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개봉한 재난영화 ‘연가시’가 흥행 중이다. ‘연가시’는 아메리칸 히어로물 중 하나로 손꼽히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제치고 예매율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개봉 일주일만에 약 200만명의 관객 동원에 성공했다.

그동안 나왔던 우리나라 재난영화에는 대표적으로 ‘괴물’과 ‘해운대’가 꼽힌다. 그 두 영화는 각각 한강에 나타난 괴물과, 동해에 몰아친 초대형 쓰나미로 막대한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핵심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영화 ‘연가시’의 주 소재가 된 연가시는 본래 곤충의 몸속에 들어가 곤충을 자신의 숙주로 삼는 기생충이지만 영화 속의 변종 연가시는 인간의 뇌를 조종하여 물속에 뛰어들도록 유도해 익사시켜 참사를 불러온다.

겉으로 보기에 세 작품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것으로 인한 공포를 느끼게 하는 점에서 유사하다. 하지만 우리가 ‘해운대’나 ‘괴물’을 감상할 때 보다 ‘연가시’를 볼 때 더 긴장하고 몰입하게 되는 이유는 바로 ‘실현 가능성’에 있다. 사람들은 영화관을 나서며, 인터넷 리뷰를 통해 입을 모아 말한다. “진짜 있음직한 일이라 무섭다”고. 변종 연가시가 사람 몸속으로 들어가 자살로 이르게 조종하는 것이 실현 가능성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변종 연가시가 퍼지게 되는 그 사실적인 배경이 관객으로 하여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이유에서다.

변종 연가시가 전국적으로 퍼지게 된 전말은 바로 ‘돈’이다. 제약회사는 돈을 벌기위해 연가시 제거에 특효인 약을 만들어놓고 고의로 변종 연가시를 퍼뜨린다. 돈에 눈이 멀어 자행한 일로 인해 기하급수적으로 발생한 사망자 수는 어떤 방법으로도 돌릴 수 없다. 관객들은 변종 연가시로 인해 사람들이 죽어가는 영화 속의 현실보다 그런 상황을 의도적으로 불러일으킨 인간에게 더 공포심을 느낀다. 귀신이나 괴물이 나타나는 영화보다 가정폭력 또는 사이코패스 등이 배경인 영화가 더 소름끼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돈 때문에 부모를 죽였다는 이야기가 들려와도 놀라기보다 “말세다”하며 흘려듣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 주소다. ‘연가시’에서는 그 부분을 부각시켜 현 세태를 비판하고 스스로를 다른 재난 영화와 차별화시켰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이 영화를 보고, 휴가철 계곡을 피하려는 사람이 더러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극 중 소재인 연가시는 인간의 몸속에 유입될 수 없으며, 혹여 유입되더라도 위액에 의해 분해되는 단백질 덩어리라고 한다. 우리는 지금 연가시에 대한 공포로 물놀이를 꺼려할 것이 아니라, 돈으로 인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는 현실에 긴장을 붙들고 있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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