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3학년이다. 시간은 언제나 빠르게 느껴지고, 나도 어느새 졸업을 1년 남기고 있다. 매년 그렇듯이 우리는 연말이면 예비 신입생의 학번을 징그러워(?) 하며 한 학년을 마쳤다는, 신입생의 선배가 된다는 자부심을 묘하게 드러낸다. 동시에 신입생 때의 내 모습을 회상해보기도 한다.

나는 부지런한 사람은 아니어서 2년 늦게 입학했다. 그렇기에 유달리 대학에 대한 환상과 기대가 컸던 것 같다. 십여 년 동안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교육을 받았고 이쯤 되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생각했다. 더 이상 그런 체제는 나에게 필요 없었고 이는 나만의 생각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입학해보니 달라진 것은 많이 없었다. 원형으로 생긴 강의실은 유튜브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었고 강의 시간이 지루해서 잠 오는 것도, 일방적인 강의 분위기도 그대로였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강의 시간에 애니팡을 해도 혼나지 않는다는 것과 고등학교에 비해 몇 배 비싼 등록금, 목표가 대학진학에서 취업으로 바뀐 것 정도였다.

모든 것이 취업 위주로 돌아가고 현재 상황에서는 그렇게 적응하는 게 우리들이 유일하게 세상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다. 그러다보니 모든 것들이 피폐해진다. 좋은 수업도 나쁘지는 않지만 학점을 잘 받을 수 있는 수업이 우선이다. 재밌는 친구와 선배도 좋지만 나중에 커리어적으로 도움이 될 사람을 우선시 하게 된다. 더 이상한 일은, 누가 특기가 뭐냐고 물어볼 때 대답이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평소에 학점과 영어, 자격증이 머릿속에 전세를 내놓고 있다 보니 우리는 이렇다 할 특기도 갖추지 못한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다.

분명 뭔가가 잘못 되고 있다. 난 대학생활의 한 순간도 지금처럼 기계적으로 돌아가길 원하지 않았고 지금도 원치 않는다. 친구들과 취업과 관련된 것들 말고도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커졌으면 한다. 영어 공부와 자격증 공부보다는 술 공부와 사람 공부, 내 주변의 살아있는 것들을 알 수 있었으면 한다. 그렇지만 이런 나의 (혹은 우리들의) 희망은 현실 앞에서 이상으로 ‘전락’ 한다. 보통 이상은 희망보다 더 좋은 느낌을 갖지만 이 경우에는 다르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실현할 수 없는 이상이므로.

취업 문제의 해결이 절실하다. 수많은 청춘들이 메마른 젊음을 보내고 있다. 늙어서 과거를 회상할 때, 20대의 목표가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였음을 뒤늦게 깨닫고 허탈해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먹고 살기 위해 어떤 취업을 해야 하는가’ 보다는 ‘무엇을 위한 먹고 삶인가’ 에 대해 생각할 여유를 가지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지금의 상황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사람은 나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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