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의 계절이 다가왔다. 대학이라는 관문을 통과했지만 학우들의 앞에는 취업이라는 더 큰 관문이 기다리고 있다. 쉬지 않고 공부를 해도 취업은 힘들고, 사회는 대학생을 압박한다.

이 때문인지 언제부터인가 학우들은 학내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무관심하다. 학내 행사나 소식에 깜깜한 것은 물론이고, 자신이 오가는 건물 외에는 어떤 시설이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도 많다. 상태가 이렇다보니 총학생회장이 누군지, 단과대 회장이 누군지 알지 못하는 것은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게시판에는 공고나 입장 표명 등을 담은 대자보가 게시되지만 정작 그것을 눈여겨보는 학우를 찾기는 쉽지 않다. 공모전을 위한 포스터는 열심히 봐도 옆에 있는 단과대 투표 결과는 확인하지 않는 것이다. 심지어는 관심사 1순위가 취업임에도 불구하고 취업을 지원하는 학내 인재개발센터의 존재는 모르는 학우들이 많다. 때문에 학내에서 일어나는 행사는 취업 관련 강좌가 아닌 이상 대부분 저조한 참여율을 면치 못한다. 개인의 일에는 열심이지만 대학의 일에는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 것이다.

지난 9월 26일 총학생회를 비롯해 동아리연합회와 학생복지위원회 등 6개 중앙단위가 함께 ‘찾아가는 학생회’ 행사를 벌였다. 이 행사에서는 중앙단위에 대한 학우 설문조사가 이뤄졌지만 그 결과가 정말 내실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상세한 설명이 생략된 설문조사 항목은 부실했고 조사에 응한 학우들 중 주관식까지 성실히 답을 적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임진용 총학생회장은 행사의 취지에 대해 “학우들의 평가를 받아보고자 실시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학우들은 중앙단위의 이름이나 하는 일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학우들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학내 사안에 대해 제대로 알지 않고서는 학우들의 권리도 찾기 힘들다. 학우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때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가 바로 3월 26일에 열린 학생총회다. 과연 성사될 것인지 회의적인 반응도 많았던 것이 사실이었지만 학생총회는 정족수를 훨씬 뛰어넘어 12년 만에 성사되는 쾌거를 이뤘다. 이 자리에서 학우들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등록금 인하와 학생 복지 등에 대해 함께 논의했고, 학우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 확실하게 보여줬다. 하지만 그 이후 문제는 그대로다. 시간이 훌쩍 지났건만 학생총회 요구안은 딱히 상기할 만한 답변을 받지 못한 채 잊혀지고 있다. 학우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학우들을 대표하여 총학생회가 꾸준히 필요사항을 요구해야하는 건 분명하지만,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뽑은 총학생회가 열심히 하도록 독려하는 것 역시 학우들의 일이다.

대학교의 주인은 바로 학우들이다. ‘대학생’이란 이름을 걸 수 있는 날은 겨우 4년밖에 되지 않는다. 조금만 둘러봐도 대학생의 권리를 훨씬 더 즐길 수 있다.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은 대학 생활에서 누릴 수 있는 많은 것을 잃어버리는 일일지도 모른다. 공동체로서가 아니라 개개인만이 존재하는 대학은 그만큼 분열되고 또 발전하기 어렵다. 학내의 일에 너무 무관심한 것은 아닌지, 모두가 한번쯤 반성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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