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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심의 논란, 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박재면 기자 | 승인 2012.07.15 19:15
웹툰 산업이 발전했다고 하지만 어두운 면은 존재한다. 올해 1월 초, 조선일보에 실린 한 기사가 그 예이다. 조선일보는 웹툰 <열혈초등학교>가 학교 폭력을 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서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기사를 작성했다. 조선일보 기사가 나간 후, 방심위는 일부 웹툰을 예비유해물로 지정하기로 결정했고 만화계의 큰 반발을 샀다. 방심위가 창작의 자유를 억압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얼마 후 만화계는 표현의 자유를 지키자는 ‘노컷 캠페인’을 시작했고, 방심위는 만화계와 대화에 나섰다. 결국 지난 4월 9일 방심위와 한국만화가협회는 웹툰 자율규제 협약을 체결하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상황은 정리됐지만, 웹툰계에는 아직 문제점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이에 대해 3명의 웹툰 작가들, 교수, 방심위 관계자를 만나 웹툰의 심의 논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5인의 인터뷰를 가상 좌담회로 재구성한 기사입니다.
이종범: <닥터 프로스트>의 작가 이종범씨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학 만화창작과 박인하 교수
방심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고현철 과장
무적핑크: <실질객관동화>의 작가 변지민씨
주동근: <지금 우리 학교는>의 작가 주동근씨

조선일보의 <열혈초등학교> 관련기사 그리고 그 이후

박인하: 조선일보의 기사는 의제설정부터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웹툰과 같은 특정 작품이 학교폭력을 조장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는 없다고 봐요. 학교폭력 등의 사회문제는 여러 요인이 합쳐져 발생하는 것입니다. 교육, 사회, 가치관, 심지어는 노동 문제까지 그 이유가 될 수 있겠죠. 이런 여러 이유들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은 상태로 웹툰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방심위: 엄밀히 말하자면 <열혈초등학교> 등을 유해물로 선정했던 것은 아닙니다. 청소년 보호법에 따르면, 하나의 창작물을 유해물로 선정하기 위해서는 작품 제작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 필요하거든요. 이번에는 몇몇 웹툰 작가들과 나누던 이야기가 만화계 전체와의 대화로 확대됐죠.

‘노컷 캠페인’부터 ‘웹툰 자율규제’협약 까지

이종범: 방심위에서 일부 웹툰을 유해매체로 지정한다고 하자, 대한민국 만화계는 하나로 뭉쳐 창작의 자유를 보장해 달라는 ‘노컷 캠페인’을 외쳤죠. 사실 웹툰 시장이 이렇게 성공한 데는 심의에서 자유로웠던 점이 컸다고 봐요. 심의 하에서 오랫동안 작업한 작가는 자신도 모르게 작업 중에 그 영향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웹툰은 처음부터 그런 심의가 없었죠. 그 결과 작가들이 다양한 소재를 자유롭게 다룰 수 있었고, 웹툰의 스토리텔링적 측면도 발달하게 된 것 입니다. 한국 웹툰이 우리나라 각종 문화에 영향을 끼치고, 일본에도 소재 및 스토리를 수출하는 수준까지 이른 데에는 이러한 점이 원동력이 됐다고 봐요.
방심위: 최근 여러 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방심위도 만화계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웹툰의 위상이 다양한 산업에 영향을 미칠 만큼 올랐다는 것도 알았고요. 그러기에 지난 4월 9일 방심위와 한국만화가협회가 맺은 자율규제협약을 체결하게 된 것입니다. 아쉬운 것은 많은 분들이 방심위가 웹툰을 검열하려 했다고 오해하는 점이에요. 방심위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거든요.

<노이즈> 사건으로 돌이켜 보는 표현의 자유

박인하: 얼마 전 네이버의 도전만화 코너에 아동성추행을 그린 <노이즈>란 웹툰이 올라와 문제가 됐었죠. 하지만, 이는 문제가 발생한 사이트 코너의 문제지, 웹툰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일종의 해프닝인데, 이를 이렇게 이슈화 시킬 필요가 있을까요?
주동근: 맞아요. 그리고 이는 블로그, UCC 등 다른 곳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일로 인해 웹툰 지망생의 등용문 격이던 ‘도전만화’가 없어지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종범: 이번 일은 <노이즈>의 작가 귤라임 . 하지만 다른 작가 분들이라고 논외는 아닌 것 같습니다. 최근 다른 작가 분들의 작품을 보면 수위에 너무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보여 우려가 듭니다. 이번 기회에 만화계 내부의 자정작용도 중요하다는 것도 깨달았고요. 작가가 자체적으로 수위 조절을 할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표현의 자유가 우선인가 vs 최소한의 심의는 이뤄져야 하는가

무적핑크: 작가 입장에서 보면 ‘이것이 재밌는가’와 ‘이것이 사회적으로 옳은가’는 자주 상충되는 문제입니다. 저는 심의 보다는 작가 본인이 고민을 많이 하는 것이 최선책이라 생각해요. 웹의 세계는 방대하고 복잡하기에 단순한 검열, 기계적인 제재로는 효과를 볼 수 없을 것같습니다.
방심위: 우선, 방심위도 만화가들이 주장하는 표현의 자유는 이해합니다. 하지만 사회적 통용 수준은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예를 들자면, 영화 속에서 혈흔이 낭자한 장면이 있다면 그 영화는 청소년 관람 불가 판정을 받겠죠? 만화책은 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영화는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심의를 맡는 등 다른 영역들은 최소한의 심의 체계가 잡혀있습니다. 하지만 웹툰계는 심의의 사각지대에 있었죠. 웹툰에도 최소한의 기준은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종범: 작가마다 심의에 대한 생각이 다르겠지만, 저는 적당한 심의 혹은 기준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만, 그 기준을 누가 만드는지, 누가 집행하는지의 문제가 해결되어야겠죠. 성숙한 심의제도가 하루 빨리 정착되면 좋겠네요.

박재면 기자  iarws@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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