왔지만, 그의 지나치게 적극적인 애정 표현을 감당 할 수 없을 것 같아 그냥 좋은 추억으로만 남기기로 했어요. 그런데 말이에요, 소셜데이팅이란거 은근히 중독성있더라고요. 혹시 제게도 가슴 설레는 로맨스가 생길지 모르잖아요. 요즘 저는, 매일 프로필 들어오는 시간을 저도 모르게 기다리고 있답니다.
저는 건국대학교 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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