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에게 조언과 격려를 전하는 힐링문화
최근에는 서적뿐만 아니라 △tvN 스타특강쇼 △KBS 이야기쇼 두드림 △KBS 강연 100℃ 등 청춘을 위한 강연 프로그램들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강연들은 공통적으로 멘토의 삶과 지혜가 담긴 강연을 통해 힘든 청춘을 격려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강연 100℃’ 제작자인 KBS 교양국 안진 PD는 이러한 힐링문화의 등장배경에 대해 “사실 힐링은 언제나 필요했지만, 최근에는 힐링의 방법이 책ㆍ강연ㆍ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상품으로 등장하면서 하나의 문화가 됐다”고 설명했다. 90년대에는 청춘들이 좌절과 실패에 대한 괴로움을 동료, 선배, 교수 등 직접적인 사회적 관계 속에서 풀어나갔다면, 현재 청춘들은 다양한 문화상품을 통해 타인의 삶을 접하면서 고민을 풀어나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청춘들은 무엇 때문에 힐링상품을 계속 찾는 것일까? 안 PD는 “청춘들에게 미래는 가장 큰 고민”이라며 “일찍부터 경쟁에 노출된 채 살아가야하는 청춘들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누군가 정답을 제시해주길 바란다”고 답했다. 이처럼 타인의 경험과 조언 등 청춘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요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힐링상품은 유익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것은 힐링상품이 청춘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안 PD는 “청춘을 먼저 겪은 누군가의 삶을 통해 지침을 제공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많은 경험을 해보고 스스로 정답을 찾아가야한다”고 당부했다.

힐링이라 하기엔 2%부족한...
그렇다면 과연 기성세대들은 이러한 ‘청춘을 위한 힐링문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우리대학 이인숙 교수는 “최근 힐링을 다룬 상품들은 청춘의 아픔을 너무 감성적으로만 얘기하고 있다”며 힐링문화의 가벼움에 대해 지적했다. 그러나 힐링상품이 청춘들의 많은 공감을 이끌어냄으로써 높은 수요를 창출했다는 사실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우리대학 김도식 교수는 “힐링은 상처를 어루만지는 작업”이라며 “책 한권을 통해서라도 청춘들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데 도움이 됐다면 그 책이 가진 치유의 효용성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힐링에 대한 청춘들의 열광적인 반응이 기성세대들의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동안 기성세대들이 청춘들의 고뇌를 ‘통과의례’라는 식으로 치부하고 방관했기 때문에 문화상품을 통한 힐링이 각광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인숙 교수는 “청춘들이 열광한 이유는 진정으로 이들의 조언에 공감한 것이 아니라 처음으로 자신들에게 관심을 보여줬다는 사실 자체 때문”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한 기성세대들이 겪었던 청춘의 아픔과 현재 청춘들이 겪는 아픔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힐링이 사회적으로 대두됐다는 해석도 있다. 우리대학 김석 교수는 “IMF이전에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사회에서 경쟁이 이뤄졌지만 IMF이후 급격히 사회 변화의 속도가 빨라졌다”며 “더 이상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면서 청춘들의 불안정한 심리가 더욱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교수는 “현재의 힐링문화는 청춘들의 고민을 개인의 문제로만 다루는 경향이 있다”며 “진정한 힐링을 위해서는 개인적인 측면에서의 ‘치유’와 더불어 사회 구성원들이 문제의식을 느끼고 함께 해결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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