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졸 재직자 특별전형'으로 대통령상 수상한 이철규 교수

 대학 졸업장은 더 이상 좋은 직장을 보장하지 않는다. 대학 진학률이 80%를 기록하는 현재 대학졸업자 이상의 고급 인력 공급은 과잉인 반면, 그들이 원하는 소위 ‘좋은 직장’은 늘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성장이 정체돼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한 지금 우리대학 글로벌융합대학 신산업융합학과 이철규 교수는 ‘선 취업 후 진학’이라는 대안의 정착을 위해 노력했고 그에 대한 공로로 지난 1월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이 교수가 생각하는 ‘선 취업 후 진학’은 무엇이며 이것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을 진학하는 것이 당연한 사회 분위기를 비판하는 이철규 교수를 만나봤다.

“특성화고졸 재직자 특별전형은 진짜 공부를 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제도”

특성화고졸 재직자 특별전형(재직자 특별전형)은 전문계나 특성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직장에서 3년 이상 근무한 경험이 있는 인재 가운데 대학 진학을 원하는 사람들을 정원 외로 뽑는 전형이다. 2010년부터 시작된 재직자 특별전형은 인문계고 출신들이 수능이나 내신을 통해 대학에 입학하는 일반적인 방식과는 매우 다른 인재 선발 방식이다. 이철규 교수는 “지원자의 자기소개서와 지원동기, 봉사활동 등 수능점수와 무관한 항목들을 기준으로 학생들을 뽑는다” 라며 “고등학교 성적을 조금 보기는 하지만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위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 전형을 통해 ‘신산업융합’을 전공으로 우리대학에 입학하면 학생들은 직장과 학업을 병행한다. 이 교수는 “재직자 특별 전형을 통해 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평소엔 직장을 다녀야 하므로 주로 회사가 끝나고 야간에 수업을 듣거나 주말을 이용해 한 학기에 17학점을 듣는다”라며 “주말의 경우 오전 9시에 시작해 오후 10시까지 수업이 진행되는데도 학생들은 피곤함을 참아가며 학업에 대한 열의를 잊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이미 취직을 했지만 공부가 하고 싶어 대학에 지원한 학생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수업에 매우 적극적인 것이라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재직자 특별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은 4년간 공부를 한 뒤 신산업융합 전공의 졸업장을 받는다. 학사 학위를 취득한 졸업생은 연봉이 오르거나 더 좋은 직장으로 이직할 기회를 얻기도 한다.

“고졸자에 대한 편견을 넘어 ‘선 취업 후 진학’이 보편적인 사회가 되길 바란다”

이 교수는 많은 대학생 졸업자들이 힘들게 취직을 하더라도 회사 생활을 버티지 못하고 1년 내에 이직을 하거나 퇴사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대학생 때 직업관을 충분히 형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취직을 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기 때문인 것 같다”라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대졸자 인력의 과잉 공급도 심각한 문제다. 고등학교 졸업으로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직업을 시간과 돈을 들여 대학까지 졸업한 후 얻게 되는 현실은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낭비다.

이 교수는 “과거에는 공부를 잘하는 훌륭한 학생들이 전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해 바로 사회에 진출했지만 언제부턴가 대학교를 반드시 가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생겼다”며 “이에 전문계고는 학생들을 취직시키지 않고 대학에 보내는 등 전문계고가 수행해야 할 기능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교수가 제시한 해결책이 바로 ‘선 취업 후 진학’ 이었다. 전문계고에 진학 해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의 길은 선택하더라도 공부가 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대학에 진학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굳이 대학에 갈 필요 없는 인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에서 나온 대안이었다.

“우리 대학은 ‘선 취업 후 진학’의 모범사례”

재직자 특별 전형은 ‘전문계 고졸 전형’이 발전한 것이다. 과거 전문계 고졸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인문계 학생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자 아예 전문계고 출신 학생들만으로 구성된 전공을 신설한 것이다. 재직자 특별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은 ‘신산업융합’이라는 전공 커리큘럼에서 기초적인 경영학과 교양수업을 듣고 경제, 경영, 기술, 산업을 접목시킬 소양을 갖출 강의를 듣는다. 견고한 커리큘럼 덕분에 정원이 미달되는 타 대학과는 달리 우리대학의 경우 올해 수시모집에서 2.19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매년 입학 정원수가 늘어나는 것도 제도가 안정화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이러한 성과들이 모여 작년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선 취업 후 진학 선진화 대학으로 지정한 것에 이어 대통령상까지 수상하게 된 것이다. 이 교수는 “신산업융합학과를 위해 본인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노력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라며 “재직자 특별 전형이 한국사회에 만연한 대학지상주의를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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