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대학입시 때가 되면 가장 고생하는 것은 수험생이지만 대학도 더 이상 편하기만 한 입장은 아니다. 대학들의 난립과 학령인구 감소추세로 인하여 지방대학의 붕괴는 이미 현실화되었고, 수도권과 서울의 대학들도 더 이상 학생유치가 쉽지 않은 시대가 오고 있다. 그나마 우리 학교는 서울의 주요 대학 중 하나로서 아직은 사정이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지금도 거의 매일 신문 지상을 채우는 대학 광고와 홍보기사들을 보면 마냥 안심하고만 있을 상황은 아니다.

지금 우리 학교는 수험생들이 오고 싶은 학교, 재학생이 만족하는 학교, 졸업생들이 자랑스러워할 만한 학교인가? 캠퍼스가 넓고, 호수가 예쁘고, 교통은 편리하지만 그냥 그 정도 외엔 별것 없는 것은 아닌 지 의문이다. 학교는 매년 외부기관 평가순위가 조금씩 오르내릴 때마다 일희일비하지만 오히려 더 근본적이고 중요한 요소에 대해서는 둔감해 왔다고 생각된다. 좋은 대학이 되기 위한 기본은 바로 학교가 구성원들, 특히 교육을 받는 학생들의 필요에 얼마나 귀를 기울여 주느냐에 있다는 점이다.

천신만고 끝에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들은 기대에 부풀지만 그들이 마주치는 상황은 학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회와 인생을 고민하는 문제의식이나 낭만, 여유가 캠퍼스에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 그렇다고 입시에서 겨우 해방된 어린 학생들이 처음부터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친구와 선배, 교수들과 소통할 수 있는 행사를 지원하고, 전공과 진로정보 교환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봉사활동을 교양 필수화 하여 보람과 자기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면 어떨까?

수업의 질을 더 높일 수 있는 방안도 연구해야 한다. 대형 강의에는 교육조교 제도를 도입하면 교수들의 부담은 덜어주면서도 학생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다. 많은 공부분량과 연습이 필요한 과목에 대해서는 4학점이나 5학점 전공수업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학기말에 형식적으로 흐르기 쉬운 강의평가도 좀 더 진화시켜서 수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살아있는 피드백이 이루어지게 할 필요가 있다.

졸업을 앞에 둔 학생들을 위한 배려도 중요하다. 취업준비도 제대로 못했는데 면접이다 뭐다해서 수업은 충실히 받을 수 없고, 혹시라도 어렵게 취업이 되어 바로 출근을 하는 경우에는 남은 학기와 성적을 포기해야 한다. 교수의 재량에 기대는 것도 형평성과 불확실성의 문제가 있다. 학교 차원에서 취업 준비생을 위한 맞춤형 교과목이나 이러닝 과목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취업 때문에 불가피하게 9학기 째를 듣는 학생들을 위한 배려방안도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열정과 참여와 소통이다. 수업 받기 바쁜 학생들과, 연구에 시달리는 교수들과, 행정업무 하기도 바쁜 학과들이지만 그들 안에 좋은 아이디어들이 숨어 있다. 그러한 아이디어들을 발굴해 내고 엮어서 최고의 교육을 제공하는 대학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은 본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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