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무, 야근, 실무, 그리고 취업... 대학생 인턴의 현주소를 읽다

#1. 상처만 남은 인턴의 기억
하늘의 별따기라는 대기업 인턴! 드디어 인턴사원으로 K기업에 발을 딛던 날, 임메알(가명, 24세) 양의 기분은 날아갈 듯 했다. 지난해 100: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는 소문에 인턴이 되지 못할까 걱정했지만 이제까지 착실히 쌓아온 스펙 덕분인지 무난하게 인턴직을 거머쥘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의 시작은 인턴이 된 후부터였다. 영업팀보다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싶었지만 우선 취업이 급하다는 생각에 덥석 지원한 것이 화근이었다. K기업은 수백 명 규모의 인턴을 6개월 동안 지역, 지방 지사로 배치해 물건을 판매하게 했던 것이다. ‘커피, 카피, 코피’라는 인턴사원의 고충은 댈 게 못됐다. ‘기획’은커녕 ‘판매’만으로도 허덕이는 하루하루가 계속됐다.

판매실적이 채용과 무관하다고는 했지만 매달 판매 실적은 고스란히 회사로 전달됐다. 취업을 위해서는 누구에게라도 무조건 많이 팔아야 했다. 학교 친구들부터 시작해서 사돈의 팔촌까지 모든 인맥이 총동원됐다. 누구라도 팔아주기만 하면 바로 “네~고객님!” 90도 인사가 절로 나왔다.

그렇게 해서 6개월 동안 굽실거리며 번 돈은 얼마 되지 않았다. ‘인턴’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반 아르바이트생 시급의 90%만을 받았다. 그나마 그녀에게는 취업의 행운도 돌아오지 않았다. 당초 K기업에서 약속한 정규직 전환율은 최소 50%였지만 함께 일한 인턴 20명 중 정규직이 된 이들은 5명에 불과했다. 함께 일한 이들이 들은 바에 의하면 다른 부서 역시 이와 다르지 않았다. 겨우 25% 남짓한 정규직 전환율에는 배신감마저 들었다.

그리고 이제 그녀에게 남은 것은 면접 때 듣는 질문 한마디와 질책뿐이다. “무슨 문제가 있어서 지난 인턴에서 취업이 안 된 건가요?” 이 질문을 받을 때면 메알 양은 끔찍했던 인턴이 남긴 기억을 떠올린다. 하지만 그녀는 오늘도 자신을 받아줄 새로운 인턴직과 일자리를 찾아 발걸음을 뗀다. 어느 날엔가 올 취업의 그날을 기다리며.

#2. 대학생 인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고 있는가?
이제는 취업의 필수 관문이 된 인턴.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이라면 너도나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특히 대기업 인턴은 이들에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다. 하지만 한진우(가명, 26세) 군은 일반 대학생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택했다. 바로 중소기업에서 인턴을 하기로 한 것. 대기업은 아니지만 탄탄하게 성장하고 있는 H중소기업이 그의 일자리였다.

그가 H중소기업을 택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정규직 전환 비율도 높았고, 하고 싶어하는 일을 배울 수 있는 곳이었다. 또, 작은 기업이지만 인턴 프로그램도 탄탄했다. 시작이 반이라 하지 않는가. 인턴을 할 기업을 제대로 고르는 것이 성공적인 취업의 시작이라는 취업지원관 선생님의 말씀도 귓가에 맴돌았다.

처음 하는 일은 생소하기만 했다. 하다못해 복사 심부름마저도 어색했다. 하지만 원하는 분야의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큰 불만은 없었다. 무엇보다도 이제껏 교실에서는 배우지 못했던 현장의 모습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다른 친구들이 대기업에서 ‘인턴’이라는 이름으로 긴 교육기간을 거치거나 팀 프로젝트에서 잡무만을 하는 것이 비하면 나름대로 큰 혜택이었다. 진우 군은 잡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계속되는 잡무와 야근이 부담이기는 해도 중소기업을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6개월의 인턴 과정을 마치고 진우 군은 H중소기업에 정직원으로 채용됐다. 이제까지 배운 일을 실무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으니 기업도 좋고, 진우 군도 쉽게 적응할 수 있어 일석이조였다. 친구들에게도 취직 잘했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래서 그는 요즘도 후배들을 만나 입버릇처럼 말한다. 인턴은 기업의 크기가 문제가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꼼꼼히 따져본 뒤 선택해야 하는 거라고 말이다.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