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중반 정치, 경제, 사회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일어난 문화 운동인 포스트모더니즘은 예술 영역에도 상당한 변화를 불러왔다. 모더니즘의 난해한 추상으로부터 해방되면서 대중이 예술을 적극적으로 향유할 수 있게 되었고, 예술은 다양한 메시지를 담기 시작했다. 다원주의, 탈중심화와 더불어 모두가 예술로써 소통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제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미디어는 기술적으로 발전을 거듭했다. 예술계에서도 표현 매체를 다양화하기 시작했는데, 특히 대중매체를 미술에 도입한 미디어아트가 60년대에 등장했다. 탄환이론, 피하주사이론 등 매체가 수용자에게 강력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70년대 이후 미디어 아트는 대중 매체의 부정적 효과를 고발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 왔다. 미디어를 이용하여 미디어 자체를 비판하는 역설의 예술이 탄생한 것이다.

한 편, 1967년 영국의 존 윌렛은 그의 책 <도시 속의 미술>에서 ‘공공예술’의 개념을 처음 소개했다. 예술은 공공성을 지니고 공중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즉, 평등한 예술, 궁극적으로 민주주의 구현을 추구하는 것, 예술 소통의 주체가 공중이 되는 적극적인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여기서 우리는 공공예술의 소통 과정이 하버마스의 공론장 개념과 닿아 있는 것을 발견한다.

하버마스의 공론장은 공중으로 결집한 사적 개인들의 영역을 말한다. 이를 공공예술에 적용시킨다면 공중으로 결집한 것은 예술 소통의 실천이요, 사적 영역은 작품을 생산, 소유하던 개인들의 영역일 것이다. 공중이 소통의 주체가 되기 때문에 공공예술은 작품 공유와 예술적 의견 교류를 넘어 일상적, 정치적 여론 형성의 장으로도 기능할 수 있다. 산업화와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갈 곳 잃었던 대중들이 예술을 매개로 모여들어 공중이 된 것이다.

오늘날 공공예술은 미디어아트와 적극적으로 결합하며 예술 소통을 실천하고 있다. 동네에서 쉽게 접하는 벽화 그리기 프로젝트부터 종로 피아노거리, 서울시립미술관 외벽에 설치한 light wall까지. 공공예술과 미디어의 만남은 현대 사회에 새롭고 참신한 소통 가능성을 제시한다. 공중의 참여를 밑절미로 하는 공공예술. 미디어를 효과적으로 이용하여 공중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내는 공론장으로써 기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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