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무의식과 욕망을 비추어 주는 장

10월 31일 개봉한 송중기, 박보영 주연의 영화 ‘늑대소년’이 개봉 11일 만에 관객 수 300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늑대소년’은 야성적 본능을 가진 늑대인간 소년과 병약한 소녀와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감성 멜로 영화이다. 늑대소년 뿐만 아니라, 뱀파이어 남자와 평범한 인간 여자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트와일라잇’ 시리즈도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렇게 1990년대 이후부터 사람들은 판타지, 신화, 신화적 상상력을 탐닉해 왔고, 그저 소설 속에서나 존재하던 신화들이 현대에 들어서서는 영상 테크놀로지의 발달과 함께 가시화 되어 영화나 드라마로 더욱 광범위하게 우리의 현실로 찾아오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판타지적인 대상과의 사랑이야기가 시대를 막론하고 계속해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대중적 현상은 인간의 본능, 좀 더 원초적으로는 동물의 본능에 기인한다. 노벨상 수상자 니코 틴버겐은 동물의 본능이 실물보다 과장된 모조품에 더 강한 매력을 느낀다는 것을 발견했고, 그 현상들을 ‘초정상 자극’이라 명명했다. 현대의 여러 미디어들은 작품의 흥행을 위해 여성들에게 이러한 ‘초정상 자극’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 했는데, 그로 인해 로맨스, 멜로 속의 남자주인공들은 항상 키가 크고 능력 있는, 현실에 존재하기 힘들 정도로 멋진 남성들이다. 특히 늑대인간이나 뱀파이어는 여러 가지 면에서 ‘초정상 자극’이 극대화된 대상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인간은 해낼 수 없는 일을 그들은 해내고, 인간은 구해낼 수 없는 위험한 상황에서 그들은 여성을 구해내고 보호해주는 모습에서 그 특징들을 찾을 수 있다. 이렇게 실제 인간과 여러 면에서 비교되기 때문에 더 멋진 그들. 얼마나 낭만적인, 동시에 인위적인 자극인가.

또한 그들은 로맨스의 상대로서 뿐만 아니라, 그 존재 자체로도 인류의 동경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트와일라잇’ 시리즈와 같은 뱀파이어 이야기에는 뱀파이어에게 물린 사람은 죽으면서 뱀파이어가 되어 무한한 생명을 누리게 된다. ‘늑대소년’ 속의 늑대인간 철수는 47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도 젊은 청년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앞에 세월이 흘러 할머니가 된 순이에게 여전히 아름답다고 말한다. 앞에서 보여주는 상황들은 영원한 젊음과 생명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 투영된 모습이라고 할수 있다. 태초 원시시대의 ‘애니미즘’에 들어있는 사상에서 볼 수 있듯이, 인간은 어쩌면 인류의 탄생 그 순간부터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생명 연장에 대한 욕망을 갖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판타지적 요소들에 담겨져 있는 그들의 생명력 뿐 아니라 인간을 뛰어넘는 비범한 그들의 능력들도 인간이 스스로 느끼는 한계에 대해 반발적으로 상상해 낸 것들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늑대인간’과 트와일라잇에 나오는 ‘뱀파이어 신화’는 로맨스에서의 ‘초정상적’ 대상에 대한 욕망, 영원한 생명력에 대한 욕망 등 인간 본연의 욕망을 간접적으로 충족시켜 주었기 때문에 대중적인 사랑을 얻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 볼 때, 인간은 예술의 표현과 감상에서 자신의 무의식 속의 욕망을 본다. 심연에 가라앉혀둔 욕망이 예술을 통해 표현될 때, 대중들은 그것에 열광한다. 메를로퐁티는 ‘나는 모든 나들의 교차점이다.’라고 말했다. 즉, 예술은 무수한 ‘나’와의 접점임과 동시에 예술을 통해 인간은 스스로를 바라본다는 것이다. 이렇게 판타지적 신화를 보여주는 예술은 신화적 상징과 은유를 통해 인간의 무의식과 욕망을 비추는 영원한 거울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 속에서 ‘나’ 라는 존재를 보게 되며, 오랜 세월동안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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