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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의 또 다른 역할
권혜림 기자 | 승인 2012.09.23 20:48
개강 후, 수업 오리엔테이션에서 한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건대생이 직장에 취직해 사회생활을 할 때, 다른 대학에 비해 평판이 좋은 이유가 뭔 줄 아세요?”
언젠가 건대생은 SKY처럼 학벌로 크게 이익을 볼 수 없단 것을 스스로 잘 알고 대신 그들보다 더 성실하게 일한다는 얘기를 어렴풋하게 들은 적 있다. 하지만 우리대학 졸업생들의 평판이 좋다는 이야긴 잘 못 들어봐서인지, 학생들은 침묵했다.
답은 ‘호수가 있어서’였다. 짐작도 못했다. 교수님께서 정확한 근거는 말해주지 않았지만, 대학을 다니는 4년의 기간 동안 호수를 곁에 두고 지낸다는 것 자체가 천만 원에 육박하는 비싼 등록금으로도 갖지 못할 소중한 것을 얻는 경험이라고 했다. 100% 납득이 가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어 보였다. 이와 비슷하게 숲의 자연경관이 혈압과 맥박수를 낮추고,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며 집중력을 향상시키는데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있었음을 감안하면 말이다.
우리대학은 다른 학교 학생들이 놀러오면 ‘학교 다닐 맛날 것 같은 캠퍼스’라고 부러워한다. 위치적으로 교통이 좋다거나 주변 유흥가가 발달해서가 아니다. 호수가 있고, 건물이 세련됐고, 평지의 넓은 부지를 가진 까닭이다. 하지만 재학생의 입장에서는 비교적 최근 지어진 △상허연구관 △산학협동관 △동생명대 △예문대 △쿨하우스 같은 건물들은 대놓고 ‘나 멋있지’하며 으스대는 것만 같다. 개중 몇몇은 한 가운데가 뻥 뚫린 구조로 지어져 건물의 효용성도 현저히 떨어진다.
가만 보면 외부인에게 노출이 잦은 건물들만 ‘있어 보이게’ 지었다. 이는 학교의 주인들보다 철저히 외부 시선에 비중을 둔 발상이다. 학내 구성원들에게 더 오고 싶고, 애착이 가는 캠퍼스로 만들어주는 것이 우선돼야 하는 것이 옳다.
옛날 우리 캠퍼스 풍경 사진에는 한 겨울 꽁꽁 언 일감호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모습이 남아있다. 반면 현재는 안전문제 때문인지 펜스를 쳐놓고 인위적인 전망대와 호수 위 전광판까지 설치해 놨다. 이뿐만 아니라 일자 반듯하게 그려놓은 도로들은 오히려 우리의 자연스러운 동선을 흩뜨린다.
우리대학은 예쁜 캠퍼스를 꾸미기에 충분한 장점들을 가졌다. 그러나 현재 학교는 인위적인 것들로 채워져 있어 장점들을 가려버린다. 우리학교만이 갖는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위에 언급된 교수님의 말씀처럼 대학은 단순히 학문적 지식만 쌓아가는 곳이 아닌 돈으로도 얻지 못할 마음의 양식과 평안을 주는 캠퍼스를 제공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고 본다.
또 어떤 교수님은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사람 중 하나가 ‘떨어진 낙엽을 청소하는 아저씨들’이라는 말을 했다. 특별히 나무도 많은 우리 캠퍼스는 늦가을 바닥엔 낙엽도 풍년이다. 우리도 노오란 낙엽이 다 지고 직원들이 이를 쓸어가 버리기 전에 바스락바스락 학교를 거닐며 캠퍼스가 주는 운치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권혜림 기자  nerim2@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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