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가 알맞게 로스팅 되었어요~ 타버리기 전에 어서 수확하세요!” 요즘 나는 모바일상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바로 카카오톡 모바일 게임 ‘아이 러브 커피’다. ‘아이 러브 커피’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나에게 원두 로스팅 완료, 사이드 메뉴 완료, 커피 판매 완료 등의 알림을 보낸다. 또, 카페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매번 미션을 수행하고, 카카오톡으로 연동된 친구들의 카페를 방문해야 한다. 단 한두 시간이라도 한눈을 파는 순간, 내 원두는 모두 타버리고 카페에는 쓰레기가 굴러다니는 사태가 벌어지고 만다. 휴대폰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이렇다 보니, 즐기려고 시작한 게임에 얽매이게 되는 나 자신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이는 다른 카카오톡 게임도 다르지 않다. 현재 카카오톡은 △애니팡 △아이 러브 커피 △내가 그린 기린그림 △캔디팡 등 10여개의 카카오톡 연동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다. 그 인기는 예상외로 엄청나다. 애니팡은 출시 40일만에 천 2백만 명이 가입했고, 현재 누적 다운로드 수는 천 7백만 건을 기록 중이다. 롯데에서는 영플라자 그랜드 오픈을 기념해 지난 5일에서 7일까지 3일간 애니팡 대회를 열기도 했다. 애니팡보다 늦게 출시된 캔디팡도 출시 4주차에 다운로드 500만 건을 돌파했다. 하루 매출액도 2억 원을 넘어섰다.

이렇게 모바일 게임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게임’이 생활의 즐거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위에서 언급했듯 이용자들을 ‘구속하는 존재’가 되고 있기도 하다. 애니팡의 경우, 게임을 하기 위해 꼭 필요한 ‘하트’를 얻기 위해 보내는 메시지 수만 하루 1억 개 이상이다. 하트는 8분마다 생성되지만 가질 수 있는 하트 수는 5개로 제한돼 있고, 게임은 1분이면 끝나기 때문에 게임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메시지를 통해 하트를 획득해야 한다. 때문에 카카오톡 대화창이 하트로 뒤덮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전혀 연락을 하지 않던 지인에게서도 하트 메시지가 와 이용자들을 당황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트 메시지만이 문제가 아니다. 애니팡, 캔디팡 등의 게임은 카카오톡 친구들 간의 경쟁을 유발하기 때문에 게임에 한번 손을 대면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그것이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동안, 심지어는 친구를 만나는 순간에도 손에서 휴대폰을 놓지 못하는 이유다. 실시간으로 바뀌는 순위와 친구를 이기겠다는 경쟁심리가 애니팡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애니팡 등의 카카오톡 게임이 오랫동안 연락이 없던 친구들과 연락을 하게 해주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소재를 제공해 준다는 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실제 약속 자리에서 상대방의 얼굴을 쳐다보며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휴대폰 게임을 켜는 요즘의 모습은 오히려 서로의 사이를 멀어지게 한다. 마주보고 있으면서도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제, 정말 ‘심심할 때’만 휴대폰 게임을 즐기고, 사람을 만날 때는 휴대폰을 내려놓자. 휴대폰 액정으로, 게임으로 친구를 만날 것이 아니라 눈앞의 친구를 만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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