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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금 성적기준은 악순환의 고리?
김혜민 기자 | 승인 2012.08.25 19:47

군대에서 제대한 뒤 복학을 하려고 하는 나성실(가명) 씨는 오랜만에 학교에 간다는 마음에 설렌다기 보단 인상된 등록금에 걱정이 앞섰다. 그는 개강을 2개월 남겨두고 몇 푼이라도 벌자는 생각에 공장에 취직해 밥먹고 잠자는 시간 빼고 하루 꼬박 일을 해 300만원을 겨우 모았다. 그러나 300만원은 1년 등록금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 성실 씨의 부모님은 학자금 대출을 넌지시 권했지만 졸업과 동시에 신용불량자가 되는 건 아닌가 두려운 마음이 앞섰다. 그 때 성실 씨의 친한 친구에게 국가장학금을 신청했냐는 문자가 왔다. 그는 곧장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PC방으로 달려가 일사천리로 국가장학금을 신청했다. 하지만 성적이 안 된다는 이유로 탈락하게 됐다. 알고 보니 직전학기 성적이 B학점 이상이어야 하는 조건이 있었던 것이다. 성실 씨는 “공부 잘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것은 당연하지만 억울하고 서러운 마음이 더 컸다”며 “경제적인 상황이 열악한 학생은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성적장학금은 꿈도 꾸지 못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런 학생들을 구제하고자 국가장학금 제도를 도입한 것 아니냐”며 “소득 수준이 낮은 학생을 위해 만들어진 장학금에도 꼭 성적기준을 적용해야만 하는 가”란 질문을 던졌다.

얼마 전 반값등록금국민본부와 참여연대에서 실시한 '국가장학금 분노기와 실망기' 공모전을 통해 그가 보내온 사연이다. 성실 씨는 “자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친구들이 미래의 주역이 아닌 신용불량자가 되고 있다”며 “지금도 대학생들이 열심히 일하면서, 그 대가를 어처구니없이 높은 등록금에 모조리 쏟아 붓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고 공모전 참가 이유를 밝혔다. 이처럼 국가장학금 성적기준인 직전학기 성적 80점(B학점) 이상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성적기준은 최소한의 학업성취도 장려요소
성적 기준 때문에 학비 마련을 위해 일해야만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의견에 대해 한국 장학 재단은 “1학기 국가장학금 신청자의 성적기준 통과 비율을 봤을 때 결코 성적기준이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지난 1학기 B학점 이상인 성적기준을 통과한 학생의 비율은 소득분위별로 살펴봤을 때 기초수급자부터 소득 7분위 84.8%, 소득 8분위에서 10분위 77.4%였다. 한국 장학 재단은 “2011년 기준으로 대학의 학점분포를 보면 B학점 이상은 전체 학생의 72.9%로 성적기준이 최소한의 학업성취도에 대한 장려요소로서 설정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국가장학금 제도 시행 취지를 되살려야
반면 한국대학교육연구소는 성적기준을 우리나라의 장학금 지급 관행과 관련지어 비판했다. “국가장학금 제도는 정부차원에서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마련된 것이기 때문에 성적 기준으로 지급하는 여타 정부장학금과는 도입 취지가 다르다”며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겸해야 하는 저소득층 학생들의 상황을 고려하면 B학점 기준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금 까지 국내 대학들의 장학금은 ‘성적’에 따른 지급이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2010년 국공사립 일반대학교의 학비감면 현황을 지급사유별로 살펴보면 ‘성적우수’가 47.9%로 절반가량 차지하는 반면 ‘가계곤란’은 14.0%에 불과하다. 성적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지급되는 장학금이 보편적인 ‘교육 기회 제공’ 차원에서 지급하는 장학금의 세배를 훨씬 웃도는 것이다. 때문에 한국대학교육연구소에서는 “‘취업 후 학자금 대출제도’ 이용 자격이 B학점으로 유지되다가 최근에야 C학점으로 수정됐다”며 “국가장학금 지급 기준도 학점제한을 폐지하거나, 최소한의 기준이 필요하다면 C학점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등록금넷의 조진 간사도 “국가장학금을 받은 학생은 선순환이, 받지 못한 학생은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저소득층 학생들을 괴리시키는 문제”라고 말했다. 더불어 “소득기준의 경우 반값등록금이 시행된다는 전제 아래 고려 가능성이 있지만 성적기준은 어느 상황에서나 없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구체적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민주통합당 국회의원들도 국가장학금 성적 기준에 대해 “이명박 새누리당 정권은 실효성 있는 정책은 시행하지 않은 채 국가장학금이라는 허울뿐인 제도로 반값등록금을 무마하려 하고 있다”고 국가장학금 제도를 지적하며 “국가장학금이 요구하는 무리한 성적기준과 학기기준 등을 완화해야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없는 상태다. 따라서 명확한 해결책이나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이상 국가장학금 성적 기준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김혜민 기자  kimhm333@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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