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학은 투명한 어항 속에 놓인 존재와 비슷하다. 다양한 잣대로 대학을 평가하는 시스템이 발달하면서, 대학순위가 매겨지고 있다. 대학행정의 목표 역시 외부 기관의 대학평가에 부응하기 위해 매년 재설정되곤 한다.

대학평가지수는 교수의 연구실적과 교육 환경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진정한 평가의 잣대는 졸업생들이다. 대학졸업생들의 사회활동을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매우 장기적이고 누적적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야 말로 대학의 진정한 능력을 보여주는 핵심지표임이 틀림없다.

한국사회를 이끄는 엘리트 집단에 어느 대학 출신이 많은가를 헤아리는 것이 때론 불합리해 보일수도 있지만, 대학졸업생들의 평균적 삶을 추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나마 이것이 활용가능한 지표이다. 또한 사회적 영향력 관점에서 우수한 엘리트를 많이 배출하는 것아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대학은 2012년도 각종 국가고시 2차 시험 합격자 발표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공인회계사(CPA)시험 최종합격자는 28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사법고시와 행정고시 2차 시험에서도 우리대학이 7~8명의 합격자를 배출해서 역대 최고 성적을 낸 것이다. 이는 국가고시 선발인원 축소된 가운데 거둬들인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값지다.

사람에 대한 투자가 다른 무엇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성과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일우헌과 같이 고시준비생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시설과 프로그램에 투자해온 것과 지속적인 교육혁신의 결과물일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성과가 지속가능해야 한다는 점이다. 성과의 지속성은 높은 평판을 얻는데 필수적인 조건이다. 큰 변동없이 지속적인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우리대학은 그동안 비교적 일관된 정책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더 높은 평판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이 녹녹하지는 않다. 고시와 같은 사회엘리트 영역은 대학간 높은 경쟁수준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평판을 차지하기 위해 대학들은 앞 다투어 크고 과감한 투자를 고급인재 개발에 쏟고 있다. 그렇기에 조금만 안주한다면 지금의 성과가 제자리에 머무르거나 뒤처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대학의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현재의 일우헌 체제를 공간적으로나 프로그램적으로 확대개편하는 것이 요구된다. 고시준비반이라는 시험대비체제를 넘어서 보다 다양한 영역에 엘리트 인재를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메가트랜드를 반영해서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미래 직종의 인재를 미리 발굴지원하는 것도 요구된다.

그러나 대학의 가용한 재원이 한계가 있다는 점이 언제나 발목을 잡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크라우드소싱과 같은 새로운 발상도 필요하다. 크라우드소싱은 군중과 같은 외부 인사로부터 자원을 얻는 것으로, 기업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거나 투자자금을 얻기 위해 사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예를 들어, 우수한 인재의 프로필을 기업이나 동문들에게 보여줘서 그들의 공부에 투자하게 하는 크라우드펀딩 기법이나 엘리트 교육 프로그램에 외부 자원을 동원시켜 대학의 재정적 부담을 줄이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다. 지속가능한 인재 배출을 위해 대학당국과 우리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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