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묻지마 범죄’가 대한민국을 강타하는 가운데 지난 8월 30일, 전남 나주에서 7세 여아를 상대로 한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한 대선 후보의 사형존치 관련 발언과 맞물려 언론은 연일 강력범죄 보도를 쏟아냈다.

이 와중에 지난 3일, 경찰청은 ‘성폭력ㆍ강력범죄 총력대응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종합대책엔 지난 2010년,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로 폐지됐던 ‘불심검문’이 포함됐다. 경찰청은 “범죄분위기 제압을 위해 거동수상자에게 불심검문을 실시하되 검문시 적법절차 준수로 인권침해가 없게 하겠다”고 설명했지만 여론은 ‘개인이 약간 불편하더라도 범죄는 막을 수 있다’와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로 갈렸다.
한 현직 경찰관은 “경찰은 국민을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다”며 “최근 강력범죄가 나날이 발생하는 가운데 범죄 예방과 근절을 위해 국민들의 협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백승호(정치대ㆍ부동산4) 학우는 “경찰관직무집행법 제3조는 과거와 다르게 불심검문 거부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온전한 방법으로 거부가 이뤄진다면 사실상 불심검문을 할 이유가 없어지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송영균(법과대ㆍ법4) 학우 또한 “기본적으로 자유 제한은 법률에 기초하고 불심검문은 단순 경찰관 업무지침”이라며 “범죄자를 인도하기 위한 합법적 자유 제한 방안으론 영장제도가 있어 불심검문은 상위 법률에 위배된다”고 못 박았다.

최근의 범죄사건 보도는 그 원인을 규정하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르다. 올해 크게 보도된 범죄보도는 고교생의 어머니 살해, 학교 폭력, 원한 살해, 무차별 살해를 거쳐 최근 나주 사건 등 성폭행사건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범죄보도 후에는 웹툰, 술, 게임, 포르노가 범죄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많은 언론은 범죄자가 ‘야동을 봤다’고 증언하면 포르노가 모든 성범죄의 근원인 양 보도하는 등 범죄 원인을 개인의 탓으로 한정시키는 행태를 벌여왔다. 이도 모자라 범죄율을 근본적으로 낮추는 정책이 아닌 ‘불심검문이 필요하다’란 겉핥기 식 결론에 도달했다.

숙명여대 홍성수 교수는 최근 사형제도, 화학적 거세, 불심검문 논의를 두고 “언론이 범죄와 형벌의 이미지를 왜곡하고, 대중들도 범죄자를 강하게 처벌하기만 하면 범죄를 줄일 수 있다는 견해를 갖게 된다”며 “정치권은 여기에 편승해 범죄율을 낮추거나 형사정의를 실현하려는 목적이 아닌 정략적 이해에 따라 형사정책을 추진하려 한다”고 꼬집었다. 지금의 불심검문은 단순 포퓰리즘 형사정책으로만 비춰진다. 또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범죄분위기 제압은 가능하겠지만 ‘잠재적 범죄자 양성’을 막진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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