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플 '폭력없는 우리 학교'를 만든 이영환 교수 인터뷰

대전 여고생 자살사건, 대구 여중생 자살사건, 그리고 지난 18일 일어난 공주 고교생 투신자살 사건……. 왕따, 집단 폭행 등 학교폭력으로 인한 사건들은 여전히 우리사회에서 자주 발생하지만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플리케이션(어플)’을 개발한 사람이 있다. 바로 어플 ‘폭력없는 우리 학교’를 만든 우리대학 이영환(본부대ㆍ국제학부) 교수다. 어플로 구현되는 집단지성을 통해 학교폭력을 해결하고 싶다는 이영환 교수를 만나봤다.


   
▲ ⓒ김용식 기자


“우리사회의 윤리와 도덕의 붕괴가 학교폭력의 원인”

이영환 교수가 학교 폭력 예방 어플을 기획하게 된 것은 우리 사회에서 학교폭력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하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학교폭력이 일어나면 검찰청에서는 사후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하잖아요. 이제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이 교수가 제시한 해결책은 과거의 대가족과 같은 ‘집단지성’을 어플을 통해 구축하는 것이다. 과거의 대가족제도 내에서 충족됐던 사회화가 현대 사회에서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지금 우리나라 사회는 윤리와 도덕이 붕괴됐다고 봐요. 아이들은 가정이 아니라 친구들을 보며 사회성을 키우죠. 학교에서는 점수를 매기고 등수를 따지는 등 경쟁만을 가르치고요.” 아이들이 스스로 사회화를 거치는 과정에서 왕따와 같은 학교폭력이 나타난다는 얘기다.

부모, 교사, 교육당국이 함께 해결책을 고민하게 하는 시스템 구축

‘폭력없는 우리학교’ 어플은 학교 주변 등에서 일어나는 각종 폭력에 노출된 당사자나 주변 학생, 시민들이 사진을 찍어 공유하면 위치추적 시스템에 의해 자세한 위치 정보가 실시간으로 제보된다. 어플에 제보된 내용은 어플이나 웹사이트 ‘학교안전지킴이’-학교폭력신고센터(http://school.weplr.co.kr)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여섯 가지 유형으로 학교 폭력을 분류해 알려준다. △금품갈취 △성폭행 △자살시도 △청소년음주 △청소년폭력 △학교 왕따 등이 지도에 표시되는 방식이다.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폭력이 일어나는지를 분석해 볼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에요. 전국적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연구에도 쓰일 수 있죠.” 이러한 정보는 학교 교사들과 교육당국, 학부모 등 관련 사회구성원에게 전달돼 예방 대책을 마련하도록 돕는다. “기본적으로 자기 아이에게 관심이 없는 부모는 없어요. 이 어플을 통해 지역에서 일어나는 학교폭력에 대해 알게 되면 부모들은 자기 아이가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학교폭력을 없애려고 노력하게 되죠.” 또, 이렇게 생긴 부모들의 관심이 자연스레 학교와 연계돼 자신이 아이가 아닌 다른 아이에게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지역사회 전체가 하나의 집단지성으로서, 대가족의 기능을 한다고 보면 됩니다. 핵가족이 하지 못했던 일을 지역사회가 함께 해 나가는 거죠.”

이뿐 아니라 어플을 통해 장기간 진행되는 학교폭력을 조기에 발견할 수도 있다. 이 교수는 “왕따같은 경우 1년 넘게 지속되는 경우도 많아요. 이런 경우 왕따 초기에 학생이 어플을 통해 익명으로라도 제보를 한다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거에요”라고 설명했다.

정보를 공유하는 세상, 학생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이 교수는 7월부터 자신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과 함께 어플을 개발하기 시작해 지난 16일 어플을 완성했다. 기본적인 바탕은 케냐의 ‘우샤히디’라는 프로그램을 본뜬 것이다. 우샤히디는 문자, 이메일, 트위터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취합된 정보를 실시간으로 시각화하는 오픈 소스 플랫폼이다. 2008년 캐냐 유혈사태,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당시 상황을 전세계에 전하는 역할을 했다. “케냐에서도 이런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데 우리나라는 이런 프로그램이 너무 적어요. 우리 학생들도 이렇게 정보를 공유하고 집단지성이 힘을 발휘하는 사회가 온다는 것을 알고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해요.”

이 교수는 어플의 테스트 기간이 끝나면 각 학교와 지자체에 협력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성폭력 예방 어플로 발전시킬 계획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함께 대책을 고민하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는 이 교수의 말처럼 우리대학에서도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집단지성을 발휘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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