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의 간판 아나운서, 신영일 동문을 만나다

신영일 아나운서(행정97졸)를 만난 건 방송녹화를 앞두고 있는 출연자 대기실이었다. 1997년 24기 KBS공채 아나운서로 방송생활을 시작한 그는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 △스포츠 중계석 △KBS 뉴스를 통해 10년 남짓 KBS의 간판 아나운서로 활동했다. 프리랜서 선언 후에는 △EBS 장학퀴즈 △TV조선 반지원정대와 같은 여러 유명 퀴즈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수줍은 대학생에서 KBS 간판 아나운서, 방송인 신영일이 되기까지 그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수줍은 대학생 신영일, 아나운서가 되다
아나운서라고 하면 대학시절부터 남들과는 다른 경험들을 했을 것이라 지레 짐작한다. 하지만 신영일 씨는 이런 질문에 대해 자신은 매우 평범한 학생이었다고 답했다. “제가 교내방송국이나 신문사에서 활동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당시엔 점심시간에 들려오던 학내아나운서의 목소리는 저와는 전혀 다른 세상 얘기였어요.” 대학생 신영일은 대부분의 행정학과 학생이 그렇듯이 대학을 졸업하고 행정고시를 준비하겠거니 생각했었다고 한다.
또, 그는 지금 방송에서 보이는 모습과 달리 대학시절에 매우 소심한 학생이었다. 준수한 외모와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졌음에도 연애경험은 한 번 뿐이었고 동아리 활동이나 외부 활동도 하지 않았다. “특별한 활동이라고 하면 목소리가 좋다고 권유를 받아 정치대 모의국무회의에서 진행을 맡은 정도 일거에요.” 그는 덧붙여 “여담이지만 당시 행정학과엔 여학생이 매우 드물었어요. 소심했던 저에겐 오히려 그런 행정학과라서 다행이었던 거죠”라고 답하며 웃었다.
수줍은 대학생을 아나운서의 길로 이끈 것은 이계진 아나운서의 『아나운서 되기』라는 책이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아나운서라는 직업에 흥미를 갖게 됐다. “그 책을 읽었을 때 마치 나도 주인공처럼 아나운서가 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또,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이 주는 경험은 이전의 소심한 성격을 고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는 자신이 아나운서가 될 수 있었던 이유를 두 가지로 꼽았다. 첫 번째는 꾸준한 신문읽기다. “신문사에서 지면 모니터 활동을 2년 반 정도 했어요. 이때 많은 시사상식을 쌓을 수 있었죠.” 2년 반 동안 자신도 모르게 언론인이 되기 위한 기초를 탄탄히 다진 셈이다. “두 번째 이유는 ‘운’이라고 생각해요. 1997년에 KBS에서 전국적인 민영방송체제를 확립하느라 많은 인원을 필요로 했었거든요. 마침 운이 좋아 합격을 했던거죠.” 그는 이 경험을 통해 어떤 일이든 ‘시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제 다음기수인 25기 선발 때는 IMF 때문에 아나운서 구직 인원이 대폭 감소 됐었어요. 아마 97년이 아니었다면 전 다른 일을 하고 있었을 지도 몰라요.”

   
▲ ⓒ건대신문


학교 행사 참여요? 당연하죠
대학시절엔 누군가에게 말도 잘 걸지 못하는 수줍은 대학생이었지만 이제 신영일 씨는 유명 아나운서로서 학교행사에도 흔쾌히 강단에 선다. “모교에서 불러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죠. 학교에서 나름대로 학교의 얼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초청하는 것인데 제가 여태까지 걸어왔던 행보를 자랑스럽게 평가해주고 있는 거잖아요.” 이에 덧붙여 그는 프리랜서 선언 후 자신의 공허함을 채워준 것이 ‘학교’라고 설명했다. “10년쯤 일하던 직장을 그만 뒀을 때의 공허함은 굉장했어요. 그때 우리대학의 석․박사 과정을 밟는 과정에서 애교심이 더 생긴 것 같아요.”
그는 이 이야기와 함께 우리대학에 방송계 동문이 적은 점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다른 대학은 유명 아나운서가 많지만 저희는 우리대학은 적어 저를 찾아 주시는 것 같아요. 앞으로는 저보다 훨씬 뛰어난 아나운서 후배들이 우리 학교에서도 나왔으면 좋겠어요.”

   
▲ ⓒ건대신문


추억을 만드는 아나운서, 신영일
그렇다면 아나운서 신영일이 생각하는 아나운서의 매력은 무엇일까? “아나운서라는 호칭과 지위로는 매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요. 국회의원들부터 옆집에 사는 아저씨까지 모두 뵐 수 있으니까요.” 신영일 씨는 그 예로 그가 진행하던 프로그램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출연 했을 때, 노 전 대통령과 길을 걸으며 담소를 나눴던 기억을 회상했다. “대통령과 단둘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갖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정말 영광이었죠.”
이어 그는 퀴즈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느끼는 보람을 이야기했다. “퀴즈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일반인들에게는 그 방송 한 번이 매우 큰 추억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 사람들의 좋은 추억을 같이 만들어가는 사람이자 추억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아요.” 그는 “오랜 시간 퀴즈프로그램을 진행했으니 기억에 남는 사람도 많아요”라며 인상 깊었던 사람으로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에 두 번이나 출연한 학생을 꼽았다. ‘EBS장학퀴즈’에 출연한 고등학생이 다음 해에 다른 방송에서 하는 퀴즈프로그램에 대학생의 신분으로 참여했던 것이다. “어떤 사람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어서 감동적이었어요. 어찌 보면 출연자와 진행자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인데 이렇게 방송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새로운 인연이 생긴다는 것이 신기해요”라고 설명했다.

   
▲ ⓒ건대신문


“인터넷 신문이 아닌 종이신문을 읽으세요”
그는 대학생 대상 퀴즈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요즘 대학생들이 예전과는 많이 다른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대학생에게서 지성인이라는 느낌이 많이 사라졌어요. 워낙 정보가 넘치다보니 정보의 바다 속에서 정신을 못 차리는 학생들이 많아요.” 그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신문 읽기’를 들었다. “신문을 읽지 않고 인터넷 포탈에서 보이는 글들만 읽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워요. ‘종이신문’을 읽어야 자신만의 관점을 세울 수 있거든요.” 그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일간지를 택해 매일 정독할 것을 추천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신문을 읽다보면 여러 정보를 스스로 취합해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신영일 씨에게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경험’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도둑질 빼고 다해보라는 말이 있잖아요. 특히나 저학년들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지 말고 다양한 경험을 해봤으면 해요.” 그는 요즘에는 방송에도 일반인들이 참여할 방법이 많으니 기회가 있으면 꼭 나가보기를 권하기도 했다. 신영일 씨는 자신의 이야기를 예를 들었다. “저는 이제 한 가족의 가장이라서 훌쩍 떠날 수 가 없어요. 아마 제가 생각하기엔 지금 여러분, 대학생시절이 망설이지 않고 무언가를 해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것 같아요.”
언론의 꽃이라는 아나운서로서 성공해 현재는 방송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신영일 아나운서. 방송인으로서, 그리고 한 명의 사람으로서 시청자들과 함께 추억을 만들어가는 그의 행보가 앞으로도 기대된다.

   
▲ ⓒ건대신문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