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기의 영국으로 가보도록 하자. 당시 사회는 부유한 상인들과 귀족들이 부정부패를 일삼던 사회였다. ‘로빈훗’은 그러한 사회 부조리함을 폭로함과 동시에 시민들의 혁명적 의지를 간접적으로나마 실현시켜 보여주는 작품이다. 16세기의 조선 역시 크게 다를 바 없었고, 소설 ‘홍길동’ 또한 그러한 조선 사회의 불합리한 모순을 이야기한 작품이다.

두 인물이 어느 날 만났다고 가정해 보자.

홍길동 : 사람들은 당신과 저를 의적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우리를 그저 한낱 도적에 불과하다고도 말하죠. 로빈 훗, 당신은 어떠한 연유로 의적이 되었나요?

로빈 훗 : 사실 저는 사람들을 위해 도적이 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지금 세상에서는 법이 그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지요? 제가 살던 때는 법이라는 것이 참 공평치가 못했습니다. 전 그 공평하지 못한 법을 어기는 대신 사람다움을 추구했어요. 그러한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돕게 되었고 결국 의적이라고 불리게 되었지요. 당신은 어땠나요?

홍길동 : 제가 서자였고 사회에 불만이 있기는 했지만, 저 또한 본디 의적이 될 의도는 없었습니다. 저는 다른 도적들을 만나 시련을 겪고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도적이 되었습니다. 조정의 관료들은 저에게 관직을 주어 회유하려 했지요. 물론 그것 또한 계략이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저는 여러 관직을 맡으며 조정의 변화를 시도하였습니다. 하지만 결국 한계를 느끼고 다시 나오게 되었죠. 로빈 훗, 당신은 스스로 자신이 했던 그 일들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로빈 훗 : 젊은 날의 혈기로 왕의 사슴을 쏴 죽이고 만 저는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왕의 사슴을 죽였다고 범죄자가 되는 부조리한 세상이었죠. 부유한 상인들은 제 잇속만 챙기고, 귀족들은 그들의 의무를 저버린 지 오래 된 세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도둑이 되었고 범죄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사람다운 도둑이었어요.

사회는 언제나 부조리하다. 이상 국가에 대한 갈망은 언제나 끊이지 않아왔고 이는 동서양 문학을 통틀어 때로는 로빈 훗의 모습으로 때로는 홍길동의 모습으로 이상적인 영웅의 모습이 되어 우리 곁에 있어 왔다. 영웅 신화의 모티브는 이렇듯 로빈 후드와 홍길동의 모습처럼 서로 다른 지향점과 한계를 갖게도 하지만, 현실 사회의 부조리함을 고발하는 동시에 이상향을 꿈꾸는 공시적 의미를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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