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면 각 대학에서는 총학생회 선거 준비로 활기를 띤다. 선거운동본부(선본) 마다 특징적인 이름을 내걸고, 변화와 쇄신을 예고하는 현수막이 학내 곳곳에 부착된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피켓이나 홍보지를 들고 선거 유세를 벌이는 후보들의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총학생회 선거 때마다 학우들의 가장 큰 관심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공약이다. 공약은 그 선본의 특색을 드러냄과 동시에 학우여론을 잘 파악했는지 알려주는 척도가 된다. 비싸진 등록금에 비해 학생 복지는 제자리를 걷는 요즘의 대학 상황에서, 학우들이 가진 불만과 바람을 잘 짚어낸 공약이 선본의 호감도를 높여줄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비단 총학선거뿐만 아니라 모든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공약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와 모순적으로 공약은 ‘믿지 못할 것’이란 불명예스러운 이미지를 함께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동안 정당이나 정부에서 내걸었던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모습을 너무 많이 봐왔고, 그러다보니 공약 자체에 대한 신뢰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대학 총학선거 역시 공약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러한 문제는 진정으로 학우들을 위한 공약이 아니라 당선에 급급한 보여주기 식 공약을 내놓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발생한다.

공약(公約)이란 말 그대로 입후보자가 유권자들에게 내놓는 ‘공적인 약속’을 뜻한다. 단지 당선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좀 더 진지한 고민과 연구가 필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공약을 제시하기 전에 충분한 조사가 필요하고 학우들에게 그 내용을 상세히 알려야 하는 건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매번 선거 때마다 선본들은 현실적으로 실현이 불가능한 공약을 내걸거나 정작 공약의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홍보를 하지 않는 일을 반복해왔다. 심지어는 관련부서에 전화 몇 통만 해보면 확인해 볼 수 있는 사실인데도, 과연 검증 과정을 거쳤는지 의심하게 만드는 공약들도 있다. 이는 학우들이 공약에 대한 신뢰도를 잃게 하는 데 한 몫을 한다.

올해 우리대학에는 <낭만건대>와 <실천하는 공감백배(공감백배)> 선본이 출마했다. <낭만건대> 선본은 ‘지킬 수 있는 공약만 냈다’는 말로 실현 가능성을 강조했고 <공감백배> 선본은 그동안 제기돼왔던 불만사항을 개선할 것이라며 학우들과의 공감을 내세웠다. 그 예로 각 선본은 크게 등록금 환급 및 인하에서부터 사라진 교양강의 원상복귀, 냉ㆍ난방기 확충, 운동회 개최와 같은 공약을 선보였다. 양 선본 모두 학우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발로 뛰겠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그 공약들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행할 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이 없었다. 학우들은 유권자로서 공약에 대해 보다 자세한 실천 계획을 알 필요가 있다. 대략의 로드맵조차 마련되지 않은 채 ‘통과되도록 힘쓸 것’이라거나 ‘반드시 권리를 확보해내겠다’는 말은 그저 공허한 울림일 뿐이다.

눈에 띄는 공약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실현시킬 상세한 방안을 제시하는 것은 그보다 더욱 중요하다. 사실 선본에서 내놓는 대부분의 공약들은 해결되지 못한 채 오랫동안 방치되어 오던 문제들이다. 관건은 이 오래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전과 어떤 차별성을 가진 해결책을 제시하느냐는 것이다. 정확한 사전조사를 바탕으로 공약을 제시하고 학우들이 납득할 만한 충분한 설명과 배경이 동반됐을 때, 자연히 학우들은 신뢰를 회복하고 올바른 한 표를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각 선본의 공약의 의미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새로운 관점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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