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후문을 지나다 기분 좋은 장면을 목격했다. 평소 같으면 발행된 지 2주가량이 지났어도 두둑이 쌓여있었을 <건대신문>이, 어쩐 일인지 몇 부 남아있지 않았다. 학우들의 손에 들려 각각 다른 곳에 안착했을 신문들을 생각하니 기분이 적잖이 뿌듯했다.

새내기적, 건대신문사 수습기자 직책으로 쭈뼛쭈뼛 학우들에게 다가가 떨리는 목소리로 취재를 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하지만 이제 어느덧 3년이 지나 퇴임을 앞둔 지금, 먹먹하지만 한편으론 담담한 마음으로, 길다면 긴 3년 동안 느낀 것들에 대해 마지막 칼럼을 써보려고 한다.

여기저기서 대학 언론의 위기를 말한다. 내적으로는 애초에 수습기자 모집부터 지원자가 적어 난항을 겪으며, 입사 뒤에도 과다한 업무로 쉽게 포기하고 나가는 경우도 많다. 외적인 어려움은 학보사가 학교 부속기관이기 때문에 편집권에 있어 완전히 독립적이지 못한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학우들도 학보 자체에 관심이 크게 없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스펙에 열중하느라 사회에 무관심하다는 부분에 대해 대학생을 탓하느냐, 사회를 탓하느냐 하는 것은 이제 너무 식상한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게다가 당장 내년부터는 학내 언론사 예산 감축으로 신문 12페이지 중 여섯 면이었던 컬러면이 네 면으로 줄게 됐다. 양질의, 눈이 즐거운 신문과 이렇게 또 한발자국 멀어지는가 싶어 독자들께 죄송한 마음뿐이다.
이렇다보니 사실 회의가 많이 들었다. 학우들조차 찾아보지 않고, 본부가 취재에 소홀히 응하는 모습을 접할 때 무엇을 위해 기사를 쓰고 <건대신문>이라는 언론이 존재하는지 의문스러웠다. 아직 이에 대한 고민이 끝났거나 이렇다 할 답을 내린 것은 아니지만, 만약 후배들이 나와 같은 고민을 한다면 이런 이야길 해주고 싶다. 사회 어디서나 작은 역할들을 묵묵히 하는 사람이 필요한 법인데, 그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내는 것’ 그 자체로도 값진 일을 하고 있다고. 더욱이, 먼지처럼 한 겹 한 겹 훗날 우리대학 역사의 기록을 쌓을 뿐 아니라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고 임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함께 전해주고 싶다.

하지만 이는 비단 나만의 고민거리가 아닐 것이란 생각이 문득 든다. 나와 같은 자리를 거쳐 간 수많은 선배들, 그리고 학생회나 동아리도 이와 비슷한 고민들을 하고 있을 거란 짐작이 간다. 학생회가 아무리 위기라지만 그 명맥이 끊기는 일은 별로 없다. 마찬가지로 어찌됐든 신문은 나온다. 여러 악조건에도 기자들은 회의를 하고,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쓴다.

무조건적으로 독자들의 관심을 요구하는 것도 무책임한 행동이란 것을 잘 안다. 때문에 내년 <건대신문>은 콘텐츠로나 디자인으로나 독자들의 이목을 끌 수 있게, 또 그것이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남은 현역 기자들이 ‘형보다 나은 아우’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짧은 글을 마친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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