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뼈아픈 선거 무산을 딛고 지난 3월 총학생회(총학) ‘건대와 정을 맺다’가 출범했다. 여러 가지로 학내를 떠들썩하게 했던 선거였던 만큼 총학에 대한 학우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당선된 후 다섯 달이 지나 임기를 세 달 남겨둔 현재, 온ㆍ오프라인의 학우들은 그들에게 한 게 무엇이냐는 의문을 던진다. 무리한 공약보다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하겠다’던 그들의 호언장담은 어디로 갔을까.

비교적 최근, 총학생회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접한 그들의 활동은 1박 2일 수상스키 썸머 캠프를 저렴한 비용에 제공한다든지, 영화관이나 후문 헬스장 할인 혜택 등 영양가 없는 프로그램이 전부였다. 하지만 출마 당시 ‘건대와 정을 맺다’는 여느 총학과 같이 학우들의 교육과 복지를 위한 공약을 들고 나왔다. 그들이 총학에 출마하며 내세운 공약들을 되짚어 보자면 △학생총회 요구안 실현 △학교 근처 집값DB 구축 △KU어플 △학생식당 선불카드 △군복무 이러닝 학점이수 △자전거 보관소 설치 △ATM 추가설치 등이 있었다.

먼저 지난 3월 30일 열린 학생총회는 천 892명의 학우들의 참여로 성사됐지만 그 자리에서 가결된 요구안(등록금 인상분 4.7% 환급과 15% 인하 등)은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또 학교 근처 집값DB 구축은 집 주인과 학생 모두 이익을 얻는 선순환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이 공약에 대한 이야기는 온데간데없다. ‘건대는 정을 맺다’에서 가장 야심차게 준비했던 KU어플은 이번 학기 개강 전 방중에 배포될 예정이었으나 이 또한 9월 초로 미뤄졌다. 학생식당 선불카드의 경우 선불카드를 사용하고 있는 학교에 문의해봤으나 실용성이 없다고 생각돼 선불카드 대신 식권 구입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실제 구현됐거나 앞으로 진행될 공약들도 존재한다. 군복무 이러닝 학점이수는 이번 학기부터 시범운영할 계획이며 내년 1학기부터는 학점으로 인정된다. 또 자전거 보관소가 공과대학 앞과 예술문화대학 앞에 추가로 설치될 예정이며 올해 안에는 교내에 자전거도로도 깔린다. 이외에도 경영대에 ATM이 추가로 설치되며 스마트폰 충전기, 중앙도서관 카페트 설치, 무선인터넷 환경개선도 이루어진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이러한 공약에는 등록금과 학사 등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발적인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본질을 놓치고 부수적인 것들만 자꾸 쫓는다. 학우들은 그런 총학의 모습을 보며 갈증을 느낄 수밖에 없다.
수월한 이해를 위해 타 대학과 비교를 해보자면 고려대 총학은 지난 3월 29일, △등록금인하 △핵심교양 확충 △소속변경제도 도입 △공간문제 해결 △민자 기숙사비 인하 등 학생들의 진정한 필요를 짚어 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또 연세대 총학의 경우에도 지난 20일, ‘교무처장과 함께하는 학사제도 100분 토론’을 열어 학사제도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사항과 생각을 나눠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 외에도 연세대 총학은 기숙사 신축 요구 서명과 교재비 절약을 위한 도서오픈마켓을 개최하는 등 학생들이 평소 느껴왔던 문제에 진정성으로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건대와 정을 맺다’가 학우들의 갈증에 자신들의 청량감을 입증할 기간은 단 세 달이 남았다. 임기 만료가 가까워질수록 학우들은 갈증을 크게 호소할 것이다. 총학은 무엇이 됐든, 어떤 방법으로든 학우들에게 ‘허수아비 총학’이라는 인식을 벗어날 방안을 구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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