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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그 순간의 기억, 영화 '두개의 문'
이호연 기자 | 승인 2012.07.18 01:25
지난 2009년 겨울, 재개발 보상대책에 반발한 철거민들이 농성하던 망루에서 불이 나 철거민 5명과 진압하던 경찰 1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 해 겨울을 더욱 더 차갑게 만들었던 이 사건을 우리는 ‘용산참사’라는 이름으로 기억한다. ‘두개의 문’은 바로 이 용산참사를 다룬 영화다.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사건을 다시 한 번 자세히 파헤친다. 그 날 망루에서 경찰의 진압과 철거민들 사이에는 어떤 대치 상황이 벌어졌는지, 과연 진실은 무엇인지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 내용 자체가 재미를 추구한다거나 화려한 볼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보기에 따라 충분히 흥미로울 수는 있다. 긴장감 있는 음악과 그 당시의 상황을 직접적으로 떠올리게 하는 다급한 외침 소리, 망루가 불타오르는 소리가 가득한 영상들을 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영화에 집중하고 있는 당신을 만나게 될 지도 모른다. 그리고 영화관을 나오는 순간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들이 가득할 것이다. ‘왜 지금 다시 용산참사냐’고 물을지도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영화 ‘두개의 문’이 우리 사회에 대해 많은 고민을 던져주는 영화임에는 틀림없다는 사실이다.

줄거리: 2009년 1월 20일 일어난 용산참사.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했고, 살아남은 이들은 범법자가 됐다. 검찰은 철거민의 불법폭력시위가 참사의 원인이라는 발표를 내렸으나 정부의 과잉진압이 사건을 더욱 키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논란이 일었다. 결국 이 싸움은 법정으로 이어진다. 영화는 경찰특공대의 서면 진술서와 그 당시 현장을 찍은 카메라 영상, 재판 녹취 등을 교차편집해 보여주며 ‘진실’을 찾기 위해 사건을 되짚어간다.

토론 참여자: 허지수(경영대ㆍ경영정보4), 문혜빈(예문대ㆍ영화1)

먼저 전반적인 영화 감상평을 들어볼게요. 영화 보면서 어떠셨어요?
문: 아무래도 용산참사라는 사건을 다룬 만큼 내용이 무겁더라구요.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리면서 보게 됐어요. 불편한 생각이 많이 드는 영화였던 것 같아요. 철거민이나 경찰 양쪽 모두의 입장을 생각할 수 있었던 반면, 이를 통해 정부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낸 듯 보였어요.
허: 사회 비판적인 면에서는 확실히 인상 깊었어요. 사건을 가까이에서 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건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던 면도 좋았구요. 하지만 저는 사실 아쉬운 생각도 많이 들었어요. 이건 다큐멘터리 형식이잖아요. 만든 사람의 시각이 확실히 드러나게 되죠. 차라리 처음부터 극영화로 만들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어요. 일반 영화는 ‘픽션’이라는 것을 전제로 깔고 시작하는 만큼, 판단은 온전히 관객들의 몫으로 남겨둘 수 있으니까요.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어떤 장면이었나요?
문: 경찰들이 망루로 올라가는 장면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줄 때가 생각나요. 전경이 직접 찍은 장면인데 경찰들이 현장에서 했던 말들이 들리거든요. ‘도끼가 있다더라’, ‘빨리 이쪽으로 와라’ 이런 말이 오가는데 그때의 혼잡하고 정신없는 상황이 확 와닿더라구요. 당시에 경찰들 심정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또, 경찰들이 건물을 둘러쌀 때 농성하는 사람들이 위에서 물건을 집어던지니까 합판을 머리 위로 들고 가는 게 나와요. 그런데 한 사람이 머리를 가릴 데가 없어서 뛰어다니고 있더라구요. 만약에 잘못해서 던지는 물건에 맞으면 그냥 사고 나는 거잖아요.
허: 저는 건물 위에 세 명이 남아 있는데 망루는 불타고, 밑에서 사람들이 내려오라고 소리치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그 상황에서는 특공대원들도, 철거민들도 너무 안타까웠어요. 사실 지시를 내린 건 권력을 가진 지도층이잖아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직접 부딪히는 건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 사람들이죠. 영화 속에서 ‘우리는 공무를 집행한다고 해서 한 일인데, 국민들에게 지탄을 받는다’는 글이 마음 아프더라구요.
문: 맞아요. 경찰의 서면 진술서 중에 ‘사망한 철거민이나 우리 대원 모두 사랑하는 우리 국민입니다’이라는 글을 보고 마음이 찡했어요. 이런 점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확실히 사회 문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만드는 영화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를 보면서 우리 사회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 궁금해요.
허: 사회적으로 소통을 못한다는 점이 문제가 되는 것 같아요. 정부와 서민들이 소통을 못하니까 이런 사건이 생기고, 자신의 주장을 알리기 위해 농성을 하고, 시위를 돕는 사람들도 생기는 거죠. 소통할만한 창구가 없으니까 시위를 하게 된다는 사실이 이해되다가도, 용산참사처럼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이 큰 만큼 뭔가 다른 대화 방법을 찾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용산참사 같은 사건이 일어나게 된 근본적인 원인, 소통에 대한 문제 등을 파헤치는 영화가 있으면 좋겠다 싶기도 했어요.
문: 냄비현상이 문제인 것 같아요. 용산참사가 벌어졌을 때도 사람들이 시위를 하는 등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었잖아요. 그런데 관심이 오래 지속되지는 못했던 걸로 기억하거든요. 어떤 일이든지 잠깐 동안만 문제가 됐다가 흐지부지 사라지니까 변하는 게 없는 것 같아요. 워낙 사회에서 이런 모습을 많이 보니까, 이제는 어떤 문제가 생겨도 ‘조금만 버티면 또 잠잠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 않더라구요.

만약 이 내용을 가지고 자신이 직접 영화를 만들었다면 어떤 식으로 다뤘을 것 같으세요?
문: 저는 이렇게 직접적으로 만들지는 않았을 거예요. 직접적으로 보여주기보다는 조금 더 부드럽게,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서 한 번 더 곱씹을 수 있도록 만들었을 것 같아요.
허: 저라면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극영화로 만들고 싶었을 것 같아요. 영화로 만들었다면 정말 펑펑 울 수 있는, 감동적인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거든요. 예를 들면 경찰을 주인공으로 설정해서 동료와의 우정을 다룰 수도 있구요. 어쩌면 이런 시각에서 봤을 때 사건이 더 비극으로 다가올 수도 있잖아요. 슬픈 장면은 더 슬프게, 비판할 수 있는 건 더 확실히 비판하도록 좀 더 극화시켜서 이야기를 만든다면 관객들에게 더 효과적으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보여 줄 수 있었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영화에 대한 한마디 평가를 하자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허: 영화가 꼭 객관적일 필요는 없지만, 만든 사람의 의도가 너무 확실히 보이지 않았나 싶어요. 분명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건 맞지만 그런 면에서 아쉬움이 좀 남아요. 불편한 영화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문: ‘기분 나쁜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확실히 드러나잖아요. 다루고 있는 내용이 결코 기분 좋을 수는 없겠죠.

이호연 기자  pineblue@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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